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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칠용]인사동에 한국공예품 전시 판매장 만들자

이칠용

서울시는 인사동의 전통 고유문화가 심하게 훼손되고 있는 것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해 우선적으로 중국산을 한국산으로 속여 판매하는 공예품을 단속하기로 했다.

중국 등 해외에서 유입된 조악한 저가 공예품 때문에 우리 공예품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인사동의 고유문화가 망실돼 가는 가운데 뒤늦게나마 서울시가 바로잡기에 나선 것을 크게 환영한다. 차제에 중국산뿐만 아니라 태국 인도네시아 네팔 베트남 등 아시아 여러 국가의 공예품을 한국 공예품으로 속여 파는 것도 단속할 것을 촉구한다.

현실적으로 우리 공예품 생산자들의 폐업과 이직이 심한 것은 우수한 공예품을 만들어도 이렇다 할 판매처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히고 있다. 전국의 관광지는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관문인 인천국제공항 등 국제공항이나 면세점에서도 우리 공예품을 취급하려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사람들은 우리 공예품이 비싸다고 한다. 그러나 고급호텔에서 1만 원을 내고 커피를 마시면서도 1만 원짜리 자개 명함통은 비싸다고 하는, 오늘날 우리 공예품을 대하는 인식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는 우리 공예품에 담겨 있는 소중한 가치를 잘 모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특히 전통공예품은 한 번 구입하면 반영구적으로 사용하고 소장하기도 하며 후일 자손에게까지 물려주는 것에 대한 가치는 인정하지 않는 듯하다.

한국 공예문화가 설 자리를 잃고 방황하며 품질이 낮고 조악한 동남아 공예품에 자리를 내주고 있는 것은 관계당국의 책임도 크다. 제작자, 즉 장인보다 유통업자 위주로 지원을 하거나 국적마저 애매한 공예품을 새로운 디자인이라며 일부 언론이 집중 홍보하는 것을 보면 우리 것에 대한 이해 부족을 실감한다.
이런 상황에서 ‘위장 국산품’ 퇴출에 나선 서울시의 용단을 높이 사면서 인사동에 ‘우리 공예품 전시 홍보 판매장’을 마련해 줄 것을 당부한다. 아울러 전문가의 중용을 부탁한다. 그동안 공예와 전혀 관계없는 종사자가 실무를 보는 바람에 기대했던 효과를 얻지 못하고 유명무실해진 사례를 여러 번 보았기에 당부하는 것이다.

나아가 인사동거리와 주변 공예품 취급 상가 중에서 우리 것만 고집하고 우리 것을 열심히 홍보하는 종사자들을 명예판매원 또는 담당자로 임명하고 업체에는 ‘우리 공예품 취급점’ 표지를 부착해 주는 한편 세제 혜택도 주어 육성해야 한다. 현재 콩나물과 두부 등 식생활 제조업체엔 부가가치세 면세 등 혜택을 주면서 그 분야보다 더 어렵게 생활하는 수공예업체엔 각종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

외국인 관광객 1000만 명 시대가 왔다고 홍보만 하지 말고 그들이 우리 것을 사 갈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들이 갖고 나간 우리 공예품을 통해 수천 년 역사 속에 고이 잠자고 있는 대한민국의 참모습을 알고 더 많은 관광객이 한국을 찾아온다면 이번 인사동의 중국산 한국 공예품 위장 판매 단속은 더 큰 효과를 얻을 것이다.

이칠용 한국공예예술가협회장

-동아일보 2012.3.7
http://news.donga.com/3/all/20120307/445699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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