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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아트 & 비즈니스]인도네시아 미술 국제적 위상 드높인 한 내과의사의 열정

지난해 세계적으로 가장 빛난 미술시장은 인도네시아다. 경매시장 성장률은 39%로 세계 최고를 기록했고, 대표 작가들은 소더비와 크리스티 경매에서 신기록을 이어가면서 매수기반을 세계로 넓혔다. '신화(神話)적 화가'로 불리는 마스리아디(I Nyoman Masriadi·39)가 대표적이다. 대표작 중 한 점인 'Angels'은 2006년 인도네시아 경매에서 1088달러(약 120만원)라는 싼 값에도 팔리지 않았으나, 2008년 5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선 그의 작품 'Used to Being Strip ped'가 53만8000달러(약 6억원)에 팔렸다. 그만큼 인도네시아 미술의 국제적 위상이 급상승했다는 방증이다.

이런 약진에는 숨은 공로자가 있다. 외이 홍 지엔(Oei Hong Djien·73) 박사다. 그는 인도네시아 미술을 살리는 데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 사업을 했다. 고도(古都)인 마겔랑에서 태어나 의대 졸업 후 네덜란드에서 유학한 그는 고향으로 돌아와 내과의사로 개업했다. 이후 미술에 미쳐 병원이 끝나면 차로 45분 거리에 있는 미술의 도시 족자카르타(Yogyakarta)로 출근해 거의 매일 작가들을 만났다.

외이 박사는 전국을 누비며 잊혀진 작가를 찾아 재조명하고 젊은 작가를 발굴하는 작업도 부지런히 했다. 1970년대 초에는 변변한 갤러리도, 비평가도, 미술관도, 컬렉터도, 하다못해 미술책도 없었다. 궁핍한 작가들이 주변에 몰려왔으나 외이 박사 본인의 주머니 사정도 넉넉잖아 늘 돈을 빌려야 했다. 그는 1979년에 자룸(Djarum)이라는 수제정향 담배회사에 파트너로 참여해 사업적인 성공을 거두며 돈 걱정을 덜었다.

그는 근대 미술 대가들인 아판디, 수조조노, 구나완, 위다야 같은 작가들뿐만 아니라 마스리아디, 구나완 같은 컨템퍼러리 스타들의 주요 작품을 모두 갖고 있다. 외이 박사는 이들과 직접 교류하면서 미술을 배웠고 이들의 후원자이자 비평가, 친구가 됐으며 감옥에 간 작가의 옥바라지까지 했다. 1997년에는 고향인 마겔랑에 자기 이름을 딴 OHD 미술관을 열었다.

인도네시아의 유명화가 니오만 마스리아디의 작품인‘영웅아 미안해, 잊었’(Sorry hero,I forgot). 신화적인 소재와 유머를 곁들인 그의 작품은 홍콩 등 해외 미술품 경매 시장에서 수억원에 낙찰될 정도로 큰 인기이다.
이 미술관은 왜소한 규모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세계 각지에서 찾아와 반드시 들리는 곳이다. 세계 각국 미술관들은 외이 박사가 소장한 작품을 빌려간다. 그가 대단한 것은 2000점 가까운 그의 컬렉션 때문만은 아니다. 외이 박사 자신이 비평가이자 미술 사학자이자 큐레이터로 수많은 전시를 기획하고 미술 관련 저서를 집필하고 있다.

외이 박사는 인도네시아 미술에 관한 세계적인 권위자다. 소더비나 크리스티도 인도네시아 미술을 소개할 때면 십중팔구 그를 초빙한다. 인도네시아 작품을 경매에 올릴 때는 그에게 자문하고 텍스트를 부탁한다. 그는 인도네시아 미술의 전령사이며, 인도네시아 작가들은 그의 안목과 지원을 디딤돌로 삼아 세계무대로 나아가고 있다. 한 사람의 열정이 한 나라의 문화 위상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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