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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의 ‘진화하는 상상력’을 느끼고, 한국과 세계에 발신하는 미술관을 짓고 있습니다

편집부

글 ㅣ 문형순(재단 백남준미술관건립추진팀)


‘세계 안무계에 떠오른 동방의 샛별’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권위의 NRW상을 받은 전인정 씨의 수상소감이 눈길을 끈다. “저는 그냥 재미있고 행복하게 작업을 해왔을 뿐인데, 이렇게 훌륭한 상을 받게 돼서 너무 좋아요. 영광이구요, 멋진 작가가 되고 싶어요. 윤이상, 백남준처럼요.”
33살의 촉망받는 젊은 안무가가 독일 안무계의 유명한 상을 받으며 전화 인터뷰한 기사 내용이다. 백남준미술관 건립현황 소개에 느닷없이 웬 인터뷰 기사냐고? 이 기사에서 보듯이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그렇듯 백남준은 세계인들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보편타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세계적인 인물이다.이런 문화예술계의 거목을 기념하고자 경기도에서는 지난 2001년부터 백남준미술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작가 개인을 위한 국내 최초의 공립미술관인 백남준미술관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미술관으로 다양하고 창의적인 프로그램들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세계적인 미술관을 추구한다.젊은 작가들과 연구자들이 이용할 수 있으며, 작가 백남준뿐만 아니라 인간 백남준을 알 수 있게 하는미술관을 꿈꾸고 있다.

백남준미술관은 경기문화재단에서 경기도의 위·수탁을 받아 추진하는 사업으로 신갈고등학교 맞은편 용인 상갈근린공원에 위치한다. 작품은 지난 2002년부터 백남준과 직접협의하여 작품 67점과 개인사물 3세트를 확보하였고, 2004년에는 1960년대 이후 40여 년간의 그의 작품세계 전반을엿볼 수 있는 비디오 아카이브 2,285점을 확보하였다. 미술관 건축은 지난 2003년 UIA 공인국제현상설계 아이디어공모(NAM JUNE PAIK MUSEUM International Ideas Competition Endorsed by UIA)를 통해 건축가 키르스텐 셰멜Kirsten Schemel(독일)을 선정하였고, 현재 1만 평의 대지에 1천 5백 평규모의 지하 1층, 지상 2층 건물로 설계 중이며, 2006년 상반기에 착공을 시작하여 2007년 하반기에 준공할 예정이다. 건물 안에는 전시실뿐만 아니라 교육실, 다목적 공간, 카페테리아, 뮤지엄숍 등이 들어설 것이고, 비디오 아카이브를 연구하기 위한 미디어 랩과 연구실 등도 함께 자리할 것이다. 또한 백남준미술관은 경기도박물관, 어린이박물관과 함께 뮤지엄 파크Museum Park로 구성되어 경기도의 랜드 마크로서 자리잡을 것이며, 다양한 프로그램 서비스를 통해 지역사회에 좀더 가깝게 다가갈 것이다.
앞으로 백남준미술관은 어떻게 운영될까? 어떤 작품들과 어떤 프로그램들을 선보이게 될까? 작가 백남준이 미디어 아트라는 장르를 개척한 것처럼 백남준미술관도 박물관·미술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떠오를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이자, 현재 백남준미술관을 건립하고 있는 관계자들이 가장 많이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현재 미술관 운영방안들은 구겐하임미술관의 선임연구원인 존 핸하트John Hanhardt를 학예수석컨설턴트로 선임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백남준미술관 건립추진위원장이며 백남준의 오랜 벗인 최경한 서울여대 명예교수는 1986년 서울에서 만났던 그를 기억한다. “오랜 외국 생활 때문인지 그의 한국말은 ‘냉동고에서 방금 해동되어 나온 듯한’ 언어였다. 당시 1980년대에 주로 쓰는 말 대신, 예전에 같이 학교 다닐 적 언어인 1940년대의 말을 사용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해방 전후부터 외국 생활을 해온 그였으니, 그동안 무수히 변해온 현재의 한국말을 사용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었고, 오히려 그로인해 예전의 기억을 살리며 더 많은 회포를 풀었으리라.
요즘 TV 오락 프로그램 중 “Old & New”라는 코너가 있다. 요즘 젊은 청소년층이 사용하는 말과 중장년층들이 사용하는 말을 통해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고 우리말을 순화하자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가족간의 이야기 소재가 만들어지고, 이를 바탕으로 의사소통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백남준미술관도 이런 역할을 꿈꾼다. 냉동고에서 금방 해동되어 나온 듯한 백남준미술관을 통해 인간 백남준과 작가 백남준, 그의 작품, 그의 비디오 아카이브 등을 모두 혼합하여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소통시키고 싶은 것이다.
과거에 최고最高의 최신最新 재료였던 비디오 아트 작품의 소재가 현재에는 너무나 당연하게 우리 실생활에 다가와 있다. 그의 상상력이 우리의 현실이 된 것이다.우리는 백남준의 상상력과 우리의 상상력을 오버랩시켜새로운 미술관이 탄생하기를 꿈꾼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의 미술관에 대한 기대와 함께 우려 섞인 목소리를 듣기도 한다. 그만큼 백남준미술관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미술하는 분들은 백남준 선생이 계시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덕을 보거든요. 하지만 난 그런 게 없으니까 힘들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다는 생각으로 순간순간 충실히 하고 있어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요. 사명감을 갖고 해야죠.”
전인정 씨의 말처럼 백남준이 유명한 만큼 덕을 보는 것도 있지만, 너무나 유명하여 부담이 되는 부분도 있다. 또한 새로운 영역의 미술관을 준비하는 만큼 고민도 많다. 그러나 상상력의 결실이 될 백남준미술관이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되어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도 영향을 미쳐 점차 창조적이고 활력 넘치는 문화활동이 이루어길 기대하며 이 글을 마친다.

출처-기전문화예술 2006. 1ㆍ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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