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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감상? 투자!

편집부

* 중앙일보 2006. 3. 3. 문화 in 특집
지금 경매장 가는 길이 붐빈다
전광판의 빨간 숫자가 1620000000에서 멈췄다. 박혜경 경매사가 낙찰을 알리는 방망이를 두드렸다. 16억 2000만 원. 국내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 기록이다. 17세기 전반에 만들어진 철화백자 한 점이 강남의 중형 아파트 한 채 값에 팔린 것이다.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평창동 서울옥션하우스에서 열린 (주)서울옥션의 제100회 특별경매는 미술품이 이제 투자해볼 만한 품목임을 알리는 현장이었다.
이날 낙찰 총액은 83억 2000만 원에 낙찰률 78%. 경매에 참가했던 한 미술 애호가는 박수근의 드로잉 한 점이 2700만 원에 팔려나가자 '나도 박수근의 드로잉 10여 점을 갖고 있는데 이제는 들고 나올 때가 됐다'고 얼굴이 밝아졌다. 미술품 애호가의 시대는 가고 미술품 투자자의 시대가 왔다.
'경마장 가는 길'이 아니라 '경매장 가는 길'이 붐비고 있다. 미술품 경매가 돈이 된다는 소문에 기존 컬렉터뿐 아니라 신진 미술 애호가층이 경매장을 기웃거린다. 소비자만 달뜬 게 아니다. (주)서울옥션이 7년 독주해 온 국내 경매시장이 지난해 문을 연 K옥션으로 경쟁 체제에 돌입한 지 불과 몇 달. 한국 미술시장에는 경매사 창설 바람이 불고 있다. 부산에 기반을 둔 조형화랑이 교보생명과 손잡고 새 경매사를 준비 중이다. 서울 강남 지역의 화랑 몇 개는 따로 또 같이 경매회사를 낼 차비에 들어갔다. 왜 지금 미술품 경매인가.
김순흥 K옥션 대표는 '소비자의 반란'을 큰 이유로 꼽는다. 그동안 소비자를 무시했던 화랑이 해주지 못한 서비스를 경매사가 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작품 값 결정에 전혀 개입하지 못했던 일반인이 경매에서는 응찰이라는 형식으로 미술품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힘을 행사한다. 김 대표는 '그동안 작가 이름과 크기로 결정되던 비합리적 가격이 통한 까닭은 미술품의 공개 유통 구조인 경매가 없었기 때문에 생긴 병폐'라고 지적했다. 미술품을 원하는 소비자들끼리 경쟁해서 적절한 가격을 확정하는 경매는 부동산이나 주식투자와 다른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미술품이 소장자의 취향을 반영하고 문화생활과 연결된다는 점도 소비자가 경매에 열광하는 한 이유다. 자신이 좋아하는 미술품을 사서 일정 기간 즐긴 뒤 이익을 남기고 팔 수 있는 공식 통로가 경매다. 낮은 금리나 널뛰는 주식시장보다 안전하고 투자 가능성이 큰 미술시장의 내일을 내다보는 젊은 투자자도 있다.
국내 미술시장이 지금 경매 이야기로 시끄러운 또 다른 까닭은 기존 화랑에서 터져나온 비판론 때문이다. 서울옥션의 100회 경매 개최 이튿날인 24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소연회장. 전국 112개 화랑 연합체인 한국화랑협회의 새 회장으로 당선된 이현숙 국제갤러리 대표는 '대형화랑이 주도하는 우리나라 경매회사가 공정거래를 하지 않기에 한국미술시장이 왜곡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옥션의 기반이 가나아트갤러리, K옥션의 대주주가 갤러리현대인 만큼 두 메이저 화랑이 손을 쓰면 미술시장은 두 화랑의 독주로 흐를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한 예로 최근 서울옥션이 발표한 미술 작가 가격 지수에서 가나아트갤러리 소속인 생존 화가 K씨가 가중치를 적용받아 낙찰가가 크게 뛴 점을 들었다.
미술품 진위 여부를 가리는 감정 문제도 국내 경매시장이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큰 산이다. 지난해 터졌던 '이중섭.박수근 위작 사건'에 서울옥션이 관련됐지만 1년이 된 지금까지 명확한 해명이 없는 상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경매는 이제 한국 미술시장을 끄는 동력이 됐다. 소비자가 믿고 거래할 만한 투명한 정보 공개에 한국 경매의 미래가 달려있다.
정재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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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장 - 궁금한 세 가지
Q1 가격은 어떻게 정해지나
화랑가에서 꼽는 그림 가격의 결정 요인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미술품의 절대 가치. 전문가의 안목이나 비평가의 눈이 판단한 작품성을 말한다. 둘째는 미술품을 사는 이의 취향과 기호다. 그 작가나 작품을 좋아하는 이가 많아지면 사자는 주문이 많아지면서 당연히 값은 올라간다. 셋째는 작품의 보존상태.크기.제작연대.재료 등이다. 보존 상태는 특히 중요한데 '누구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느냐에 앞서 어떤 상태의 그림을 지녔느냐'에 더 신경 써야 한다.
그동안 한국 미술시장에서 위의 세 요인은 별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소비자가 소외된 생산자 위주의 가격 결정이었다. 미술품 값은 작가의 경력에 따라 매겨져 왔다. 작가가 '내가 이런 학교를 나와 어떤 상을 받고 어느 대학 교수이며 저런 미술제에 참가했으니 이만큼은 받아야겠다' 하면 그걸로 가격이 결정됐다.
경매가 정착하면 소비자가 가격 결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돼 기존의 불합리를 시정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이렇게 되려면 경매사가 믿을만한 가격 정보를 계속 발표하고 제공해 한국 미술시장 나름의 정보 체계화를 이뤄나가는데 앞장서야 한다.
Q2 경매는 어떻게 참여하나
경매에 참여하는 방향은 두 가지. 소장품을 경매에 올려 파는 쪽과 경매에 참여해 작품을 낙찰받는 쪽이다. 양쪽 모두 경매회사 홈페이지를 찾아가 정보를 얻는 것이 우선 할 일이다. 국내에는 현재 양대 경매회사인 서울옥션(www.seoulauction.co.kr)과 K옥션(www.k-auction.com)이 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작품을 내놓고 싶으면 경매회사에 출품 가능성을 문의한다. 작품의 크기와 상태, 소장하게 된 내력 등 출품작의 정보를 작품 사진과 함께 제출하면 전문가가 일단 감정한 뒤 연락해준다. 출품할 수 있는 가치가 있다고 판단이 내려지면 정밀 감정에 들어간다. 경매 출품작으로 확정되면 계약을 한다.
작품을 낙찰받고 싶은 이는 경매 예정일을 알아본다. 현재 국내 양대 경매회사가 각각 두 달에 한 번 꼴로 경매를 열기 때문에 매달 번갈아 경매가 열리는 셈이다. 경매일에 앞서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미리 경매 예정 작품을 선보이는 프리뷰(Preview)가 있다. 이때 전시장을 찾아 응찰할 작품을 고르고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응찰하려면 연회비를 내고 경매사 회원으로 가입한 뒤 경매 도록이나 홈페이지에서 추정가를 미리 알아놓는다.
Q3 '아트 펀드'란
요즈음 경매회사.화랑.금융권이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내놓는 것이 '아트 펀드(Art Fund)'다. 쉽게 말하면 주식 대신 미술품에 투자하는 펀드다. 자금운영사가 투자자의 돈을 모아 미술품을 사들인 뒤 되팔아 이익을 분배하는 간접 투자다. 사들인 미술품을 공동 투자자가 돌려가며 일정 기간 소장하고 감상할 수 있는 즐거움이 큰 매력이다. 아트 펀드가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른 배경에는 미술 관련 교육과 정보량의 증가가 큰 몫을 했다. 미술시장의 데이터베이스 작업이 이뤄지고 시장분석이 가능해지면 투자를 위한 분석이 가능해졌다. 세계 각국의 미술관을 여행하며 미술에 눈 뜬 일반인이 늘어난 것도 중요한 배경이다.
전문가가 내세우는 미술품 투자의 강점은 불경기에도 안전하다는 점이다. 미술품은 단 한 점만 존재하기 때문에 아무리 수요가 증가해도 공급이 늘어날 수 없어 다른 자산증식 프로그램보다 훨씬 안전한 투자품목이 된다는 논리다.
현재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한국형 아트 펀드를 만들기 위해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미술품 투자수익에 비과세가 이뤄지면 상반기 중에도 아트 펀드가 뜰 가능성이 있다.
정재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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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도 진땀 빼는 '진짜냐, 가짜냐'

'이중섭·박수근 그림 위작 사건'의 발단은 이중섭의 유족이 서울옥션에 내놓은 그림 몇 점이었다. 위작 논란이 일던 2005년 4월 22일 일본에서 건너온 이중섭의 둘째 아들 이태성씨가 선친의 그림과 필적을 설명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진짜냐, 가짜냐, 이것이 문제로다.'미술품 수집가가 겪는 첫째 어려움이 진위(眞僞) 여부다.
가짜 미술품 소동이 심심치 않게 터져나오는 바람에 어디서 누구를 믿고 작품을 사야할지 고민하게 된다는 컬렉터가 많다.
최근 인천의 한 원로 기업인이 평생 모은 소장품 수 천점을 시(市)에 기증했다가 상당수가 가짜임이 밝혀졌다. 다시 한번 위작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 오죽하면 동서양 가릴 것 없이 '미술사는 진짜와 가짜 사이의 기나긴 투쟁'이라는 말이 내려올까. '꺼진 불도 다시 보자'가 아니라 '사기 전에 다시 보자' '걸린 그림도 다시 보자'라 할만하다. 위작을 걸러줄 감정 체계가 제대로 서야 경매건 아트 펀드건 한국 미술시장이 도약할 수 있다.
지난해 한국 미술계를 뒤흔들었던 '이중섭.박수근 그림 위작사건'은 우리 미술시장의 어두운 구석이 발가벗겨진 대표적 예다.
이중섭의 유족이 서울옥션에 내놓은 작품이 가짜일 수 있다는 한국미술품감정협회의 문제제기가 발단이 된 사건은 결국 검찰로 가면서 치부를 드러냈다. 한 점에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호가하는 이중섭과 박수근의 그림이 갑자기 3000점 가까이 쏟아져 나온 것도 놀라웠다. 검찰이 '한국 미술계 역사상 최대의 위작 분쟁사건'이라 부른 것도 과장된 표현은 아니다. 미술계는 불투명한 감정 체계가 빚어낸 한국 현대미술사의 오점이라 부끄러워했지만 그때뿐이었다.
2005년 3월 3일 시작된 '이중섭 위작 사건'은 꼭 1년을 맞는 오늘까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다. 이중섭(1916~56) 서거 50주기를 맞는 올해, 그를 기리는 전시회 얘기마저 쑥 들어가버렸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7일 '위작 논란을 불러왔던 이중섭과 박수근의 작품 58점이 모두 가짜인 것으로 전문가 감정을 받았다'는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한 뒤 내사를 벌이고 있으나 진전이 없는 상태다. 그만큼 미술품 진위를 가리는 일이 어렵다는 얘기다.
서울중앙지검 형사 제7부는 현재 이 사건이 항고 중이고, 이중섭의 유족이 증언을 위해 한국에 들어오길 꺼리고 있어 수사가 제자리에서 맴을 돌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국적인 유족을 강제 입국시킬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수사 과정에서 압수한 김용수 한국고서연구회 명예회장의 소장품 2740점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수장고에 보관 중이다.
검찰은 '이대로 끝내지는 않는다. 기다려달라'는 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구체적 수사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이중섭의 둘째 아들인 이태성씨, 김용수 회장, 서울옥션이 협조해야 풀 수 있는 한국 미술계의 최대 수수께끼다.
그렇다면 가짜 작품에 속지 않는 방법은 무엇일까. 전문가의 첫째 조언은 '제 값을 주고 사라'다. 미술 시장 가격에 비해 싸면 가짜일 가능성이 크다. 둘째는 공신력있는 감정가의 감정을 거친 뒤 감정서를 받으라는 것. 셋째는 자기 눈을 믿는 것이다. 많이 보고 안목을 키워 가짜를 가려낼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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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어떻게 즐기고 살까
전문가 조언, 값은 접어 두시길
그림과 연애하듯 화랑 나들이를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만큼 '보는 만큼 알게 된다'도 진실입니다. 현대미술이 너무 어렵다고요? 화랑에 들어가기가 두려우시다고요?
우선 화랑 문턱을 넘어보세요. 미술은 '아는 것'보다 '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서울 인사동.사간동.광화문.평창동.청담동.신사동.홍대 앞쪽에 화랑 거리가 만들어져 있으니 친구나 가족과 함께 나들이 삼아 둘러보세요. 미술은 찾아가서 보고 자기 눈과 마음을 키우는 일이 으뜸입니다.
미술감상은 백 사람이면 백 가지의 답을 내놓는 분야입니다. 예술 감상에 있어서는 결코 남의 노예가 되지 마세요. 당신이 주인입니다. 꽃 그림이 좋으세요? 그럼 꽃 그림에서 출발하세요. 추상화가 좋습니까? 그럼 왜 좋은지 생각하고 말하고 즐기세요. 좋아야 오래갑니다. 전문가가 추천했다고 마음에 와닿지도 않는 작품을 노려보지 마세요. '나만의 걸작'을 만들고 즐기는 일이 미술품과 친해지는 지름길입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자꾸 만나고 싶은 것처럼, 좋은 미술품을 발견하면 자주 보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입니다. 헤어지기 싫어서 결혼하는 연인처럼, 곁에 두고 싶은 미술품이 생기는 때가 바로 미술품 수집을 시작할 단계입니다. 마음을 준 그림이 머리맡이나 거실에 걸려 있어 언제나 눈길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문제는 그림이나 조각 한 점 사는 게 그리 만만치 않다는 거지요. 미술품 컬렉션의 역사가 긴 서구에서는 부동산.보석.미술품을 3대 실물 투자 대상으로 치지만 우리 실정에는 아직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권해드리고 싶은 방법은 돈 액수에 매이지 마시라는 겁니다. 판화나 사진, 조각처럼 멀티플 에디션(한 작품을 여러 점 찍어내는 것)이 가능해서 상대적으로 싼 작품부터 시작하시면 어떨까요? 여러 점 찍는다지만 서너 점에서 열 점 안팎인데다 요즈음은 사진 값이 오르는 추세라 투자 가치도 무시할 게 아닙니다. 일상 생활에서 쓸 수 있는 가구나 공예품도 잘 고르면 몇십 년 쓰다가 비싼 값에 팔 수 있는 예술품이 많습니다.
이런 일 역시 화랑 문을 밀고 들어가시는 일이 먼저입니다.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사야할지 모르시겠다면 화랑에 찾아가 주인을 귀찮게 해보세요. 전시회를 열고 있는 작가에게 자꾸 물으세요. 미술 감상과 투자는 눈과 발이 밑천입니다. 자, 지금 봄 화랑가로 나서보세요. 연애하는 심정으로.
이주헌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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