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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美] 최고의 예술품을 찾아서 (12) 청자참외모양병

편집부








밤이슬 함초롬히 머금은 꽃봉오리

▲청자참외모양병
※ 이미지는 첨부파일 참조
고려시대 귀족문화와 불교문화의 산물인 청자는 비록 중국에서 비롯됐지만 고려에 들어와 발전하는 과정에서 중국과는 다른 창조적이며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했다. 청자 중에서도 전문가들은 ‘청자참외모양병’과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이 가장 뛰어난 예술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하는데, 이번 호에서는 먼저 ‘청자참외모양병’의 아름다움을 짚어보고, 이어서 다음호에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을 다루기로 한다. / 편집자주
조형감각과 翡色의 은은한 스밈
이 화병은 조형상 입과 목부분(상부), 몸체부분 (중부), 다리부분(하부) 등 세부분으로 이루어졌다. 몸체가 참외모양을 본 딴 데서 참외모양(과형)화병이라고 한 것이다. 몸체 위의 입과 목은 활짝 핀 나팔꽃같이 생겼으며 몸체 밑의 다리(받침)부분은 마치 짧은 주름치마를 두른 것 같다. 잎과 목부위는 달리 생각해보면 참외꽃 같기도 하다. 참외꽃이 예쁘게 피어나면 얼마 있다 꽃과 줄기사이에 새끼 손가락반쯤이나 될듯 한 참외가 달렸다가 참외가 조금 자라면 이내 꽃은 떨어지고 만다.
참외꽃이 핀 찰나 표현
나는 이 화병의 잎과 목은 참외꽃이 예쁘게 핀 모습이고 몸체는 물론 참외라고 생각해보기도 한다. 나팔꽃도 참외꽃도 아주 활짝 핀 모습은 조금은 지나쳐서 곧 더 벌어져서 밖으로 쳐지다가 오므라들게 된다. 이 화병의 꽃잎은 꽃이 활짝 핀 바로 그 순간이거나 활짝 피기 바로 전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 순간은 몇 초 일수도 찰나 일수도 있을 것이다. 이 화병을 만든 사람은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가장 아름다운 그 순간의 모습을 가슴에 품어 숨겨두었다가 이 화병의 꽃잎을 만든 것이다.
도자기는 불의 예술이고 자연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그 자연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깊이 관조하고 그 이치를 깨달아 자연의 순리대로 우리 조상님네는 살았다. 이 화병의 꽃잎도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자연 속에서 순간의 아름다움을 가슴에 담을 수 없었다면 이 세상에 태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청자는 불길에 지극히 민감하다. 불길 속(가마 속)산소의 함량에 따라 비색청자도 되고 황색청자도 갈색청자도 된다. 그 뿐 아니라 불길의 온도(가마내 온도)에 따라 자화가 될 수 있는 적정한 온도일 때는 작가가 원하는 형태가 되지만 불과 10도, 20도, 30도 차이에서 쳐지고 주저앉고 일그러지는 등 바라지 않는 여러 가지 상황이 전개된다.
더구나 이와 같이 화병의 꽃잎이 얇을 경우에는 순간 온도 상승에 따라 처지고 말기 때문에 이와 같이 아름다운 꽃잎을 청자로 만든다는 것은 신기라고 할 수 밖에 없고 결국은 바람과 불길이라는 자연에 맡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자연의 순리를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이루어 낼 수 없는 것이다.
아무리 화병의 꽃잎모양이 아름다워도 꽃잎과 목부위의 크고 작음이 서로 잘 어우러져야하고 몸체인 참외모양의 크기가 적절하여 잎과 목부위와 또한 잘 어우러져야하고 다시 주름치마같은 화병받침과도 서로 잘 어우러져야한다. 이 화병은 입과 목부위와 몸체와 받침 등 각 부위의 높이와 크기 등 비례가 아주 적절하여 서로가 흔연히 어우러져 아름다운 균형미를 발산한다. 그렇다고 여기에 그쳐서는 이 화병이 그렇게 아름답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깨 바로 위의 약간 퍼진 목 밑 부위에서부터 조금씩 줄어들어 목 가운데에 이르러서 다시 점점 퍼지면서 목부위의 중앙에서 약간 좁아졌다가 다시 퍼지면서 꽃잎의 끝에 이르는 선의 유려, 유연함이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아름다운 자태를 들어내고 있다.
이와 같이 곱고 고운 선을 지닌 병의 상부를 참외모양의 몸체 어깨 위에 사뿐히 얹어 놓았다. 곱고 고운 상부에 비해 참외모양 몸체는 참외골이 깊고 튀어나온 등성이가 힘이 있어 서로가 좋은 대조가 되며 꽃잎 끝에서 어깨에 이르는 선과 참외모양 몸체의 선이 S자형으로 상반되게 이어져서 부드러운 가운데 역동적인 힘이 있다. 이러한 병의 몸체전부를 받치고 있는 주름치마 받침은 곡선의 변화없이 밖으로 直斜線으로 조금 넓게 퍼져 의젓하고 안정된 자세를 하고 있다.
부드럽지만 맺고 끊음 분명
조금 설명이 긴 듯하지만 이 뿐만이 아니다. 한국미술은 친근감있고 부그럽지만 각 부위의 기·승·전·결의 변화하는 점을 중요시하여 얼른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맺고 끝냄을 중요시한다. 화병이 시작되는 꽃잎은 절묘하며 복부의 중간에 석줄 음각선을 그어 길지 않은 병목중심에 조금은 지루할 수 있는 시점을 애교있게 어루만져주고 있다.
목 아래 조금 굵은 한 줄 음각선을 다시 긋고 2~3mm 간격을 두어 그 아래는 참외의 골진 곳과 볼록한 등성이와 마주치면서 양각의 橫帶線이 자리하게 하여 목과 어깨사이를 자연스럽게 연결해주고 있다. 참외 몸체의 밑부위도 하부의 주름치마와 마주치면서 여기는 좀 더 의도적으로 양각 橫突帶를 만들어 연결부위를 재미있게 들어내주고 있다.
이러한 표현양식은 자칫 그냥 넘어가서 밋밋할 수 있는 부위에 畵龍點睛의 효과를 나타내었다. 한국미술은 조화미와 균형미의 아름다움이기도하다. 우리는 이 화병에서 잎과 목부위, 몸체와 하부의 기막힌 어우러짐과 균형미와 곱고 역동적면서 의젓한 선의 흐름에서 한국미의 아름다운을 본다.
청자 비색의 아름다움은 또 하나의 생명이다. 이 화병은 고려 인종(1123~1146)의 장릉에서 출토되었다고 전해 내려온다. 인종 초에 고려에 온 중국사신 徐兢이 펴낸 宣化奉使 高麗圖經에 의하면 “고려사람은 푸른도자기를 비색(翡色)이라고 불렀으며 근년 이래 그 제작이 공교(工巧)해졌으며 색택이 더욱 아름답다(色澤尤佳)”고 하였다. 당시 중국의 汝官窯 청자가 중국인의 자존심이요 지금도 세계인이 그 비색(翡色)의 아름다움을 찬탄하여 마지않는다.
당시 중국의 안목이 높은 큰 학자가 고려청자의 비색을 드높이 평가한 바로 그 시점에 만들어진 명품청자가 바로 이 화병이고 이 화병의 비색이 12세기 전반기를 대표할 수 있는 아름다운 비색이다. 이때의 비색은 안개 넘어 사물을 보듯 하나 유약 밑으로 가는 음각선도 잘 보이지만 완전한 투명도를 지니지 아니한다. 유약에는 빙렬이 거의 없고 크고 작은 기포가 많다. 이 시대 고려청자의 형태와 비색의 아름다움은 고려가사와 같이 은은하고 연연하여 길고 긴 여운이 언제까지나 가슴속에 깊이 스며있게 마련이다.
청자 상감 이전의 소위 순청자를 대표할 수 있는 청자가 이 과형화병이라면 그 다음 시대의 청자상감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청자는 청자상감운학문매병(간송미술관 소장)을 들 수가 있다.
한층 더 유려해지는 상감청자
이 매병은 작지만 예각이 있고 기품 있는 입부위 바로 밑에 아주 낮은 목이 있고 바로 여기서부터 넓게 퍼져 내려 풍만한 어깨를 이루고 좀 더 퍼져 내려가 윗몸체를 이루다가 점점 유연한 선을 이루면서 좁아져 긴 허리가 되다가 허리중심에서 다시 퍼져 내려 바닥에 이른다. 고려에는 11세기로부터 많은 매병을 만들어냈지만 유려한 선의 흐름을 지닌 고려적인 형태로 세련된 것은 12세기전반기였다.
이 매병은 12세기말 13세기초경의 작품으로 유약은 상감시기의 밝고 명랑한 비색청자를 대표할 수 있으며 형태 또한 선의 흐름과 변화가 한 층 유려하여 상감시기 고려 매병을 대표할만하다.
이 매병에는 고려청자문양을 대표할 수 있는 운학문으로 인해 능숙하고 자연스러워 마치 한 떼의 학의 무리가 푸른 하늘에 점점이 흩날리는 구름 사이를 훨훨 나는 것 같다. 청자과형화병은 밤이슬을 함초롬히 머금은 꽃봉오리가 아침 햇살을 받아 갓 피어난 모습이라면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은 한낮까지 햇살을 받아 흐드러지게 피어난 모습일 것이다.
고려미술은 과학이 뒷받침이 되는 뛰어난 기술수준이 뒷받침하여 이루어질 수 있었다. 그러면서 과학은 뒤에 숨고 비색과 조형의 아름다움만이 우리에게 다가선다. 이 화병이 지니는 각 부위의 흔연한 어우러짐과 각 부위간의 적절한 균형미는 12세기 전반기 바로 그 시대의 조형정신의 산물이고 그 시대의 법도이다. 이미 11세기 초경부터 시작된 이러한 화병류는 처음 각 부위의 비례가 서로 어울리지 않고 꽃잎이 너무 벌어지고 쳐진 것이 있는가하면 목이 좀 가늘고 긴 것도 있고 어깨가 지나치게 과장된 것도 있고 받침이 너무 높거나 낮은 것 등이 있다.
이러한 예들이 12세기에 들어 각 부위의 비례가 적절해지고 서로 절묘한 균형이 이루어져 바로 이 화병에 이른 것이다. 13세기에 이르면 큰 화병이 많아지면서 각 부위가 너무 비대해지는가 하면 또한 각 부위간의 비례가 서로 맞지 않아 균형이 잡히지 않고 조화를 상실하고 만다. 따라서 이시기에는 이와 같이 각 부위의 비례와 선의 흐름과 비색이 아름다운 예쁘고 잘생긴 화병은 찾아볼 수 없다.
/ 정양모(前 국립중앙박물관장)
※ 필자는 서울대 사학과를 졸업했으며, 국립중앙박물관장 및 한국미술사학회 회장, 경기대 석좌교수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한국의 도자기’, ‘고려청자’ 등이 있다.
※ 출처-교수신문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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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日 청자와의 비교 中, 지극히 인위적인 파격적 조화 … 日, “대체로 과장된 감”

▲청자삼족화로
※ 이미지는 첨부파일 참조
중국청자는 여관요청자를 으뜸으로 여긴다. 여관요에 관해서는 근년에 비로소 그 정체가 밝혀지기 시작하여 淸凉寺 요지와 張公巷 요지의 조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여관요청자라고 알려져 높이 평가받고 있는 예는 세계적으로 유수한 박물관에 몇 점씩이 있으나 그 중에서는 영국의 퍼시벌데이빗화운데이션 舊藏이고 현대 런던대학 박물관 소장의 여관요청자를 가장 높이 평가한다.
그 중 청자삼족화로는 유사한 예가 북경고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 향로는 고동기의 형태에서 비롯된 것으로 형태가 엄정하고 장중한 맛이 있고 유약은 흐리고 차분한 연녹색인데 연한녹색에 분이 섞인 듯 한 절묘한 색조에 전혀 투명하지 아니하다. 곡선의 유려한 흐름이나 변화가 없이 엄정하고 큰 몸체에 세 개의 발은 아주작지만 야무져서 그 기품에 힘이 실려 있다. 이것은 자연스럽고 절묘한 조화와 균형이 아닌 의식적이고 지극히 인위적인 파격적 조화로 그 시대 중국적 미의식의 발로이다.
일본의 청자문화는 18세기에 가서야 비로소 청자다운 청자가 만들어진다. 그것도 회색태토가 아닌 백자태토 위에 청자유약을 두껍게 입힌 소위 나베시마 청자다. 워낙 한국·중국과 비교하면 시대가 뒤떨어져 같은 수준에 놓고 얘기하긴 곤란하다. 그러나 구태여 언급하자면 나베시마의 청자는 큰 그릇(大盤), 큰 병, 이런 것들이 많고 또 일본에 미스사시(水指) 중에 청자가 보이는데, 일본의 청자 조형은 중국의 기형을 닮은 것도 있고, 17세기 이후 독자적으로 이루어놓은 기형도 있다.
다채색등나무무늬큰접시는 백자질에 청화기법을 사용한 큰 접시다. 바탕에 구름을 배치하고 대나무로 만든 시렁에 늘어뜨려져 있는 등나무 그림을 표현했다. 구름은 청화기법으로 그리고, 등나무 잎의 윤곽과 잎맥은 청화로 바탕은 녹색 안료를 주로 하면서 부분적으로 황색안료를 덧붙여 채색했다. 줄기는 적색안료로, 꽃은 바탕의 흰색을 살리고 꽃잎은 붉은색으로 윤곽과 잎맥을 표현했다. 바깥면 무늬는 청화로 농담을 번갈아 가며 칠보무늬를 세 곳에 배치하고, 굽은 상하에 경계선을 두고 그 사이에 단선무늬를 돌렸다.
나베시마 청자는 일상용품과 헌상품으로 주로 쓰였는데,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일본의 조형은 대체로 과장된 감이 있고 여기에 장식을 많이 하여 인위적인 조형으로, 자연스러운 느낌을 찾긴 어렵다.
/ 정양모(前 국립중앙박물관장)
※ 출처-교수신문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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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조사: 한국 최고의 청자 투각칠보문향로, “다양한 기법 총동원된 秀作”

▲청자투각칠보문향로, 국보 95호, 높이 15.3cm 지름 11.5cm, 12세기, 국립중앙박물관. ©
한국 최고의 청자로 전문가들은 ‘청자참외모양병’과‘청자상감운학문매병’을 꼽았다. 각각 6명이 추천했다.
장남원 교수 등은 청차참외모양병에 대해 “이처럼 조형적으로 완전한 균형감과 질적으로 뛰어난 예가 없다”라며 청자의 대표작으로 꼽았고, 방병선 교수 등은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을 두고 “중국 매병과 달리 당당한 어깨와 부드러운 허리곡선을 지녔으며 운학문을 상감한 절정의 기술력을 엿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5명이 추천한 ‘청자투각칠보문향로’ 역시 두 작품에 뒤지지 않는 것으로 평가됐는데, “서로 다른 모양을 기능적으로 결합해 하나의 완성된 조형물로 나타냈으며, 음각·양각·투각·퇴화·상감·첩화 등 다양한 기법이 이용된 수작”으로 꼽힌다.
향로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는데, 향이 빠져나가는 뚜껑과 향을 태우는 화사, 그리고 이를 지탱하는 받침이다. 뚜껑에 투각된 문양은 둥근 고리를 겹치게 연결한 칠보문으로 多福·多壽·多男을 기원하는 7개 길상 도안 가운데 하나인 錢寶로 福을 상징한다. 뚜껑의 꽃술 부분에는 원점이 하나하나 백상감되어있는데, 이는 상감기법 발상기의 모습으로 추측되고 있다.
연꽃모양의 화사는 꽃잎이 세 겹으로 중첩돼있는데 꽃잎은 따로 제작해 붙인 것이며, 이를 첩화기법이라 한다. 화사와 대좌 사이를 연결하는 꽃잎도 같은 방법으로 제작됐다. 대좌는 편평한 여섯 개 잎이 있는 꽃모양으로 가장자리에 음각된 당초문이 둘려져 있다. 나아가 향로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대좌를 받치고 있는 앙증맞은 세 마리의 토끼다.
청자 분야에서는 이 외에도, 청자동화연화동자형주자, 압형연적, 청자투각용머리장식붓꽂이, 청자원숭이연적, 청자사자뚜껑향로, 청바매화대나무무늬매병, 청자상감모란문두귀항아리 등이 훌륭한 작품으로 거론되었다.

/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 추천해주신 분들: 강경숙 동아대, 김영원 국립중앙박물관, 방병선 고려대, 윤용이 명지대, 이종민 충북대, 장남원 이화여대, 정양모 前 국립중앙박물관, 최공호 한국전통문화학교, 이상 총 8명 가나다순.
- 청자참외모양병 ★★★★★★
- 청자상감운학문매병 ★★★★★★
- 청자투각칠보문향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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