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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사는 세상 (5) 모래알 메세나그룹

이규현

미술도 계드는 시대 뭉쳐야 잘산다
컬렉터 모임 통해 서로 정보 교환 효과적 투자+화가 후원…일석이조
미술 투자는 장벽이 높은 편이다. 정보가 부족하면 돈만 있다고, 안목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다. 그래서 컬렉터들이 정보를 나누는 모임이 생기고 있다. 효과적인 투자를 하고, 화가들을 후원하는 기능도 한다.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활동인 ‘메세나(Mecenat)’를 일반인들이 하는 셈이다.
자생적으로 생기는 컬렉터 모임은 대개 온라인 모임, 계모임 등이 있다. 금융회사에 다니는 A(36)씨는 20대 후반부터 그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처음 산 작품은 밝은 색점으로 가득한 풍경화인 ‘농원’의 화가 이대원(1921~2005)의 판화 한 점. 이후 화랑과 경매에 다니다가 금융계에 종사하는 다른 미술 애호가들을 알게 됐다. 요즘은 3~4명이 경매 날 저녁식사를 같이 하는 식으로 모인다. 모임에 주요 화랑의 대표나 경매회사 담당자도 초청해 시장의 따끈따끈한 정보를 듣는다. A씨는 이 모임 덕에 최근 가격상승률이 가장 높은 이우환을 일찍이 구입할 수 있었고, 가장 좋아하는 작가인 오치균의 작업실도 방문해 작가를 개인적으로 알게 됐다.
온라인 모임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게 특징이다. 네이버 카페에 마련된 ‘미술투자클럽(cafe.naver.com/artinvest.cafe)’의 회원은 무려 240명. 미술투자 정보를 빠짐 없이 스크랩하고 그림 살 때의 고민을 나눈다. 매달 주요 전시, 경매, 아트페어 일정을 정리해 중요행사를 놓치지 않도록 챙긴다.
‘미술 계모임’은 매달 조금씩 돈을 내서 나중에 돈이 쌓인 만큼 그림을 가져가는 방법이다. 최근 서울보증보험 사옥의 로비를 빌려 후원화가들 전시회를 열어준 ‘블루오션’이 그런 경우다. 회원 50명이 매달 10만~50만원씩 내서 후원화가들이 해외 아트페어에 나갈 수 있도록 비용을 마련해 주고, 후원금이 쌓이면 그 액수에 맞는 그림을 한 점씩 가져간다.
컬렉터 모임의 장점은 역시 정보 공유다. 미술시장에서도 정보는 돈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어떤 유명 화상(또는 화랑)이 누구의 작품을 사들이는지 아는 것도 돈이다. 요즘은 세계적 컬렉터인 영국의 찰스 사치가 중국 현대작가들에게 관심을 가진다는 소문이 돌아, 그가 누구의 작품을 사는지 알아내느라 컬렉터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가 손을 댄 작가들은 대부분 값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미술사에서 가장 유명한 컬렉터 모임인 ‘곰가죽 모임’은 1914년 3월 프랑스 파리에서 반 고흐, 고갱, 피카소, 마티스 등의 작품 145점으로 경매를 해 투자원금의 다섯 배가 넘는 돈을 건졌다. 이 작가들이 주목을 끌지 못할 때부터 이미 모은 것이었다. 당시 파리의 평론가와 큐레이터들은 컬렉터들이 자신들보다 앞서서 전도유망한 작가들을 알아봤다는 사실에 놀랐다. 서울옥션의 심미성 부장은 “최근 생긴 컬렉터 모임들은 경매가 끝나면 인터넷을 통해 그 경매의 문제점을 지적하곤 해서, 회사측에서 이런 모임을 주시한다”고 말했다. 모래알 컬렉터들의 모임이 시장을 감시하고 판도를 바꿀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규현기자
※출처 : 조선일보 200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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