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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장 뜯어보기 (1) 그림 살 때 체크포인트

편집부

작년에 없어서 못팔던 작가그림, 소비자 취향 바뀌어 올해는 ‘찬밥’
- 최윤석 (서울옥션 기획마케팅팀 과장)
최근 미술시장에 대한 관심을 투자적 측면과 연관 지으려는 시도를 많이 접한다. 미술작품이란 것이 매매를 통해 자본 이득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러 위험 요인도 안고 있음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미술시장에 들어서는 사람들은 첫째, 미술작품의 가치(가격)는 취미(taste) 변화에 따라 뒤바뀔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주식은 해당 기업의 매출과 순익 등 객관적 실적에 의해 가치가 평가되고, 객관적 특성이 유지되는 한 가치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미술품은 다르다. 객관적 특성이 그대로 유지된다 해도 수요자의 선호도(취미)가 변하면 가격 변동 폭이 클 수 있다. 특히 미술계의 평가가 한창 진행 중인 현대미술의 경우 가치 변동의 위험은 매우 크다. 독일 출신 작가 프란츠 아케르만(Franz Ackermann·44)을 보자. 지난 2004년 크리스티 현대미술 경매에서 ‘정신적 지도:탈출 Ⅲ(Mental map: Evasion Ⅲ)’가 추정가의 3배가 넘는 21만 달러(약 2억원)에 낙찰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그의 작품은 지난해 말까지 경매 시장에 나오기만 하면 곧바로 높은 가격에 팔려 나갔다. 그러나 올해 들어 그의 작품을 대하는 미술시장의 태도는 너무나 달라졌다. 지난 5월 18일 경매회사 필립스의 현대미술 경매까지 올 들어 총 6점의 작품이 출품됐지만 이 가운데 3점이 유찰됐고, 특히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탈출(Evasion) Ⅵ’(캔버스에 아크릴릭, 195×210cm, 추정가 28만~35만 달러)마저 유찰돼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둘째, 작가의 시장 인지도를 체크해야 한다. 구입하려는 작품의 작가가 어느 정도 가격대에서 거래가 이뤄지는지 살펴봐야 한다. 동일 작가 작품일지라도 작품별로 가격이 어떻게 다른지도 따져봐야 한다. 다 같은 작품인 것 같지만 그림의 소재나 제작 시기에 따라 가격대도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이대원(1921~2005)의 경우 다 같은 ‘농원’이지만 70년대와 80년대 작품이 90년대와 2000년대 작품보다 비싸고, 오지호(1905~1982)는 다 같은 인상파적 화풍이지만 해경(海景)이 설경(雪景) 보다 비싸다. 70~80년대 이대원 그림이 이후 그림보다 필치가 섬세하고 힘이 있기 때문이고, 오지호 해경은 설경에 비해 인상파적 분위기를 더 잘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같은 작가, 같은 소재, 같은 시기의 작품일지라도 화면 구성과 밀도 등 작품의 세세한 차이에 따라 가격이 더욱 더 차별화되는 추세여서 컬렉터들의 꼼꼼한 관찰이 요구되고 있다.
셋째, 작가의 최근 트렌드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인기가 상승 추세에 있는 작가인지, 보합 수준의 작가인지에 따라 작품의 시장 가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특정 작가의 컬렉터층이 두터운지 아닌지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두세 명의 컬렉터간의 경쟁으로 형성된 가격은 가격 저항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유동성 체크도 빠뜨려서는 안 된다. 시장에서 거래가 많은 작가일수록 적정 가격에 되팔기도 수월하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구입하기 전에 반드시 실물을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술작품은 사진으로 볼 때와 실물로 볼 때 서로 다른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다. 또 사진으로만 봐서는 작품의 보존 상태를 확인하기 어렵다. 국내외 경매회사 약관 중에 공통적으로 들어가 있는 내용이 경매회사는 작품을 ‘있는 그대로(as it is)’ 출품한다는 것이다. 위탁 받은 그 상태로 작품이 출품되기 때문에 보존 상태는 응찰자 스스로 확인해야 한다는 뜻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사진으로만 보고 작품을 구입한 후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고 말해봤자 물러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컬렉터들은 경매일 약 일주일 전에 열리는 전시(프리뷰)를 통해 직접 실물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 조선일보 2007.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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