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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소장! 그 문화적, 창조적 행위

정준모

- 정준모
연초 2월에 이미 올 한해 미술시장의 향방을 가늠하게 할 일 들이 이어지고 있다. 해외미술시장 특히 크리스티 런던경매에서 현대미술이라고 일컫는 2차 세계대전 후 활동 했던 작가 중 영국의 런던스쿨의 일원이었던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1909-1992)이 기록을 경신 했다.
그가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1650년 작품인 ‘교황 이노센트 10세’에서 영감을 받아 1956년 그린 ’초상화 연구 2(Study for Porait Ⅱ)'가 2월 8일 크리스티 경매에서 1420만 파운드(한화 260억 상당)에 낙찰되었다. 이 작품은 그의 초상화연구의 50점의 시리즈 중 하나로 그간의 베이컨의 작품 중 최고가를 기록했는데 이 그림의 출품자가 이탈리아의 영화배우 소피아 로렌과 그의 마지만 남편 카를로 폰티의 소장이었다는 점이 낙찰가를 부추겼다고 하지만 실은 미술시장의 열기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베이컨의 지금까지 최고가의 작품은 지난해 11월 14일 소더비 뉴욕경매에서 ‘주사를 맞으며 누워있는 여인 2’가 1500만 달러(한화 약 140억원)에 낙찰된 바 있다. 이 작품의 내정가는 900만-1200만 달러였으나 그것을 가뿐하게 상회하면서 낙찰 되었다.
그러나 불과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그의 2배가 넘는 가격에 낙찰 되면서 2차 세계대전 후 활동했던 현대작가들 중 드 쿠닝에 이어 상종가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렇게 2월 초 10일간 크리스티와 소더비가 런던경매에서만 거래한 금액이 3억 8천 600만 파운드(약 7천67억 9천만원)에 달해 작년 한국경매시장의 총 거래액인 600억원의 약 12배에 달한다.
이런 미술시장에 대한 열기를 이번 경매를 바라본 미국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전 관장인 토마스 호빙(Thomas Hoving)은 “예술은 사랑스럽다! 예술은 돈이며 사랑스럽다! 예술은 돈이자 사랑스러우며 사회적이며 신분을 상승시키는 동시에 환상적이다.”(Art is sexy! Art is money-sexy! Art is money-sexy-social-climbing-fantastic!)'라는 말로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미술품에 대한 열기의 배경에는 오일달러와 경제력이 급신장한 새로운 미술품 수집 층들이 형성되기 시작한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와 중동 그리고 러시아와 전 소련연방에 속했던 국민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으며 토마스 호빙의 지적처럼 미술품이 갖는 또 다른 매력이 미술시장을 끌어나가는 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미술시장도 올 초 K옥션의 인터넷 경매에서 이미 그 열기의 조짐을 드러낸 바 있으며 현재 인사동 화랑가를 중심으로 새롭게 집중하기 시작한 컬렉터들의 행보가 더욱 빨라지고 있음을 볼 때 한국미술시장의 열기는 그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기대의 배경을 들어보면 첫째 몇 년간 지속되어 온 미술시장의 활황으로 10인 이내의 인기 작가들에 집중되었던 매집현상은 그 범위를 넓혀 지금까지 저 평가되었던 우량작가들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 행정도시, 혁신도시, 신도시 개발 등으로 토지 보상비등이 지속적으로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그 중요한 투자처로 미술품이 최 우선순위에 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미술품이 갖는 문화적 재화와 경제적 재화라는 동시적인 가치이다.
세 번째 요인은 매우 중요한 것이자 미술품 소장이 단순하게 투기나 투자가 아닌 문화적 가치이다. 그간 미술품이 투자나 투기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정치와 사회적 불안정에 기인한 것이었다. 그러나 참여정부를 겪으면서 국민일반에게 정치의 미숙을 넘어 설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으며 경제적인 어려움도 정부정책과 상관없이 민간의 힘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성장률이긴 하지만 이루어 낼 수 있었다.
적어도 참여정부의 공적이라면 이렇게 정부가 무능하더라도 국민들의 성숙한 의지와 자세로 이와는 무관하게 국민들이 살길을 찾아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확인 시켜준 것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미술품에 대한 관심은 대한민국 국민의 업그레이드된 문화시민의식과 교양인으로서의 자세가 경제적인 여유와 결합하여 나타난 것이다. 단순한 종래의 투기나 투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 우리 국민의 교육정도나 경제력은 미술품 수집이라든가 교향악 감상, 오페라 감상 등 흔히 말하는 고급문화를 소비하고 향유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었기 때문에 당연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17세기 해상무역이 발달하면서 상인계급이 중산층으로 부상한 네덜란드의 경우 미술품에 대한 관심이 크게 일었다. 하지만 이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작품들은 초상화나 정물화, 풍속화가 크게 유행하였다. 그러나 이들 미술품은 거개가 내실 장식용 작은 그림이었으며 바니타스(Vanitas)라는 교훈적인 내용 즉 죽음 앞에서 늘 겸손할 것을 주문하는 그런 그림들로 극 사실적인 그림이 대종을 이루었다.
이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 할지라도 교육정도가 낮았던 당시 사람들에게는 매우 당연 한 것이었다. 청교도적인 교훈을 주는 동시에 장식을 함께할 수 있는 그림의 수요가 소비자의 수준과 아주 잘 맞아 떨어진 경우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교육정도는 당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뿐 만 아니라 문화적 심미안도 그것과 비교 할 때 하늘과 땅 차이이다.
따라서 한국의 미술시장은 단순하게 취미에 봉사하는 그런 그림이 아니라 문화적 창조를 뒷받침 할 추진동력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이런 동력을 바탕으로 한국현대미술의 새로운 세대들은 해외로 발을 넓히고 있다.
중국의 젊은 작가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냉소적으로 그려내는 차이니스 아방가르드로 그리고 일본 작가들이 만화와 오다쿠 문화를 바탕으로 자팬 팝으로 자국출신 교포들을 중심으로 해서 세계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대신 한국의 젊은 작가들은 국내시장의 활황을 배경으로 자신감으로 무장하고 좀 더디지만 튼실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이런 점이 한국 미술시장의 미래를 밝게 하는 요인인 것이다.
이런 추세는 기업들이 문화경영, 감성경영이라는 기치아래 대기업을 중심으로 문화마케팅을 펼치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전에는 문화적인 기업, 예술적인 은행이라는 이미지를 가져가기 위해서 문화예술 마케팅을 펼쳤다면 이제는 문화와 예술을 제외하고 단순하게 소비자나 고객에게 자신의 상품을 팔거나 자산을 맡겨 달라는 이야기를 꺼 낼 수 없는 환경이 되고 말았다.
특히 일부 금융권들은 발 빠르게 이런 변화에 적응하고 있지만 국민은행의 골드 앤 와이즈의 행보는 매우 감각적인 동시에 남다르다. 아마 지난해 갤러리 뱅크를 표방해서 고객들에게 품격 높은 그림감상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서 단순하게 금융 업무를 취급하는 장소에서 문화예술의 향기가 그윽한 장소로 은행의 이미지를 전환시키더니 올해는 ‘예술적인 삶, 예술 같은 삶’을 제공하기 위해 ‘ART LIFE'라는 주제로 이를 더욱 업그레이드 했다는 소식이고 보면 우리의 삶이 외형적으로는 혹여 더욱 팍팍해진다하더라도 내적으로는 푸근하고 여유로운 삶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랜만에 들려오는 미술시장의 활황은 단순하게 투자나 투기가 아닌 문화와 예술의 향취에 취해 잊고 즐기고 있는 동안 자산가치는 증가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이라 할 것이다. 토끼몰이는 토끼도 잡을 수 있지만 몸도 건강해 진다는 점에서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미술품을 소장한다는 것은 우리네 삶의 때를 벗겨주고 피로는 씻어주는 따뜻하지만 머리는 맑아지는 노천온천 같은 역할을 톡톡하게 해 내는 동시에 작가들에게는 자신 있게 창조적인 작업에 몰두 할 수 있도록 해주는 후견인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지만 한번의 행동만은 못한 법, 오늘이라도 관심을 기울이고 공부를 시작해 볼 노릇이다.
- 상계학사 홈페이지 http://www.forumcjc.com/ (20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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