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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장 뜯어보기 <9> 국내 컬렉터들의 특성

편집부

작품 구입 때 매우 신중…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사들이는 경우 많아


최윤석 | 서울옥션 기획마케팅팀 과장


국내 미술계가 신정아씨 학력 위조 사건으로 정신이 없던 지난 9월에도 경매시장은 뜨거웠다. 서울옥션과 K옥션이 연 메이저 경매는 ‘신정아 무풍지대’라 할 만큼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많은 작품들이 출품돼 팔렸다. 그런데 9월 경매에는 국내 미술시장의 속성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체크 포인트가 몇 가지 있다.

첫 번째 특징은 몇몇 인기 작가들의 작품 가격 상승 폭이 예전에 못 미쳤다는 점이다. 그동안 국내 미술시장의 활기를 이끌었던 이대원과 김종학의 작품이 대표적이다.

왜일까? 먼저 물량이 많았기 때문에 생긴 자연스런 현상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9월 경매에는 이대원의 작품이 23점 출품됐고 김종학의 경우 27점이 시장에 매물로 나왔었다. 올해 상반기 동안 선보인 전체물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론적으로 따지자면, 이전의 상승 폭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공급 대비 수요가 이전과 같은 비율이어야 한다. 하지만 9월 경매에선 수요 증가를 능가할 만큼 공급이 많아졌기 때문에 이전의 상승 폭이 유지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물량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어색한 부분이 없지 않다. 가격대가 적정하다는 확신이 있었다면 물량의 문제는 부차적일 수 있다. 신규 컬렉터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더 그렇다. 결국 9월 경매 결과는 작품 가격에 대한 시장의 경계 심리가 어느 정도 작용한 결과로 봐야 할 것이다. 지난해 평균 가격에 비해 올해 상반기 이대원과 김종학의 작품 가격은 두 배 정도 상승했고, 단기간 급등에 따른 부담감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격 보합세는 사실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다. 최영림, 도상봉, 오지호 등 일정 기간 작품 가격이 상승하다가 상승세가 주춤하는 작가들은 그동안 적지 않았다. 단지 이대원과 김종학의 경우 그동안 가격 상승세가 상대적으로 오래 지속됐고 상승 폭도 컸기 때문에 일반 컬렉터들이 느끼는 정도가 클 뿐이다.

해외시장과 비교할 때 국내 미술시장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컬렉터들의 ‘신중한’ 자세다. 2005년 이후 2년 반 동안의 가격 상승세를 비교해보면 국내 근현대 주요 작가 작품의 경우 평균 2배 정도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중국 현대미술이 3.5배, 인도 근현대 미술이 7배의 가격 상승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국내 시장의 상승 탄력 기반이 약하기 때문이 아니라, 단기 가격 상승에 따른 경계 심리가 강하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국내 미술 시장의 건강하고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은 또 다른 측면에서도 읽을 수 있다. 국내 미술시장의 경우 한 곳에서 가격 오름세가 주춤하면 다른 곳에서 가격이 오르면서, 시장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많은 작가들에게 분산된다. 9월 경매만 해도 그동안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던 작가들의 작품 가격이 보합세를 보인 반면 박서보, 오치균, 권순철, 박항률 등의 작품 가격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시장 전체를 놓고 볼 때 관심의 크기는 꾸준히 확대되는 것이다.

점차 자신의 판단에 따라 작품을 구입하는 컬렉터들이 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동안 국내 컬렉터들의 경우 자신들의 판단에 따라 작품을 구입하기 보다는 판매 기록 등 그 작품을 둘러싼 주변 자료 등에 근거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점차 컬렉터 스스로의 판단으로 작품을 구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9월 경매에서 상대적으로 시장 인지도가 적은 컨템포러리 미술 판매가 잘 된 것은 이러한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러한 경향은 시장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작가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 기존 자료를 중시할 경우 판매 기록이 없는 작가들의 부상이 어렵지만, 스스로의 취미 판단을 보다 중시할 경우 새 작가가 조명받을 기회는 더욱 많아질 수 있다.
 

9월 경매가 보여준 또 다른 특징으로는 국내 미술시장의 해외 작품 소화 능력과 한국화의 부진 등을 꼽을 수 있다. 서울옥션 경매에서는 앤디 워홀의 자화상이 27억원, 마오가 18억원에 낙찰돼 이전의 해외미술 최고기록을 깼다. 반면 한국화의 대가인 청전 이상범과 소정 변관식의 수작 상당수가 주인을 찾지 못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청전의 일부 작은 크기의 작품은 좋은 가격에 낙찰됐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 일부 작품의 유찰을 국내 컬렉터들의 취미의 불균형으로까지 해석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다만 한국화의 경우 1980~1990년대 형성됐던 가격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위탁자와 구매자의 가격 접점이 만들어지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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