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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아티스트 운영 공간들과 그 배경

홍영인

런던의 아티스트 운영 공간들과 그 배경
홍영인(작가/ 런던 거주)

아티스트가 중심이 되어 일어나는 전시나 프로젝트는 더 이상 런던에서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작가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했던 0+1,데이빗 멧달라가 중심이 되었던 CACS, 작가 스튜디오가 군집해 있었던 스페이스 스튜디오 등은 1960년대에 이미 절정기를 이루면서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이 변화해야함을 강조하고자 했다

아티스트가 중심이 되어 1979년 아크미 스튜디오 (Acme studio /www.acme.org.uk)에 설립된 매츠 갤러리(Matt’s gallery/www.mattsgallery.org)는 전직 작가였던 로빈 클라스닉(Robin Klassnik)이 주로 설치미술가를 한 명을 초대하여 기존의 갤러리 공간에서 실현하기 힘들었던 실험적이면서 급진적인 성향의 설치 프로젝트를 가능토록 후원해 주었다. 장기간의 설치 기간과 충분한 공간을 제공하여 새로운 방식의 작품제작이 가능하도록 자극했던 매츠 갤러리는 대부분의 갤러리가 가지는 보수적인 구조에 대항하여 진보적인 성향을 가지면서 실제로 영국의 중요한 작가들(마이크 넬슨, 수잔 힐러, 빅토 버긴 등)을 배출하는 기능을 실현해 왔다. 1988년 데미안 허스트가 중심이 되어 기획한 ‘프리즈’ 전시는 당시 골드스미스 학교 교수였던 마이클 크레그 마틴의 후원으로 미술계와의 다리를 잇게 되었으며, 과거에 공장 건물이었던 빌딩 원(Building One)에서의 연속적으로 이어진 전시 ‘모던 메드신’, ‘갬블러’, ‘마켓’ 등은 당시의 중요한 아트 딜러들이나 컬렉터등에 의해 후원과 주목을 받게 되어 소위YBA의 신화를 남겼다.

미술 시장이 여전히 활성화 되어있지 않았던 런던의 90년대 후반 무렵까지, 아티스트들에게 전시의 기회가 주어지고 갤러리스트들에게 작품을 노출하는 일은 상당히 힘들었다. 작가들은 직접 전시를 기획하고, 관객 확보, 전시 홍보를 담당하는 멀티플레이를 할 수 밖에 없었으며, 정부(Arts Council England)가 후원하는 예술 사업이 개인보다는 그룹으로 조직되어 일어나는 사업인 점은 작가들이 그룹을 이루어 일을 하도록 만드는 동기를 제공하였다. 단체을 형성하고 함께 일을 하는 것이 아직 기반이 불안정한 작가들 개인에게 미술계 안으로 들어서기 위한 더 수월한 방식이 되는 것이 사실이었으며,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일차적인 조건이 되었다. 이러한 그룹 위주의 활동 현상은 현재에까지 영국 미술 전반적으로 활성화된 양상으로 보여진다.

런던의 미술계는 최근 5-7년 동안 급속도로 성장, 변화했다. 테이트 모던은 전세계 최대 규모의 현대 미술관으로, 그 존재가 영국의 다른 미술관이나 갤러리들의 성격과 운영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행사하는 듯 보여진다. 이제 현대 미술은 런던 전역에서 전례 없이 패셔너블한 사건처럼 일어나고 있는데, 이를테면 복권단체가 예술기관이나 프로젝트를 후원하고, 프라팔가 광장에 현대 미술품이 놓여지며, 전철역이 현장 갤러리가 되어 시민들을 즐겁게 하고, 셀프리지 백화점에서 예술작품을 만나는 관객을 그것을 너무나 당연스럽게 여기는 것이다. 단 10년 전만 해도 뉴욕에 비해서 새로운 미술을 찾아보는 것이 쉽지 않았던 도시 런던이 이제는 신선한 작품들로 북적거려 전 세계 미술인들의 고정적인 방문 도시가 되었다.

아티스트 운영공간들은 이러한 변화 안에서 설립 당시 지녔던 고유의 의도와 목적을 지키기가 힘들어진 것이 당연하다. 미술대학 졸업생들이 갈 곳이 없을 때, 모여서 실험적인 시도들을 행하던 칼레도니안 스트리트(Caledonian Street)의 신선한 분위기는 고요해졌다. 매츠 갤러리의 독보적인 역할 역시 북적거리는 런던미술계의 분위기에 묻혀 전과같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지는 않다. 과거의 학교 건물이던 비콘스필드(Beaconsfield/www.beaconsfieldgallery.co.uk)는 인스티튜션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미술의 실험을 가능케 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아티스트 그룹이 설립한 공간으로 여전히 그 의도를 고수하며 지속적인 운영은 하고 있되, 역시 이전처럼 활기찬 다수의 전시들을 소개하고 있지는 않다.
이런 아티스트 운영 공간들에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가치의 인플레이션 현상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에서 그치다기보다는 내면적인 조절과 변화를 이루어 내고 있다. 작가들의 스튜디오와 함께 운영되고 있는 큐빗 갤러리(Cubitt Gallery/www.cubittartists.org.uk)는 뮤지올로지를 컨셉의 기반으로 독자적인 운영을 지속하고 있으며, 가스웍(Gasworks/www.gasworks.org.uk)은 국제 레지던시 프로그램과 스튜디오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탄탄한 국제 작가 커뮤니티를 형성해 오고 있다.

특징적인 공간으로 명성을 가지고 있는 쇼 륨(Showroom / www.theshowroom.org)은 최근 세미나, 출판 사업을 함께 진행하면서 이론적 입지를 더욱 탄탄히 하고자 노력한다
파라솔 유닛(Parasol Unit/www.parasol-unit.org), 트랜지션 갤러리(Transition Gallery/www.transitiongallery.co.uk), 비트윈 브릿지스(Between Bridges/www.betweenbridges.net)는 최근 생겨난 아티스트 운영 갤러리들로, 70-90년대에 생겨난 갤러리들에 비해 역사가 짧기 때문에 그 성과를 아직 진단하기는 어려우나, 새로운 취지와 목적을 가지고 드러나지 않은 젊은 작가들을 찾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은 규모와 취지가 거대하지는 않으나 나름대로 색깔 있는 입지와 방향을 설정해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젊은 작가들이 자생할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버섯처럼 증식해 가는 런던의 크고 작은 갤러리 사이에서 과거의 대안 공간들은 이제 무엇을 위한 대안을 마련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숙고하기 시작했다. 타협과 비타협, 고수와 전환, 프렉티셔너와 비프렉티셔너의 갈등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기도 하고, 미술계의 화려한 변신 때문에 그 목적의 모호함을 변명해야하는 코너에 몰려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대안적인’ 공간을 이루어 내고자 하는 의지는 영국 미술의 지금을 이룬 과거의 업적이며, 영국의 미술의 미래을 움직일 수 있는 현재의 가능성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중 아티스트 운영공간들의 특징은, 시대적인 상황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실험적인 작업’들을 가능하도록 후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공간 운영이 전적으로 국가의 펀딩에 의존하기 때문에 이윤 추구를 하지 않는다는 점과도 연관이 있는 데 예를들면, 더 어프로치(The Approach/www.theapproach.co.uk), 헤일즈 갤러리(Hales gallery/www.halesgallery.com), 원 인 디아더(One in the Other/ www.oneintheother.com)등의 사적인 후원 바디를 가지고 있는 초기의 대안 갤러리들은 기존의 상업 갤러리들과 다른 형식으로 운영을 하긴 했으나 지금은 런던에서 가장 대표적인 상업갤러리들로 성숙하였다.
상업 갤러리와 비상업 공간의 차이의 중요성을 설명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윤 추구를 하지 않는 공간의 경우에서, 미술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없는 엉뚱한 실험성이 더 가능하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미술시장과 작품의 실험적 가치가 서로 상반되어 일어나는 것은 아니나, 원시안적으로 그러한 미술들을 후원하고 격려하는 투자적인 시각과 인내심은 이윤이 개입된 상업공간들에서 일차적으로 지향하는 가치는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대안적인 방향을 숙고하는 공간들은, 대안적인 미술을 키워 왔으며, 자본이나 기존의 가치와 마찰이 생기는 부분에서 늘 비판력를 가지는 작품들이 자라났던 점을 기억할 때 그러한 작가들을 배출해 내었던 공간들에 대한 영국 미술계의 신뢰도는 상당히 높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은 어느 도시를 막론하고, 현대미술이 침투하는 속도가 무제한적으로 가속화되는 듯 느껴진다. 물리적으로 그 곳에 가지 못하면 알 수 없었던 정보들이 인터넷 상으로 신속히 교환되어지면서 미술계의 움직임 역시 빨라진 것이 사실이다. 나아가 어쩌면 위의 현상들이 런던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닌 것 같다. 미술계의 현상마저도 지역적 특수성과 무관하게 신속하게 보편화되어지고 있다면 그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일까라는 어려운 질문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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