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이대형의 ‘큐레이터 따라하기’] ⑩ 미디어 아트의 국가 경쟁력

이대형


지난해 11월 7일 광주 조선대에서는 ‘상상력이 국가 경쟁력이다, 아시아적 상상력이 21세기를 지배한다’라는 제목 하에 국제 포럼이 열렸다. 아시아 문화중심추진단과 연세대학교 미디어 아트 연구소의 공동 주최로 개최된 이날 포럼은 상상력이야말로 인문학과 예술을 넘어 과학기술, 경영, 문화산업 및 디자인을 하나로 묶어주는 키워드라고 정의했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인도, 남아공, 홍콩, 일본 등 외국학자 14명과 한국학자 25명으로 구성된 이날 포럼 참가자들의 화두는 문화상상력과 국가 경쟁력이었다. 그리고 그 상상력을 구체적으로 표현해 내는 미디어 아트의 중요성과 가치가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다.
한국은 꽤 오래전부터 뉴 미디어 환경을 준비해 왔다. 제5회 서울 국제 미디어 아트 비엔날레(2008), 인천세계도시축전(2009), 월드 디자인 캐피털 서울(2010)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축전이 진행되거나 앞으로 열릴 계획이다. 정보기술(IT) 강국·인터넷 강국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행사들이다. 그러나 이들 행사는 일회성 이벤트의 성격이 강하다. 미술관에 갇혀 있거나 일회성 행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미디어 아트의 진면목은 미술관 문턱을 넘어 생활공간과 도시 속에서 사람들과 함께 소통할 때 드러난다. 공공 미디어 아트로서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뉴 미디어 콘텐츠 강국이라는 단어는 아직도 생소하게 들린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안정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보다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연구와 작가 지원 및 투자가 이루어지는 LAB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국내의 경우 KIST, 한국예술종합학교, 중앙대, 연세대, 숭실대 등에서 예술과 테크놀로지를 결합한 커리큘럼과 연구소가 운영되고 있지만 좀 더 예술적인 상상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예술적 상상력이 결여된 테크놀로지는 형식적인 미디어 아트로 남을 우려가 있다.
얼마 전 발표된 한강변 재건축 모델은 세계적 추세이며 기본적으로 자연, 생태, 유비쿼터스 환경을 전제로 한다. 예술성과 기능성, 참여형 문화 도시 재건 프로젝트를 만들어 가는 핵심이 미디어 아트로 귀결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기관의 적극적인 지원이 부족하고, 현행 미술장식품법에 의한 작품비 산출과 유지·보수에 관한 규정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행 문화예술진흥법 시행령 24조에 의하면 건축물에 대한 미술장식물 설치 규정은 회화·조각·공예·사진·서예 등 조형예술물과 벽화·분수대·상징탑 등 환경조형물로 구분해 카테고리를 나누고 각 지자체가 선정한 미술장식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되어 있다. 현재 심의위원회는 미술, 건축, 환경, 공간디자인, 도시계획 분야 등의 전문가 및 시민대표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심의 목적은 객관적인 감정평가에 있다. 미디어 아트란 비디오 싱글채널, 다큐멘터리 필름, 사진, 디지털 사진, 인터랙티브 아트, 디지털 아트, 키네틱 아트 등 세부적인 분야가 방대한 특수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회화나 조각과 같은 동일 선상에서 바라보며 ‘객관적 감정평가’를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오류다.
또한 공공 미디어 아트는 본질적으로 유지·보수가 필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구매자들은 아직도 조각과 회화의 잣대를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게 현실이다. 보통 미술장식품의 하자 보수기간은 1∼3년으로 되어 있다. 회화와 조각의 경우는 무관하겠지만 미디어 아트에서 사용되는 재료의 경우 일반적으로 수명이 짧다. 삼성이나 LG에서 엄청난 개발비를 들여 개발한 텔레비전만 하더라도 애프터서비스(AS) 기간이 6개월인데, ‘작품은 영원할 것이다’는 기대는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유비쿼터스와 디자인 도시를 표방하는 서울의 도시환경은 앞으로 더욱 모던한 건축물을 통해 미디어 아트를 필요로 할 것이다. 문화의 창작 못지않게 지켜나가는 유지·보수가 중요한 까닭이다. 유지·보수에 관한 제도를 강화하고, 작가와 클라이언트 간의 상호 이해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한국의 대표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정영훈씨는 이렇게 말한다. “현재 서울시에는 꺼져 있는 미디어 아트 작품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미술장식품 관련 규정이 미디어 아트의 속성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은 현실에서 비롯된 일입니다. 작가는 미디어 아트 작품의 수명과 AS에 대해 분명히 클라이언트에게 밝혀야 합니다. 유지·보수는 매달 일정한 비용 하에 작가와 엔지니어에 의해 점검되어야 합니다. 마치 엘리베이터 정기 점검처럼 말입니다.”
아직도 공공 미디어 아트 작품을 토목공사와 같이 바라보는 관련 세법도 문제다. 국세청은 작품의 이윤이 30%라고 생각하고 세금을 책정한다. 창작을 통한 사회·문화 공헌을 생각한다면 국가에서 작가에게 주는 혜택이 턱없이 부족하다. 미디어 아트는 질이 문제이지 규모나 양이 문제가 아니다. 뉴 미디어 환경 속에서 가치를 가지고 소통하는 작품들의 경우 조형적인 외형을 기반으로 내부의 독특한 콘텐츠를 자랑한다. 아직도 한국 사회에서는 컴퓨터를 구매하면서 윈도나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끼워줄 것을 요구한다. 이런 현실 속에서 한국이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까. 관련 규정과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고 소비자의 의식도 이에 따라 변해야 한다. 변화된 의식 속에 미디어 아트가 꽃을 피울 것이다.
/큐레이팅 컴퍼니 Hzon 대표 milklee@gamil.com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