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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건진 역사] <10>모두 깨진채 발굴된 원산도 청자 미스터리

편집부

난파 충격으로 깨졌나? 일부러 깨뜨렸나? 說 분분
우리나라 서남해 바닷속은 역사의 보물창고이자 도자기 수장고다. 수중 발굴 유물 중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것은 도자기이고, 그중에서도 고려청자가 대부분이다. 1985년 전남 완도 어두리 수중 발굴 조사부터 전북 군산 비안도와 십이동파도, 충남 보령 원산도, 태안 대섬과 2009년 마도 발굴조사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발굴된 도자기만 해도 8만점에 이른다.
왜 수중 발굴 유물은 도자기가 다수를 차지할까. 도자기가 수중에서도 온전하게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침몰당한 선박이나 그 안에 실린 물건은 바닷속에서는 그리 오래되지 않아도 바다 생물의 공격으로 분해되거나 훼손되고 만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바다에 발달한 갯벌 속에 목제 유물이 완전히 매몰되면 고스란히 남아 있기도 하다. 세계에서도 유명한 수중문화재 역시 도자기나 돌로 만들어진 유물이 대부분이다. 또한 수중 발굴 도자기는 육상에서 발굴된 것과는 달리 완형을 유지하고 있는 일이 많다. 그 수량도 한꺼번에 적게는 수백 점에서 많게는 수만 점이 발굴된다.

◇2004년 충남 보령 원산도 유물 발견 당시 모습. 원산도에서는 사진에 보이는 단 한 점의 작은 접시를 제외하고는 모두 다 파편만 발굴됐다.
우리는 은은한 광택이 흐르는 비색(翡色)과 부드럽고 완만한 곡선을 이루는 고려청자를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현재를 사는 우리뿐 아니라 당시의 중국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송나라의 유명한 문장가인 태평노인은 당시 세계 최고의 물건을 열거하면서 그릇 중에는 고려청자가 으뜸이라고 했다. 지금도 그 아름다움은 명성을 떨쳐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에서 고려청자가 엄청난 금액으로 거래되었다는 뉴스가 종종 들린다.
고려는 선진적이었던 중국의 도자기 제작기술을 받아들여 비색청자를 만들어 내고, 12세기 중반을 전후해서는 상감(象嵌)이라는 공예기법을 도자에 적용, 우리만의 독특한 기술로 발전시켰다. 도자기 표면을 구름이나 학·나무·꽃 모양으로 파낸 다음 불에 구우면 하얗거나 검은 색으로 나타나는 흙을 채워 넣는 상감기법은 기술적인 정교함과 다양한 문양으로 정평이 나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든 나라가 최고의 도자기를 중국에서 수입해서 사용한 시대에 고려만은 자체에서 생산한 청자로 수요를 충족시켜 세계 최고 도자기 생산국 중국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원산도에서 발굴된 청자 매병 편. 이들 세 개의 파편은 덕원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국보 제254호 청자음각연화절지문매병(사진 오른쪽)과 유사한 무늬와 형태를 지니고 있다.
이런 청자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도자기를 구워낼 땔감이 풍부하고, 청자를 빚을 수 있는 양질의 토양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또한 생산된 많은 양의 청자를 소비지에 쉽게 운반할 수 있는 강가나 해안가가 알맞다. 이 같은 조건을 갖춘 전남 강진과 전북 부안이 아름다운 고려청자를 구워낸 핵심 지역이었다.
2004년부터 2005년까지 진행된 충남 보령 원산도 수중 발굴 조사에서 매우 흥미로운 점이 있었다. 대부분의 수중 발굴 도자기는 온전하게 형태가 남아 있는 완형이 주를 이루고 침몰과정에서 깨진 파편이 함께 나오는데, 원산도에서는 작은 접시 단 한 점만을 제외하고는 모두 다 깨진 파편만 발굴됐다. 도대체 왜 원산도 발굴 도자기들은 모두 파편으로만 남아 있었던 것일까.
원산도 발굴 조사 지역은 원래 안면도와 원산도 사이의 좁은 해협으로 물살이 매우 빠른 곳이었다. 아산지구 방조제 간척공사가 마무리되면서 물 흐름도 느려지고, 점차 갯벌 위로 청자 파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주민의 신고로 시작된 발굴은 썰물 때는 갯벌 위에서, 밀물 때는 수중 잠수 발굴을 진행했다. 발굴된 고려청자는 대접·접시·잔을 비롯해 향로·매병·목이 긴 병·참외 모양 병·주전자·의자·여성들이 화장품을 담거나 귀한 약재 등을 담았던 합·단지 등이 있다. 도자기를 만들 때 사용한 태토(胎土·도자기의 몸체를 이루는 점토)나 유색이나 문양 등을 살펴보면 최고급품들과 일부 질이 떨어지는 것들도 섞여 있었다. 대규모 수중 도자기 발굴 때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만들어진 장소와 시기가 다르지만 한 곳에서 좌초돼 함께 발굴된 것일 수도 있고, 용도별·소비처별로 다양한 물건들을 한 배에 싣고 가다 침몰했을 가능성이 있다. 어찌 되었든 이 모든 도자기는 파편으로만 발견되었다.
골동품으로서 도자기를 본다면 완형과 파편의 가치는 비교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발굴된 청자를 고려인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어떨까.

◇원산도에서 발굴된 또 다른 청자 편. 원산도에서 발굴된 도자기 파편은 최고급 고려청자와 같은 것들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국보 제94호 청자소문참외형병(사진 오른쪽)과 형태는 유사하지만 상감으로 무늬를 새겨 넣어 차이가 있다. 도자기 발전 역사를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그 시대에도 귀중한 물건이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사용하기 위해 만든 제품이다. 때문에 우리는 고려청자를 바라볼 때 예술품·공예품이라는 생각과 더불어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과 문화상을 파악할 수 있는 역사자료로 봐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발굴된 도자기 파편은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 거기에 더해 도자기가 어떤 역사적 발전을 거쳐 왔는지를 알기 위해서 파편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박물관에 전시된 도자기는 화려한 조명 아래 완형의 잘생긴 외모를 자랑하며 관람객의 시선을 붙잡는다.
하지만, 그 도자기의 실체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제작방법·용도·굽의 형태·굽 안에 숨겨진 글씨·유약·태토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그래서 도자기를 뒤집어도 보고 만져보고 두들겨볼 필요가 있다. 또한 과학적인 분석을 위해 도자기 조각을 떼어내 보기도 해야 한다. 하지만 박물관에 전시된 국보급 도자기를 감히 뒤집고, 만지고, 두들겨 보고, 조각낼 수는 없는 일이다. 원산도 출토 도자기 파편은 이러한 연구를 가능하게 한 귀중한 유물이다.

◇김애경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해양유물연구과
원산도 출토 청자 파편은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최고의 고려청자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으로 추정된다. 국보 제254호 청자음각연화절지문매병, 국보 제60호 청자양각도철문방형향로, 보물 제1026호 청자사자형뚜껑향로, 보물 제416호 청자투각의자와 거의 똑같은 파편이 있다. 어떤 파편은 국보 제94호 청자소문참외형병과 비슷한데, 상감으로 무늬가 새겨져 있어 도자기의 발전 형태도 알 수 있다. 원산도 발굴 도자기는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로는 13세기 전반 강진지역 가마에서 생산돼 개경으로 운송 중 침몰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청자 파편만이 남아 있었는지 또렷한 이유를 알 수가 없다. 그저 이런저런 가능성만을 생각할 뿐이다. 일부러 깨뜨려서 바다에 버렸을까. 그랬다면 왜 최상품의 귀한 청자를 그리했을까. 배가 난파될 위험에 처해 무거운 물건을 버리기도 하는데, 이 때문일까. 일부러 한 것이 아니라면 험한 날씨와 거친 물살 때문에 배가 난파되면서 그 충격으로 깨진 것일까. 그런데 왜 운반했던 선박이나 다른 유물은 전혀 발견되지 않을까. 도굴로 완형의 것들은 이미 없어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주민들이 그 존재를 모를 수 없기 때문이다. 여러 가능성을 생각해 보아도 여전히 의문투성이다.
원산도에서 발굴된 도자기는 700여년이란 시간 동안 잠들어 있었다. 하루아침에 모든 역사의 비밀을 풀 수는 없겠지만, 언젠가는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다. 청자 파편 조각을 맞추듯 천천히 하지만 빈틈없이 잃어버린 역사의 퍼즐 조각을 이어나갈 수 있는 연구가 많이 이루어져 원산도 도자기 파편의 비밀이 풀리기를 기대한다.
 

김애경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해양유물연구과
-세계일보 2010.9.1
http://www.segye.com/Articles/News/Culture/Article.asp?aid=20100831004142&ctg1=01&ctg2=00&subctg1=01&subctg2=00&cid=0101050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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