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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술을 담을 새 부대가 필요

김영호

2008년 미술이론 단체들의 학술행사는 예년과 다름없이 풍성하게 열렸고 수많은 논문들이 발표되었으며 그 결과를 모은 학술지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양적 풍요로움에도 불구하고 그 학술적 결실들이 국내 미술문화의 형성과 전개에 얼마나 기여했느냐를 따지면 반성해야 할 점들이 적잖이 지적된 한해였다. 한동안 증폭되었던 미술자본과 미술시장의 열기가 사그라지고 2007년 후반부터 미술경기 침체가 시작되는 상황에서도 미술이론 단체들은 줄곧 상아탑의 자리를 지켰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미술의 가치를 판단하고 확산시키는 주체는 더 이상 미술사가, 비평가, 미학자가 아닌 화상과 언론과 기획사라는 비난 섞인 소리가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 심지어 ‘시장에 편승해 기름진 원고를 쏟아내는 비평가들’이라는 자조 섞인 성토에서 벗어나기 힘든 한해였다.
학술대회의 수적 증가와 결실의 빈곤에 대한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그럼에도 그것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대안조차 제시되지 않은 것은 미술창작과 비평 그리고 소통의 패러다임이 이전과 달리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현대 미술문화의 풍토와 환경은 미술이론 분야 내부의 변화에 의해 개선될 수 있는 상황을 넘어서 복합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 따라서 미술사와 비평을 포함한 미술이론가만을 탓할 것이 아니라 미술문화의 전반적 현상을 거시적으로 성찰해야할 시점에 와 있다고 볼 수 있다. 새 술을 담아야할 새 부대가 필요한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2008년 한 해의 미술계에 등장한 주요 이슈는 대부분 미술자본과 미술시장에 관련된 것들이다. 금융위기와 함께 삼성비자금 비리가 터지면서 시작된 미술시장의 침체는 경매회사와 아트펀드의 무분별한 설립에 이어지는 미술시장의 부실한 구조와 맞물리면서 침체의 도수가 증폭되었다. 또한 지난해에 시작된 박수근과 이중섭의 위작판명 사건이 연속선상에서 진행된 위작시비의 새로운 국면, 2011년부터 6000만원이 넘는 미술품에 대한 미술품 양도세안의 국회통과, 마르셀 뒤샹의 작품구입을 시비삼은 국립현대미술관장의 해임, 기금의 불법적 운용을 이유로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을 해임시킨 일 등은 모두가 자본과 시장의 힘이 미술계에 권력화 되는 가운데 발생된 사건들이다.
포스트모던 시대에 생산된 새 술을 담아낼 새 부대가 어떤 것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새 부대를 만들어 내야하는 이유는 분명히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미술현상을 규정하던 미술이론(미술사 및 평론)의 틀이 자본과 시장 그리고 정치와 권력으로 뭉쳐진 미술현상을 진단하는 도구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작과 비평’ 그리고 ‘자본과 시장’ 사이의 괴리가 심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학술행사의 상아탑 안주와 미술비평의 방향상실은 2008년 한해에도 계속되었다. 그 결과 미술계는 돌발적으로 벌어진 사건들에 대한 자정능력을 여전히 보여주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술단체의 현황과 문제점을 진단하는 일이 우선시 된다.


학술단체 현황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학회의 대부분은 한국학술진흥재단(이하 학진)의 지휘봉 아래 움직이고 있다. 이른바 학진의 지원금과 평가기준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학회의 학술대회와 학술지다. 학회의 활동과 그 활동에 따른 열매로서 만들어지는 학술지는 모두가 학진이 실시하는 평가에 의해 그 기본적 위상이 정해진다. 학진의 평가를 통과한 학술지에는 ‘학진 등재지’라는 이름이 붙여지고 평가가 진행 중인 학술지로서 등재지의 전단계인 ‘등재 후보지’라는 이름이 주어진다. 등재 후보지의 경우에도 일정한 평가를 거치고 선정되기 때문에 대학 등에서는 이를 등재지와 같은 레벨의 학술지로 인정하고 있다. 학진의 평가항목은 발행주기의 준수, 게재 탈락율 등등의 여러 항목을 종합적으로 설정하기 때문에 학회의 운영의 기본이 확립되었는지 여부는 이를 근거로 판단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 현실이다.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미술이론 분야의 학진 등재지에 선정된 학회는 한국미술사학회(2004년, 이하 등재년도), 한국조형교육학회(2004), 미술사연구회(2004), 한국미술사교육학회(2004), 서양미술사학회(2004), 한국미학예술학회(2004), 한국불교미술사학회(2005), 미술사학연구회(2006),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2006), 한국미술교육학회(2006), 현대미술사학회(2007), 미술사와 시각문화학회(2008) 등이 있다. 한편 등재후보지는 한국미술이론학회(2007), 현대미술학회(2007) 등이다.
이상의 미술관련 학회의 등재년도는 모두 2004년 이후로 되어 있다. 그러나 각 학회의 창립 시기는 한국미술사학회(1960/1968)를 제외하면 대부분 1980년대로 거슬러 오른다. 학진이 설립된 시기가 1981년이고 보면 학회의 창립은 재단의 설립에 영향을 받아 이루어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참고로 위에적은 학회의 설립년도를 보면 한국조형교육학회(1984), 미술사연구회(1986), 한국미술사교육학회(1986), 미술사학연구회(1988), 서양미술사학회(1989), 한국미학예술학회(1989), 현대미술사학회(1990), 한국미술교육학회(1992),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1993), 한국불교미술사학회(미확인), 미술사와 시각문화학회(미확인), 현대미술학회(1997), 한국미술이론학회(2003) 등의 순서로 정리된다.
최근 이들 학회는 매년 춘계와 추계로 구분된 정기 학술발표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특정 주제를 내건 국내외의 학술심포지엄을 별도로 열고 있다. 학술발표회는 대부분 자유주제로 각자가 자신의 전공영역에 따라 불특정 다수의 논문들이 소개되고 있다. 이러한 행사는 학문의 다변화와 기초전공영역의 다양성을 고취하는데 기여한 면이 있으나 미술계의 관심을 끌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학회의 꽃은 역시 학술심포지엄이나 학술대회라 할 수 있다. 공동의 주제를 정하고 행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나름의 미술문화 형성에 기여하는 효과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2008년 한 해 동안 각 학회에서 개최한 행사 중 자유발표를 제외한 심포지엄 및 학술대회의 주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근대미술의 대외교섭”(한국미술사학회), “미술과 정치”(미술사교육학회), “미술사와 관람자”(서양미술사학회), “요셉 보이스: 'La rivoluzione siamo Noi(혁명은 바로 우리다)”(현대술사학회), “마르셀 뒤샹에 관한 연구”(인물미술사학회), “공공미술은 공공적인가”(현대미술학회), “예술과 환경”(한국조형예술학회), “Peoples Art 미술/사회/정치”(한국미술이론학회), “동아시아 문화 패러다임 전환기 미술담론의 형성과 재현”(인물미술사학회). 이상의 주제들은 우리의 학술계가 집중했던 관심사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왕성했던 학회활동들

2008년 한 해 동안 일일이 열거하기에 지면이 모자랄 정도의 학술행사들이 개최되었다. 이 글에서는 자유주제로 열린 개별발표회는 가능한 제외하고 주제를 내건 학술심포지엄 및 학술대회를 중심으로 소개할 것이다.
우선 1960년 김원룡, 최순우 등이 결성한 고고미술동인회를 전신으로 삼아 1968년 새 이름을 갖추며 발족된 한국미술사학회(회장 정우택)는 6차례의 정기 월례발표회(이화여대 학생문화관)를 개최하였다. 또한 “근대미술의 대외교섭”(부산시립미술관, 10.25)이라는 주제를 내건 전국규모의 학술행사에서는 한국 근대회화(김용철, 김영나)를 비롯하여 근대건축(김정동), 근대조각(김이순), 근대공예(최공호) 분야의 대외교섭의 역사를 살펴보고 주변 국가들과의 영향관계와 차이점 등을 논했다.
1986년 대학에서 미술사를 가르치는 교수 및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창립된 미술사교육학회(회장 최성은)는 두 차례의 학술발표회와 전국학술대회를 열었다. 춘계와 추계로 나누어 진행된 학술발표회에서는 고려시대의 ‘사경변상도’에서 19세기 말 프랑스 박물관 역사 그리고 ‘미니멀리즘과 베트남전쟁’ 등에 이르는 다양한 내용의 논문들이 발표되었다. 한편 전국학술대회로 열린 “미술과 정치”(국립고궁박물관, 5.10)에서는 다양한 시대의 동서양에 나타난 미술과 정치의 상관성에 대해서 논의했다. 발표된 논문은 이강근의 <조선왕조의 궁궐 건축과 정치>, 조은정의 <베르기나 대봉분과 마케도니아 왕조의 정치적 이데올로기>, 장진성의 <天下太平의 이상과 현실:<康熙帝南巡圖卷>의 정치적 성격>, 김진아의 <1960년대 말 정치적 격변 속에서- 치카노 벽화운동>, 방병선의 <皇帝·文人·景德鎭 - 明末淸朝中國靑花白瓷硏究>, 윤범모의 <근대기의 미술과 정치 : 李快大를 중심으로>, 김향숙의 <통일의 굴곡에 투영된 독일 현대미술과 정치의 헤게모니> 등이다.
1989년에 창립되어 20주년을 맞는 서양미술사학회(회장 오진경)에서는 두 차례의 학술발표회와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하는 왕성한 활동을 벌였다. 학술심포지엄(덕성여자대학교, 11.22)은 “미술사와 관람자”라는 주제로 열렸는데 조은정이 <방문객의 시선: 로마 저택 벽화의 실제와 허상>, 전한호가 <가리키는 손, 가르치는 손: 르네상스 미술에 나타난 지시하는 손짓의 의미>, 마순영이 <1860-70년대 프랑스 회화와 관람자>, 진휘연이 <관람자에서 소비자로: 1923년 바우하우스 전시를 통해본 관람자의 역할 변화>, 전영백이 <충격가치를 넘어선 내면의 소통: 곰리(Antony Gormley)와 화이트리드(Rachel Whiteread)> 등의 논문이 소개되었다.
1990년에 출범한 현대미술사학회(회장 김재원)에서는 역시 두 차례의 정기 학술발표회와 국제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하였다. 제9회를 맞은 국제학술심포지엄(이화여자대학교, 10.25)이 채택한 주제는 “요셉 보이스(Joseph Beuys): 'La rivoluzione siamo Noi(혁명은 바로 우리다)”였다. 기조발제로서 전영백의 <요셉 보이스를 재조명하며>, 독일 Hamburger Bahnhof Museum fur Gegenwart-Berlin 관장인 Eugen Blume의 <요셉 보이스의 예술론과 교육대상으로서의 사회>에 이어 송혜영의 <요셉 보이스의 ‘사회적 조각’에 나타난 교육적 의미-1970년대의 ‘칠판’ 을 중심으로>, 김재원의 <요셉 보이스의 유토피아와 그 (정치적) 실현을 향한 여정>, 정연심의 <매튜 바니와 요셉 보이스>, 안규철의 <요셉 보이스와 한국 현대조각> 등이 소개되었다.
1997년에 창립된 현대미술학회(회장 조광석)에서는 “공공미술은 공공적인가”를 동일한 화두로 삼아 두 차례의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하였다. 춘계학술대회(경기대학교서울캠퍼스, 5.24)에서는 강수미의 <공동체를 위한 예술과 공공미술>, 김진아의 <뉴욕의 재개발 사업과 공공미술 : Battery Park City를 중심으로>, 최태만의 <공공미술의 현황과 과제> 등이 소개되었고, 추계학술대회(동덕여자대학교, 10.25)에서는 임성훈의 <‘공공성’ 개념을 둘러싼 미학적 논쟁>, 김정희의 <공공미술의 역사와 오늘의 공공미술>, 김성원의 <한국 공공미술의 현장과 문제점>, 양은희의 <공공성의 이론과 현대적 딜레마>, 심상용 <현대 공공미술의 비평적 읽기- 그 가능성과 한계> 등의 논문을 내놓았다.
한국예술학회와 한국조형예술학회의 통합을 기념하며 개최한 한국조형예술학회의 학술대회(숭실대학교, 5.31)가 내세운 주제는 “예술과 환경”이었다. 김광명의 <자연의 미적 인식과 환경 미학의 문제>, 김주미의 <환경디자인과 인지생태학>, 이봉순의 <포스트모던 시대 조형예술의 장소성과 환경>, 이정희의 <동양의 불교미술과 환경> 등이 발표되었다.
미술이론과 창작 그리고 현장을 함께 아우른다는 취지 하에 2003년에 창립한 한국미술이론학회(회장 박남희)는 두 차례의 학술대회와 국제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하였다. 국제학술심포지엄(서울대학교미술관, 11.14)은 “Peoples Art 미술/사회/정치”라는 주제로 열렸으며 여기서 러시아, 프랑스, 중국 등 9개국의 학자들이 미술이 대중의 아픔과 애환을 어떻게 대변하고 예술적으로 조율하였는지를 연구한 논문 9편이 발표되었다. 최태만의 <한국 민중미술의 형성과 의미>를 기조발제로 하여 중국의 저우웨진(鄒躍進)의 , 대만의 주수전(朱素貞)이 , 필리핀의 패트릭 D. 플로레(Patrick Flores)의 , 말레이시아의 로라 팬(Laura Fan)의 , 최열의 <한국 민족민중미술의 현장>, 러시아 모르조브 알렉산드르 리히(Morozov, Alexander Ilich)의 , 오스트레일리아의 빅토리아 훌렛(Victoria Howlet)의 , 프랑스 제르망 뢰즈(Germain Roesz)의 , 미국의 유나 김(Una Kim)의 등의 발표문이 소개되었다.
한편 모더니즘의 형식주의 미술연구에서 벗어나 인물중심의 연구를 새로운 미술사 연구방법론으로 내세운다는 취지 하에 2005년에 창립된 인물미술사학회(회장 김영순)는 세 차례의 학술대회를 개최하였다. 춘계학술대회(중앙대학교, 5.30)에서는 “마르셀 뒤샹에 관한 연구”라는 주제아래 세 편의 논물이 발표되었다. 강태성 <인물미술사학적 방법론(Biographeme)으로 본 마르셀 뒤샹>, 김영호의 <뒤샹의 ‘가방형 상자’ 연구>, 정준모 <뒤샹의 전략, 모더니즘의 분열과 전복> 등이다. 한편, 한중일 인물미술사 연구방법의 모색이라는 취지 하에 개최된 국제학술대회(국립중앙박물관, 11.29)는 “동아시아 문화 패러다임 전환기 미술담론의 형성과 재현”이라는 주제아래 열렸다. 발표 논문은 기노시타 나오유키(木下直之)의 <오카쿠라텐신(岡倉天心)에 있어 일본미술사론과 동양>, 김영순의 <한국미술담론의 기원-세키노 타다시(關野 貞)의 조선예술론>, 이인범의 <조선예술담론-야나기 무네요시(柳 宗悦)의 경우>, 홍선표의 <위창 오세창-근역서화징의 편찬과 출판>, 윤범모의 <우현 고유섭의 한국미론 다시읽기>, 스이텐중(水天中)의 <중국 근대기 전통미술 부흥론-중국화논쟁>등 6편이다.
한국 유일의 평론가 단체인 한국미술평론가협회(회장 서성록)는 “박수근 회화에 대한 비평적 성찰”이라는 제목으로 춘계학술세미나(박수근미술관)를 개최하였고 평문집 ‘미술평단’을 4회 발간하였다. 한편 2000년 이후 2007년까지 발간된 미술평단 30호에서 55호를 합본하여 한 세트로 발간하는 등 출판사업에 박차를 가했고 <우리나라 근현대미술가들>이라는 제목으로 협회 앤솔로지 발간사업을 추진했다. 기타 사업으로는 국내 신입회원들을 확충하는 한편 9명의 국내 회원을 국제미술평론가협회 신입회원으로 등록시켜 모두 29명의 평론가들이 국제미술평론가협회 국제회원으로 가입하게 되었다. 또한 협회의 대외적 위상을 제고하기 위하여 ‘한국미술평론가협회상’을 제정하고 대외사업으로서 2008 KIAF 세미나와 조선일보사의 문화사업 ‘한그림 걸기 캠페인’에도 평문과 심사를 지원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전개했다.


학회활동의 쟁점과 문제점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2008년의 미술사와 미술평론 분야는 예년과 다를 바 없는 왕성한 학술행사를 펼쳤다. 학술심포지엄과 학술대회의 주제를 분석해 보면 한 해 동안 학계의 관심사는 크게 ‘미술, 사회, 정치의 상관성’, ‘환경과 공공미술에 대한 관심’, ‘글로벌 시대 기존의 미술담론에 대한 반성과 재정립’ 등으로 정리될 수 있다. 작가로서는 20세기 미술계의 신화로 남아 있는 요셉 보이스와 마르셀 뒤샹 등에 대한 연구도 2008년의 학계가 남긴 성과라면 성과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나라 학회활동의 문제점은 이론과 현장 사이의 괴리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학술활동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춘계와 추계의 학술발표회가 자유주제로 진행되는데 따른 것이다. 또한 최근 들어 석사 혹은 박사 학위논문을 학회를 통해 발표하는 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이는 교육 현장에서 이루어져야 할 개별 연구발표가 미술문화의 이슈와 담론을 생산하는 학술대회가 구분되지 않는데서 비롯된 현상이다. 한편 학술대회가 학진이 요구하는 기준에 부응하기 위한 실적위주의 행사로 진행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제를 내건 학술심포지엄이나 학술대회가 좀더 활성화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사한 취지와 목적을 지닌 학회가 난립하는 것도 문제다. 이전에는 미술사, 미학, 조형예술학 등 각각의 학문단위가 순수영역을 고수하며 결성되고 학술행사도 그 범주에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학제간 교차연구를 내세우는 가운데 미술사, 미학, 비평, 조형예술학, 박물관학, 예술행정, 예술마케팅 등을 모두 아우르는 단체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추세다. 또한 학회의 시간적 범주도 과거와 달리 고고, 근대, 현대의 시기구분이 없어지거나, 한국, 동양, 서양 등의 지리적 구분도 사라지는 이른바 통합형 학회로 변하고 있다. 이러한 학회의 영역 확장은 혼성과 융합을 내세우는 포스트모던 시대의 상황에 부응하는 면이 없지 않지만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 좀더 특화된 연구 분야를 내세울 때 경쟁력 있고 심화된 학술문화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2008년 한 해 동안 평론 분야의 움직임도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평론의 부재라는 비난을 벗어버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스 벨팅이나 아서 단토가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미술사 또는 비평의 실종은 평론가의 문제만이 아니라 변화하는 미술개념과 대중들의 취향 그리고 미디어 환경에 따른 것이다. 비평가의 기능을 대신하는 신문잡지의 기자와 큐레이터 그리고 웹사이트 운영자들의 약진에 따른 상대적 빈곤이 증대해 졌다. 또한 비평적 글쓰기보다 정보의 생산과 전달에 초점을 둔 디지털 미디어의 보급현상은 비평가들을 대중들로부터 소외시키는데 기여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현대 미술의 담론이 미술자본과 미술시장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평론계 내부의 문제도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등단의 절차 없이 활동하는 자칭 평론가들, 여전히 문턱이 높은 한국미술평론가협회 가입과 그에 따른 협회의 고령화 현상, 그리고 변화하는 외적 환경에 대한 평단의 대응의지 미비 등이 그것이다.(20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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