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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남 - 기하학적 미학을 동양적 심미안으로 재구성

박영택

이상남… 기하학적 미학을 동양적 심미안으로 재구성

캔버스나 나무 패널 위에 흰색 아크릴 물감을 칠하고 사포로 갈아내기를 반복하여 수십 층의 물감 층을 만든다. 이 흰 화면은 단순히 색상을 표현하는 게 아니라 일종의 물질성을 드러내고 있다. 뉴욕에 거주하고 있는 화가 이상남(55)의 미학이다. 이상남의 작품은 서구 모더니티의 기하학적 추상미학이나 기계의 미학을 새롭고 우아하게 재구성하면서 동양적 심미성으로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감싼 그림이란 평을 받아 왔다. 매력적인 회화를 만들어내는 작가로서 그는 미래에도 기억될 것이다.

▲ 이상남의 아크릴화‘P/R’시리즈.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정교한 공정과정으로 회화와 디자인·사물의 경계를 교묘하게 흔든다. 반복적인 행위를 수십 차례 거듭해서 화면의 바탕을 균질하게 만들어내고 그 위에 기하학적 형상들을 놓는다. 무수한 원과 다중의 동심원들이 화면의 중심을 이루고 다시 이것들이 선으로 상호 연결된 구조를 갖는 것이다. 이 원(원은 영원, 완벽, 힘의 응집 등을 상징)과 호형(활모양) 형태들의 조합과 관계 맺음으로 이루어진 작업에 대해 작가는 '미래의 아이콘을 찾는 것'이라고 말한다. 화면 위에 흑백의 리드미컬한 반복이 아찔한 환영을 구사하고 있고 그로 인해 다이내믹한 공간이 연출된다.

이상남의 그림에는 또한 역동성과 순환성, 그리고 비한정성이라는 동양적인 시공간의 개념이 슬쩍 엿보인다. 무엇보다도 빠른 속도감을 느끼게 하는 추상적 이미지, 동양적 캘리그래피(서예)의 운필을 연상시키는 선의 궤적, 시선의 관조적 쾌락과 명상적 가치에 관계하는 정교하고 우아하며 감각적이고 서정적인 그림이다. 추상미술을 새롭게 해석하고 전개한 작업이다.

- 조선일보 2008.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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