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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영 : 블루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비교

김종근

한만영 최근작들의 특징은 무엇보다 거장들의 작품 또는 그 이미지들을 훔쳐오는데 있다. 그 훔쳐오는 대상들은 우리가 익히 보아온 동서양의 작가들이다. 앵그르․모딜리아니 , 피카소․마티스 , 겸재 정선의 유명한 모든 그림들을 그는 불러 모은다. 아마도 이것을 사람들은 그는 과거를 말하기 위함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과거를 현재로 불러들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간을 과거․현재․미래로 잘라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하고자 함이다.

그는 이것을 증명하기 위해 화가로서의 미술사학적 비교를 시도 한다. 이 미술사적 비교는 명화의 원형을 그려놓고 그 형과 가장 근접한 작가가 인지한 형태의 선을 장치하는 일이다. (그는 선을 그리지 않고 철사를 구부려서 함께 늘어놓는다는 점에서 그것은 장치이다.)
그는 시간은 돌고 도는 순환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가 거장들의 명화 속에서 훔쳐오는 이미지나 주제는 순환의 한 패턴으로 자리한다. ‘시간의 복제ꡑ시리즈에서 그 독창성을 확보한 고집스러운 그의 새로운 작업 속에 중심의 세계는 선으로 시작한다. 이미지 중심의 형태에 민감하게 반응하던 그에게 이러한 선에 대한 인식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 것으로 다가온다.

한만영의 그 위험한 그러나 용기 있는 선들은 우리들에게 두 가지의 숙제를 부여한다. 단일한 칼라로 뒤덮인 하늘 또는 바다를 보면서 그는 상상 하라고 말한다. 그것이 무엇을 우리에게 줄 수 있는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그 상상은 다름 아닌 색채와 형태뿐이 아니라 고전적인 작품들이 보여주는 선을 비교하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그가 이미지 중심의 시각적 관심에서 선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점은 그가 주목 해왔던 그림이 이미지의 세계에서 한 발짝 나아가 상상의 세계까지 확장하려는 작가의 세계관을 반영한다. 이러한 한만영의 묵시적인 상상의 세계는 대중문화의 이미지를 차용하면서 평면과 입체로 구성했던 그의 이전의 방법론과 큰 차별을 보인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시는 동서양의 풍부한 이미지를 넘나들며 극명한 선과 색면, 이미지로 완결하는 통합적 상상력을 제공한다.

정선의 금강산 그림을 선묘로 묘사하고 그 옆 색깔 있는 철사로 병치한 대작 〈시간의 복제-금강산〉등은 그의 이런 방법론과 작업 방향을 가장 명확히 한 상징적인 작품으로 해석된다. 그가 이번에 노렸던 시간의 복제 또는 과거와 현재의 만남, 그 순환 등은 그들 시대의 회화에 선을 오늘 다시 한만영에 의해 탄생되어지는 선을 되새겨 보라는 것이다.

보라. 그의 말할 수 없이 단순하고 경쾌한 선, 간결한 선을 아우르는 감칠맛 풍기는 색채의 하모니 . 이제 비로소 한만영은 이미지의 복제 시대에서 그 이미지를 선으로 불러내는 회화의 가장 근본적인 그러면서 종착점인 선의 세계로 완성을 시도 한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비로소 예술가들이 명화를 어떻게 훔쳐 왔는지 , 어떻게 명화를 훔쳐 자신의 세계로 만들어야하는가를 가장 확인 할 수 있게 된다. 한만영이 우리화단에서 귀한 작가로 평가 받아야 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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