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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들과 행복한 말걸기 - 인터뷰

김종근


김계숙 | 작가


예술가를 만난다는 것은 아주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그림을 좋아하는 컬렉터를 만난다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그들이 무슨 그림을 좋아하고 또 무슨 그림을 가지고 있는지가 매우 궁금하다.
특히 오래 된 컬렉터들은 그러한 비밀스러운 부분이 있다. 비가 내리지는 않지만 약간 우울한 풍경속에서 찾아간 그의 작은 주택에는 잘 정돈되고 많은 미술책들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아주 오래된 화집이며 최근의 도록이며 미술잡지가 놓여 있었다. 한눈에 보아도 이분이 오래동안 미술을 가까이 해온 사람이란 사실을 잘 보여준다.
벽면에는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한 화가들의 그림들이 눈에 띄었다.

=안녕하세요. 컬렉터 분들을 만나면 남자 분들은 종종 있지만 여자 분들은 그리 많지 않거든요. 어떻게 컬렉션을 시작하게 되셨어요?
-네. 그러고 보니 어언 30년 정도 되는가보군요. 1978년 처음 친구와 나누어서 그림을 사게 되었는데 그것이 인연이 되어 시작했어요. 그러니까 처음 그림이 김구림 선생의 나무시리즈 6점이지요. 그것을 친구랑 3점씩 나누어서 샀지요. 그 다음이 돌아가신 최욱경 선생 그림이었어요. 그 때는 이게 뭐 돈이다 그런 것이 아니고 그냥 좋아서 샀지요. 지금은 그 작품을 딸이 너무 좋아해서 주었어요. 그 다음에는 유영국작품이었어요 .

=그러고 보면 일찍부터 그림을 좋아하셔서 모으셨는데 어떤 특별한 계기라도 있으셨나요.
-여학교 시절 처음 흔히 보는 미술책에서 김환기 그림을 보았어요. 그런데 그 그림을 보고 어찌나 좋던지 잊을 수가 없었어요.그것이 계기가 되어 그림들을 좋아하게 되고 화가들에 대하여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요.

=그럼 천부적인 그림 보는 재주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요.
-그런 것은 아니고요, 워낙 좋았어요. 오죽하면 시집올 때 그 그림사진을 오려가지고 올 정도였으니까요. 그게 김환기의 달 항아리였어요. 그 뒤로 g갤러리와 w 화랑을 통해서 그림들을 샀어요. 한 때는 김환기 그림을 샀는데 아무래도 가짜 같아서 도로 물린 적도 있지요. 그 때는 무척 속이 상했어요. 좋아하던 그림이 가짜라니 더욱 속도 많이 상하고 그 때부터 그림도 더욱 조심하게 되고 일체 이상한 곳에서의 그림을 사지 않게 되었지요 . 지금도 중요한 단골 몇군데만 다니고 나머니는 뜸해요.

=그 이외 다른 작가는 없나요.
-이인성과 장욱진 그림도 구입을 했지요 안 판다는 것을 떼를 써서 구입했어요.
이인성은 알다시피 즉흥적인 천재끼가 엿보이구요 , 장욱진 그림을 보며 마음이 편해지구 욕심도 없어져요 . 좀 달관된 듯한 초월한 그런 마음을 주게 되요 .그것이 참 마음에 들었어요 .

=그런 그림은 당시로서도 좀 비싸지 않았나요.
-좀 비쌌지요. 아빠(남편)가 돈을 주면 정말 돈을 아끼고 아껴서 한 점 한 점 샀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빠가 그림도 한번 팔아보라고 해서 그 때 남관의 작품 10호 정도를 바로 그 자리에서 팔아봤어요. 그 다음부터는 아빠가 좀 후원해 주는 그런 느낌이었어요. 내가 워낙 그림을 좋아하니까 아빠가 많이 도와주었지요. 그런 적극적인 후원이 없었다면 그림 컬렉션은 못 모았을 거예요.

=제가 알기로는 20년 이상 미술 전시회를 다니고 거의 20년을 쉬지 않고 유명한 미술 강좌를 들으신 것으로 아는데요. 제가 30년 전에 뵈었으니…….
-네, 그러다보니 이제는 그림에 대하여 좀 더 많은 지식을 갖게 되고 나름대로 작가에 대한 확신과 가능성 같은 것이 눈에 뜨이게 되더라고요. 현대미술에 눈뜨면서 이우환의 작품을 시기별로 중요한 것으로 아주 오래 전에 샀지요.
그러다 어느 날 집안에 개인적인 우환으로 모든 것들이 다 욕심이고 부질없다고 느껴졌던 때가 있었어요. 그때 일부 중요한 그림들을 많이 처분했지요. 특히 고영훈씨 3점은 지금도 좀 아까워요. 베니스 비엔날레 전에 나온 그 작품이었지요.

=대략 중요한 작품은 몇 점 정도 컬렉션하셨는지요?
-약 100여점 됩니다. 중요한 작품들로만요. 백남준, 이우환, 김환기, 이인성, 김원숙, 김봉태, 물론 유에 뮌준 같은 외국작가 작품도 있지요. 어떤 작품은 내돈이 아닌 아들과 상의하여 사기도 해요 . 그리고 좋아하는 그림들을 자녀에게 나누어주지요.

=그림은 주로 어디서 구입하시는지요, 또 그림을 사면 가족들도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받지않나요.
-화랑이 대부분이지요. 물론 가끔 경매에서도 사구요. 그런데 전시를 몇 번이고 꼭 보고
삽니다. 그냥 충동 구매는 없어요. 참 오랫동안 미술공부를 하고 강의도 많이 듣고 그랬어요. 아읻르이 1남 2녀인데 아이들이 모두 그림을 좋아해요. 그래서 그림을 자꾸 달라고 해요. 그림 컬렉션 하는 환경이 새삼 중요하다고 봐요. 그래서 몇점은 나누어 주었지요 .

=혹시 어떤 작가 그림을 제일 좋아하시는지, 혹 사고 싶은 그림이 있다면요.
-개인적으로 마크 로드코를 제일 좋아해요. 색상이 아니고 비어있는 공간이 참 아름다워요. 여유가 있다면 꼭 구입하고 싶은 작가이지요. 그런데 너무 그림값이 비싸서 못사지요. 그러나 좋은 그림은 꼭 갖고 싶어요. 좋은 그림을 감상하는 행복도 있지만 갖는 행복도 있지요. 자랑도 하고 같이 글미에 대하여 이야기도 하고요.

=앞으로 그림을 모아서 무엇을 하겠다는 어떤 계획이 있으신지요. 좋은 작품들이 많으신데요.
-아직 생각 안 해 봤어요. 무엇을 할지? 그냥 그림이 좋아서 사서 걸어놓고 있지요,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보면 참 행복해요. 너무 너무 행복해요, 그 어떤 것보다. 그래서 지금으로서는 안목을 더 높여서 물려 줄 수 있는 그림, 아니면 좀 더 가치 있는 작품을 컬렉션하고 싶어요. 가격을 떠나서...
=혹시 그림을 사시면서 컬렉션을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한테 한 마디 덧붙이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지요.
-나름대로 두서 없이 말해보면 이렇습니다.
먼저 쉼 없이 많이 보고 믿을 만한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야 후회하지 않는다.
두 번째는 안목이 생기고 너무 좋다 싶으면 사라. 그래야만 작품도 빛을 볼 수 있더라.
세 번째는 너무 자기 자신을 믿지 말고 작가를 꼼꼼히 연구하라.
넷째는 너무 값이 싸다고 사지마라. 신진작가는 어느 정도 전문가 평가가 있는 작가를 구입하여야 실수가 없다.
다섯 번째, 나는 외출해서 돌아와 내가 사놓은 그림을 보고 대화를 한다. 그 대화가 너무 즐겁고 행복합니다. 슬플 때는 같이 슬프고 기쁠 때는 함께 기뻐요. 예를 들어 곽인식의 작품은 나에게 정말 그런 눈물이 날 정도로 나를 그림에 빠져 들게 하지요.

=김 여사님은 진정한 의미에서 참 행복한 컬렉터인 것 같군요. 어떤 그림이 마음을 다 잡고 가슴에 다가오시는지요.
-그림마다 들려주는 이야기가 달라요. 김환기는 맑고 아름다운 마음을 가져다주고요, 이우환은 명상적인 상념과 생각을 줍니다. 그래서 그림을 사지요. 그림을 사면 알 수 없는 전율을 느끼게 됩니다.
예전에 그림 보던 생각이 새삼 나네요. 70년대 중앙공보관에 일주일에 한 번씩 신문회관과 덕수궁 미술관에 가던 고등학교 시절과 20대 초반이요…….

오랜 시간 감사합니다. 특히 귀한 작품 보여주셔서요.
행복하게 또 아름다운 모습으로 좋은 컬렉션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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