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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방가르드의 부활을 위하여

윤진섭

아방가르드의 부활을 위하여 


윤진섭



 이른바 ‘전위(avant-garde)’라는 말이 있다. 원래 군대용어인 이것은 비유하자면 척후조가 된다. 군대가 이동을 할 때 맨 앞에 서서 적정(敵情)을 탐지하는 일이 주 임무이다. 소총을 손에 쥐고 전방을 주시하면서 행군을 하는 것이다. 이 용어가 문화적 의미로 전성된 시기는 19세기 중반 무렵이다. 아방가르드 이론을 쓴 레나토 포기올리에 의하면 이 용어가 최초로 문화적 의미로 사용된 것은 가브리엘 데지르 라베르당이 출간한 한 팜플렛에서 기인한다고 한다. 그러나 ‘모더니티의 다섯 얼굴’의 저자인 마타이 칼리니스쿠는 연구를 통해 그 시기를 3세기  이상 더 올려 잡고 있어 주목된다. 


 20세기 이후 현대미술의 역사는 전위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각 시기별 미술운동은 작가들의 전위적 활동으로 점철돼 있다. 다다(Dada)를 비롯하여 미래파, 초현실주의, 러시아 아방가르드 등 미술의 역사는 그 자체가 전위의 역사이기도 하다. 작가들은 누군가의 잘 알려진 표현을 빌면, 미의 전투부대 요원으로서 인류의 불안한 미래에 대해 경고성 발언을 그치지 않았다. 

 전위와 관련시켜 볼 때 한국의 현대미술사 역시 여기에서 비켜나지 않는다. 전후의 앵포르멜을 비롯하여 산업화 시대로 진입한 60년대의 청년작가연립전 세대, 70년대의 <A.G>와 <S.T>, <신체제> 그룹 등의 활동, 80년대의 <현실과 발언>을 비롯한 숱한 민중 그룹의 정치적 아방가르드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현대미술사는 전위의 미술사라고 할 정도로 작가들의 치열한 저항정신으로 점철돼 있다. 5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중반에 이르는 시기는 작가 중심의 전시기획이 이루어졌으며, 이는 90년대 중반 비평가와 큐레이터라 부르는 전문 전시기획자 군(群)이 등장하기 전까지 주류를 이루었다. 


 전문 전시기획자의 등장과 상업주의의 발흥은 불가분의 관계를 지닌다. 작가들이 전시기획에서 손을 떼면서 상업주의에 함몰되기 시작한 시점(時點)이 바로 이 지점이다. 미술사, 미학, 예술학 전공자들이 양산되기 시작한 90년대 중반이후 이들은 공사립미술관과 상업화랑에 포진하면서 미술사를 형성해 나갔다. 작가들을 발굴하는 동시에 때마침 찾아온 세계화 전략에 편승하여 국제적 작가를 양성하는 일이 비평과 전시기획자의 주 임무로 간주되었다. 이 시기에 들어서 각종 비엔날레와 아트페어, 옥션이 세계적으로 번성하기 시작한 것도 눈여겨봐야 할 현상이다. 


 비엔날레는 미술의 최전방으로써 초기에는 아방가르드의 파수꾼을 자임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상업주의와의 공모 혐의가 짙어지고 있다. 이른바 세계적 미술관과 화랑들에게 작가를 공급하는 공급처로서 비엔날레는 이제 애초의 참신한 의미를 잃고 방황하는 중이다. 과연 비엔날레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제는 이런 질문을 심각하게 던져봐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예술과 제도에 대한 부정의 정신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은 인류의 정신이 자본에 굴복하고 있다는 징후가 아닌가 점검해 볼 일이다. 작가들이 자본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갈 때 인류의 미래에 적신호의 불이 켜진다. 지진을 예고한다는 연못의 메기처럼 이제 작가들은 상업주의에서 탈피하여 과감히 일어서지 않으면 안 된다. 자본주의 시스템에 의해 작동되는 상업주의는 작가들의 의식에 교묘하게 돈의 묘약을 주입한다. 그러나 어느 시기건 아방가르드 작가들은 돈을 거부하였다. 비록 나중에 작품 값이 오르는 현상을 어쩌지 못했지만 정작 배를 불린 것은 자본주였지, 작가가 그 주인공이 된 경우는 드물다. 


한큐, 성능경, 이건영, 오프닝 퍼포먼스


 얼마 전에 나는 한큐(Han Q)라는 예명을 써서 이건용, 성능경과 함께 퍼포먼스를 행했다. 이 영원한 전위주의자들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여 아방가르드의 부활을 꿈꾼다. 나는 한 손에는 ‘예술폭탄’을 다른 손에는 ‘자본폭탄’들고 큰 소리로 외쳤다. “자본폭탄!”, “예술폭탄!”. 폭탄이 터지는 지점은 과연 어디쯤일까? 

  

<서울문화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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