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마류밍 전 - 성장 멈춘 어른의 깊은 시선

윤진섭

2000년 제3회 광주비엔날레에서 누드 퍼포먼스를 벌였던 중국 작가 마류밍이 오랜만에 한국을 찾았다. 이번에는 퍼포먼스가 아니라 그림이다. 갤러리 아트사이드에서 열리고 있는 마류밍 초대전은 그를 퍼포먼스 작가로만 알았던 한국 팬들에겐 다소 생소하게 느껴졌을 법하다. 그러나 그는 페인팅에서도 일가견을 지닌 작가다.

어느덧 중국 미술의 국제적 트렌드가 돼 버린 `정치적 팝`이나 `냉소적 리얼리즘`, 그 어느 편에도 속하지 않는 그는 욕조 속에 담긴 자신의 자화상을 통해 간결하면서도 명징한 언어로 자의식을 외면화하고 있다. 흰색 바탕에 짙은 회색으로 단순하게 묘사된 욕조와 그 속에 앉아 있는 마류밍.

그런데 이상하다. 벗은 그의 몸이 어린애가 아닌가? 하지만 작은 체구에 유난히 커 보이는 얼굴이 그다지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성장이 정지된 어른의 얼굴을 하고 있는 마류밍의 이 자화상은 상궤에서 벗어난 일탈의 쾌감을 가져다준다.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투명한 눈동자는 마치 아이 눈으로 세상을 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유백색 피부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화면이 인상적이다.

반면에 검은 그림들은 무겁고 장중한 느낌을 준다. 마치 태초에 어둠 속에서 빛이 나왔듯이 검은 색 바탕의 한가운데에 위 아래로 길게 늘어진 얼굴은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변형돼 있다. 그것은 자신의 얼굴의 변형이다.

길게 늘어진 인물상은 점진적인 추상화 과정을 거쳐 종국에는 형태를 해체하는 단계에 이른다. 이른바 재현의 문제에 대한 마류밍 식의 접근법이 아닐까 싶다.

양 옆에서 점차 좁혀드는 검은 색의 침투는 가운데 인물을 집어삼킬 것 같다. 그러나 칠흑의 바다에 침몰하는 난파선처럼 삼켜질 듯하면서 존재하고 있는 이미지의 편린들. 그렇다면 마류밍은 이 아슬아슬한 경계의 파도타기를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원래 마류밍은 여성을 연상시키는 남자였다. 치렁치렁한 머리에 날씬한 몸매를 한 그는 벌거벗은 몸으로 퍼포먼스를 벌였다. 수면제를 먹은 상태에서 벌어지는 그의 퍼포먼스에서는 관객 참여가 자유롭게 이루어진다. 그렇게 명성을 얻은 마류밍이 이제 페인팅에 전념하고 있다. 백남준이나 요셉 보이스, 비토 아콘치 등 현대미술의 대가가 된 사람들은 대개가 퍼포먼스 출신이다. 좌우간 뭔가 요란해야 이름이 나는 세상인가 보다.

출처- 매일경제 2006. 9. 20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