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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테로 / 풍자적인, 그러나 너무나 인간적인

윤진섭

“예술은 한 시대와 모든 시대의 양식상의 관용적 표현에 불응하는 것으로부터 발생한다. 진정한 예술가는 표현에 있어 남과 다른 방식을 필요로 하고 어떤 면에서 예술가의 가치는 비동조성이나 반항성과 직접적인 관련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은 영속적 혁명의 상황에 위치할 수 있다.”

콜롬비아 출신의 작가 보테로의 말이다. 훼르난도 보테로 앵글로(1932- )는 콜롬비아의 메델린에서 3형제 중 둘째로 태어났다. 부친인 다비드 보테로는 콜롬비아의 험준한 산악지역을 조랑말로 행상을 하는 떠돌이 상인이었으며, 훼르난도가 네 살 때 사망했다. 빈한한 가정 출신인 훼르난도 보테로에게 있어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환경은 처음부터 주어지지 않았다. 20마일이나 가야 겨우 볼 수 있는 큰 도로, 그것은 외부세계와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숙부의 권유로 투우사 양성학교에 들어가 한때 투우사가 될 것을 꿈꾸기도 했던 그는 열일곱 살 때 2점의 수채화를 메델린의 미술연구소가 주최한 한 그룹전에 출품한 것이 계기가 되어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는 지방 유력지 ‘엘 콜롬비아노’의 일요판에 삽화를 그리기 시작, 이 무렵부터 디에고 리베라, 시케이로스, 호세 클레멘테 오로스코와 같은 멕시코의 정상급 화가들의 작품을 연구하게 된다.

서두에 인용한 보테로의 말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한 작가의 개성적인 스타일은 기존의 양식에 대한 거부에서 나온다. 남과 다르지 않으면 안 된다는 투철한 의식이 자기만의 스타일을 창출하는 원천인 것이다. 보테로 그림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어버린,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인체의 모습은 유머러스하고 낭만적인 스페인의 혈통에서 연유한다. 그의 그림은 익살맞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숨은그림찾기’처럼 은밀하기조차 하다. 풍자와 해학이 철철 넘치는 그의 인물화들은 그러나 그 이면에 인간적인 진한 페이소스를 담고 있다. 그의 그림은 단순히 유머러스하고 풍자적인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가슴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고독과 우수의 감정을 한결 고양된 미적 가치로 승화시킬 줄 아는 작가의 뛰어난 재능을 보여준다.

보테로의 작품 스타일에 있어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뚱뚱한 몸매와 눈이다. 특히 눈, 코, 입이 가운데로 몰린 얼굴의 표정은 그의 인물화가 해학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는 특히 눈의 묘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의 <모나리자 12세>(1961년 작)을 뉴욕근대미술관(MoMA)이 구입했을 때, '호의를 가지지 않으면 누가 이 불안을 부르는 듯한 작품을 볼 수 있을 것인가”라고 한 알프레드 바 주니어의 글에 대해 “그림을 그리고 있는 동안 나는 중요한 것은 ‘미소’가 아니라 ‘눈’이라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 말에서 눈에 기울이는 그의 애정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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