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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 - 전문가 진단] 생태관련 시민의식 일깨운 야외미술제

윤진섭

설치미술제는 예술을 향유하는 공업도시 이미지 창출
자연과 교감 ‘호흡의 지평’ 생태예술 추구 적절한 주제
32명 작가의 개성 강한 작품들 스케일측면에서 아쉬움
울산시 전폭적 예산지원으로 세계적인 행사로 키웠으면



울산은 조선소로 유명한 현대중공업과 국내 자동차산업의 메카인 현대자동차가 말해주듯이 국내 최대의 공업도시다. 공업도시 하면 떠오르는 것은 도시의 하늘을 뒤덮은 우중충한 매연과 공장의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커먼 연기다. 그러나 필자가 태화강 둔치에서 열린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TEAF09·Taehwa river Eco Art Festival 2009)>를 보기 위해 울산을 방문했을 때, 울산의 하늘은 맑고 깨끗했다. 비록 초가을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씨이긴 했지만, 적어도 울산의 하늘은 공해와 무관해 보였다. 이는 그만큼 울산시가 공해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 단적인 예가 바로 ‘태화강 살리기 운동’이다.

1962년에 시로 승격한 울산은 한국의 경제부흥을 이끌어 온 도시답게 산업 수도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이행해 왔던 반면, 그 반대급부로 한때 공해도시라는 불명예를 얻었던 것도 사실이다. ‘태화강 살리기 운동’은 공해로 인해 죽어가는 하천을 울산시민들이 앞장서 살려낸 성공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정부가 발행한 지방혁신 우수사례집 ‘지방의 신화 창조’에 수록되기도 한 이 ‘태화강 살리기’ 프로젝트는 대규모 공업도시가 갖고 있는 환경 문제를 재인식시킨 모범적인 사례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한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는 거기에 덧붙여 ‘예술을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가’하는 문제를 화두로 삼고 있다. 즉, ‘환경’을 넘어서 ‘예술을 향유하는’ 공업도시로서의 울산이라는, 보다 우아하고 품격이 있는 ‘도시 이미지의 창출’과 관련된 의제인 것이다. 그런 만큼 거기에 걸맞는 철학이 없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 철학이란 지방자치시대를 맞이하여 오늘날 대다수 지자체들이 보여주고 있는 경쟁적이며 소모적인 전시행정이 아닌, 일반 시민들이 호응하며 기꺼이 참여하는 지역 축제로서의 전형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필자는 이번 행사를 둘러보면서 울산의 그런 가능성과 충분한 잠재력, 그리고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환경을 비롯한 자연 생태문제에 착안해 타이틀 자체를 아예 ‘생태예술(Eco Art)’로 정한 것에서 생태와 관련된 주최 측의 단호한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생태예술’이란 말 그대로 인간의 주거환경에 적합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유지하며, 그 속에서 삶을 구가하고 예술을 향유하자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그것은 자연이 훼손되지 않은 곳보다는 오히려 공업도시로서의 울산과 같은, 공장에서 배출되는 폐수를 비롯하여 각종 공해와 산업재해로 인해 인간적 삶의 조건이 황폐해질 소지가 큰 도시에 더 적합한 예술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주최 측이 정한 이번 행사의 주제 ‘호흡의 지평’은 자연과 호흡하고 생태에 부응한다는 의미에서 ‘생태예술’의 본령을 따른 매우 시의적절한 선택이었다.

이번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에 초대된 32명의 국내외 작가들(단체 3팀 제외)은 충분치 못한 제작조건에도 불구하고 주제에 부합하는 개성이 강한 야외 설치작업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대다수 작가들의 경우, 한정된 예산 때문에 원래의 아이디어를 실현시키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넓은 장소에서 벌어지는 야외미술제의 경우, 작품의 거대한 스케일이 작업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때 작품의 ‘스케일’은 곧 작품 제작에 지원되는 ‘예산’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번 경우에서도 보듯, 야외미술제는 야외라는 스케일에서 오는 상대적 조건 때문에 늘 작품의 크기가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다. 같은 크기라도 좁은 방안에 있을 때와 넓은 들판에 놓여 있을 때 그 느낌은 서로 다르다.

이 부분은 작가의 아이디어나 재능이 커버할 수 있는 문제가 결코 아니다.

다시 말하거니와 거기에는 작업의 프로젝트를 실현시킬 수 있는 합당한 ‘예산의 지원’이 관건인 것이다.

오늘날 비단 한국뿐만이 아니라 세계의 여러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야외미술제’가 무늬만 미술제이지 실제로는 난장판을 방불케 하는 까닭은 기획자의 재능이나 작가들의 역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작품을 왜소하게 만들 수밖에 없는 열악한 제작여건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런 행사가 관람객의 공감을 자아내고 감동시킬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가 아닌가.

울산은 한국의 지자체 중에서 GRDP가 가장 높은 도시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울산시는 기왕에 시작한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를 그런 도시의 위상에 걸맞는 세계적인 국제미술제로 키울 의지는 없는지 이 기회에 묻고 싶다.

울산시는 중심부를 유유히 흐르는 태화강을 비롯하여 십리대숲길, 흰색의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십리대숲교 등등 야외미술제를 개최하기에 충분한 천혜의 조건을 갖춘 곳이다.

그런 울산시가 대규모의 국제 미술행사를 통해 국내외 관람객을 끌어 모은다면 다양한 시너지효과를 얻게 될 것이다.

즉, 관광산업의 진흥은 물론 예술을 통한 도시 이미지의 개선 효과를 부가적으로 얻게 될 것이며, 그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기존에 갖고 있는 공업도시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생태와 환경이 살아 숨쉬는 ‘문화예술도시’로서의 이미지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것이다.

울산시의회를 비롯하여 시 행정부가 부디 예술이 지닌 이 고부가가치적 측면에 주목하여 보다 큰 관심을 가져 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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