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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과 구도, 방혜자전

하계훈

명상과 구도적인 침잠 생활의 숙성

방혜자전 2005. 8.24 - 9.7 갤러리현대


방혜자의 회화는 작가의 명상과 구도적인 침잠 생활의 숙성과정을 거쳐 태어난다. 따라서 관람자 역시 그녀의 작품 앞에서 작가와 정신적으로 교감하기 위해서는 평온한 마음으로 작품과 대화할 준비를 갖추고 일정한 시간동안 작품을 관조하는 입문의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

그녀가 동양의 불교사상과 서예의 정신, 기체조 등을 통해 작품의 정신적인 배경을 쌓았다는 사실이 그녀의 작품을 읽는 의미의 축을 이룬다면 화면에 형태상으로 드러나는 작품의 모습은 지극히 차분하고 안정된 색채를 통해 생명을 존중하는 따뜻함이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그녀는 캔버스 대신 우리의 전통재료인 닥지나 무직천을 바탕 화면으로 사용한다. 그리고 화학적 색채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직접 자연에서 채취한 천연 안료를 그 위에 스며들도록 여러 차례 칠해나감으로써 마치 작품 재료 그 자체가 스스로 빛을 발하고 생명을 잉태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방혜자의 작품의 주된 관심 가운데 하나는 빛이며 그녀의 작품 속의 빛은 생명이며 영원의 진리, 삶의 중심, 우주 그리고 결국은 자아로 해석될 수 있다. 그녀의 빛은 작품들의 제목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탄생하고 숨을 쉬며 울려퍼지거나 스스로 대화하기도 하고 때로는 침묵하기도 하는 자율적 생명체다. 화면 속의 빛은 연속적인 패턴을 이루기도 하고 화면의 중심부에 하나 또는 몇 개의 광원으로 깜빡거리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작가는 빛을 그리지만 그 빛은 작품 속에 태어나는 순간 스스로 생명을 얻어 자율적으로 운동하며 진화해나가는 듯하다.

시인, 음악가 등의 형제들 사이에서 성장하며 자연스럽게 예술의 아우라를 몸속으로 흡수하여 그 에센스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방혜자의 작품에는 꾸밈이나 과함을 찾아볼 수 없다. 어릴 적부터 건강이 별로 좋지 않게 자란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정적이며 스스로 절제하는 생활과 사물을 관조하는 태도, 그리하여 작가가 깨달은 생명의 고귀함을 전달함에 있어서 흥분하지 않고 과장되지 않으며 목소리를 높이지 않지만 은은하게 퍼져나가는 낮은 목소리의 무게감이 작가와 그녀의 작품을 만나본 이들에게 잠시나마 일상을 벗어난 정화와 명상의 순간을 느끼게 해준다.

일상에서 문득 스치는 순간에 존재와 생명의 영감을 얻고 그것을 시각적인 작품과 시로써 표현하여 관람자들과 평온하게 교감하는 작가의 태도에는 마치 구도자와 같은 고귀함마저 느끼게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세속을 등지고 은둔의 생활을 선택한 것은 아니며 그녀는 여전히 우리의 평범한 삶에서 생명의 빛을 본다.

- 월간미술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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