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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미술계 영국청년작가 새로운 중심 약진

하계훈


세계 미술의 흐름을 짐작할 수 있게 해주던 미국 미술계가 최근 들어 이전에 비해 뚜렷한 관점을 제시해주지 못하고 있는 틈을 타서 영국의 젊은 작가들이 부상하고 있다. 이른바 YBA(Young British Artist, 영국 청년 작가)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들의 약진 배경에는 무엇이 있을까. 새로운 세기를 연 미술 기류는 역시 철저한 시장 논리가 지배했다고 말할 수 있다.

우선 작품의 생산 면에서 때마침 1980년대 말 데미언 허스트나 트레이시 에민과 같은 작가들이 탄생하였다. 이들은 이전의 작가들과 달리 적극적으로 자신들을 언론 매체에 홍보할 줄 아는 재능을 갖추고 있었다.


영국 청년 작가들을 세계 미술계에 부상시킨 공로자 가운데 한 사람은 굵직한 컬렉터인 유대계 광고 사업가 찰스 사치를 들 수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YBA라는 명칭도 런던에 있는 그의 미술관에서 기획한 미국, 독일, 영국의 젊은 작가들을 소개하는 일련의 전시회 명칭에서 유래한 것이다.

70년대 말부터 미국과 영국, 독일 등의 젊은 작가들 작품을 수집해 온 사치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가들의 작품을 대량으로 사들이고 이렇게 작품이 판매된 작가는 곧 영국 미술계와 나아가 국제적으로 새로운 스타로서 부상하게 되는 구도를 형성한다.

결국 한 사람의 컬렉터가 영국 현대미술의 방향을 주도하는 셈이 된 것이며 이러한 현상은 젊은 작가들의 창작 의욕을 고취시키는 긍정적인 효과와 미술 시장의 구조가 왜곡될 위험이 있다는 부정적인 효과를 동시에 보여주게 되었다.

작품의 생산과 소비 구도가 이러했다면 이 양쪽을 중개하는 효과적인 수단 가운데 하나로써 터너상(Turner Prize)을 들 수 있다. 영국 테이트 미술관 쪽은 84년부터 매년 지난 한해동안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해 온 50살 이하의 영국 거주 작가들을 대상으로 수상자를 선정하여, 고전적인 미술에 무게중심을 두어 온 미술계에 젊은 작가들의 신선한 예술 감각을 수혈하려는 시도를 한다. 91년부터 후원자로 참여한 채널4 방송을 통해 몇 년 전부터는 수상자 발표가 생방송으로 중계되기도 하였다. 이렇게 방송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 터너상의 성공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영국의 청년 작가들이 부상하게 되는 배경에는 이러한 터너상이라는 공모전 제도나 개인 컬렉터로서의 사치의 역할 이외에 이들 작가들을 그럴듯하게 상품화할 수 있었던 평론가나 큐레이터들의 역할도 적지 않게 작용했다. 그리고 영어권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한 미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유럽의 여러 나라들까지 동조하여 영국의 현대미술은 새로운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다만 언론 매체를 십분 이용하여 충격적으로 갑자기 부상한 이들 YBA들이 앞으로 어떠한 작품으로 자신들의 명성을 이어갈 것인가가 지속적인 성공의 관건이라고 할 수 있겠다.

- 2001.05.14(월) 22:14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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