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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현 전

하계훈

회화가 사실적 이미지의 재현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시작하면서 작가들은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겪게 된다. 19세기 프랑스 화가 폴 들라로쉬가 카메라의 등장 소식을 듣고 회화의 종말을 탄식하듯 내뱉었던 것도 이 당시 작가들의 혼란스런 위기의식의 한 단면을 이야기해주는 일화라고 볼 수 있다.

과연 회화란 무엇인가? 그것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 무슨 의미를 주는가? 그것은 무슨 가치를 지니는가? 이런 질문들이 20세기를 관통하며 끊임없이 제기되고 그 질문에 대한 다양한 답으로서의 시각적 표현이 여러 작가들에 의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십여년 전부터 ‘회화의 지층’이라는 명제 아래 회화의 본질을 탐구해온 작가 이인현에게도 그림 그리기의 의미에 대한 천착과정은 회화의 물적 토대를 이루는 캔버스와 물감에 대한 물성의 탐구를 통해 그의 의식을 사로잡아왔다. 가공하지 않은 캔버스와 단색의 유채물감을 이용하여 극히 간결한 화면을 구성하며 한 때는 동양적 재료를 통해 자아정체성을 탐구하기도 했던 작가는 극단적으로 회화의 본질적 물성으로 환원함으로써 오히려 역설적이게도 시각적 일루전을 창출하거나 관람자의 상상력을 자유롭게 전개시키도록 도와주며 우리로 하여금 회화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해준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이인현의 작품들도 동시대의 어느 작품 못지않게 회화의 평면성을 충실히 지키면서 보다 긴장감을 유지하여 농축된 표현을 추구함으로써 단색 물감의 미세한 농담의 변화와 번짐 효과에 불과한 듯한 간결하고 정제된 화면이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미지와 네러티브가 담긴 시각의 장을 구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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