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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MA 2006展, 젊은모색展

하계훈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용어에는 가치중립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함의가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꾸밈씨의 경우는 그 정도가 더하다. 예를 들어 ‘젊은’이라는 용어는 ‘늙은’ 또는 ‘나이 든’의 반의어로 사용되며 대부분의 경우 새롭고 활력있고 미래지향적이며 아직까지 실현되지 않은 어떠한 가능성을 내포한 사물이나 사람을 지칭하는데 사용된다.

최근 우리 미술계에서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에 높은 관심을 기울이는 추세가 나타나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상업 화랑과 경매장에서 젊은 작가들을 집중조명하는가 하면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비슷한 시기에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젊은 모색전>과 전이라는 전시회가 열렸다.

이러한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을 가지고 전시회를 구성하는 추세의 배경은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국외적으로는 영국에서 1970년대 말부터 국가별로 젊은 작가들의 전시를 기획하며 국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온 거물급 소장가 찰스 사치와 그 주변의 유력한 인사들로부터의 영향이나 각종 국제 비엔날레와 유사 행사의 양적 확대를 통해 젊은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사실을 들 수 있다. 국내적으로는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에 걸쳐 우리 미술계에 일어난 국제적 미술정보의 개방과 확산이라는 변화와 비엔날레나 대안공간 등을 통한 새로운 시각예술 소통 형식의 진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1986년 아시안 게임이나 1988년 하계 올림픽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는 국제적으로 개방의 속도를 더했고 이러한 추세에 맞춰 미술계의 활동영역이 국제적으로 확산되었다. 이 과정에서 유학이나 레지던스 활동 등을 통해 국제적 미술정보를 보다 많이 접한 젊은 작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짐으로써 젊은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들이 미술계의 관심을 받게 된 것도 오늘날 우리 미술계의 젊은 작가 집중조명 현상을 설명해주는 배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다 1990년 말부터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던 미술시장에서도 상품성과 가격경쟁력이 있는 새로운 상품개발 차원에서 상업화랑들이 젊은 작가들의 작품에 눈을 돌려 국제시장 공략에까지 돌파구를 열어가는 최근의 추세가 저널리즘의 보도와 어우러져 이전보다 폭넓은 대중들의 관심을 이끌어낸 것도 그 배경 가운데 하나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개최된 두 전시가 젊은 작가들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점은 공통적이라고 볼 수 있으나 이러한 작가들의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과 작품선택 방식에는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 듯하다. 우선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에는 격년제로 시행해 온 이번 전시가 25년 동안 16회째 이어지고 있으며 올해에는 총 16명의 작가들을 선발하였는데, 학예실 큐레이터 전원이 폭넓게 작품들을 찾아내고 이 작품들을 관장과 함께 여러 차례 평가와 검토를 거쳐 최종적으로 확정짓는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이렇게 결정된 작품들은 한 명의 담당 큐레이터에 의해 전시기획으로 이어졌다. 따라서 젊은 모색전에 출품된 작품들은 우리나라의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공공기관의 큐레이터 전원이 오늘날 우리 미술계의 흐름을 잘 반영하며 예술적 잠재력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는 작품들을 전원합의에 의해 최종적으로 선정한 셈이어서 앞으로 이들의 예측이 얼마나 적중할 수 있는지 지켜볼 일이다.
이에 비해 SeMA전은 서울시립미술관의 큐레이터 6인이 각각 5명씩 총 30명의 작가를 선정하여 각 큐레이터마다 오늘날 우리 젊은 작가들이 그들의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건네주는 메시지를 해석하고 각자에게 할당된 전시공간에서 그들의 해석을 책임지고 구성하는 형식으로 기획되어 있다. 작품들의 경향은 회화에서 영상, 설치, 사진, 그리고 이러한 장르 사이의 경계를 넘나드는 복합적 형식 등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으며 주제 면에서도 사회적 이슈에서부터 개인적인 관심과 사고의 시각화가 폭넓게 제시되고 있다.

두 전시를 통해 소개된 46명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은 내용면에서도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을 뿐 아니라 관람객과의 소통에 있어서도 관객의 참여와 조작에 의해 자신들의 작품이 완성되는 양방향적 소통과 공감을 지향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이전에는 사용되지 않았던 재료나 기법을 통해 표현되는 실험적인 시도와 작품에 담긴 오락적 요소로 이해될 수 있는 소통 수단이 얼마나 완성도 높게 진화되고 발전하는가에 대해서는 좀 더 시간을 두고 관찰해볼 일이며, 일부 작품에서 드러나는 관념적인 주제가 젊은 작가들에게 거는 참신성에 대한 기대를 퇴색시키는 점도 있다. 그러나 연령적으로 70년대 이후에 태어나 도시적이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환경에 익숙하며 시각적 풍요와 정보전달의 신속성, 그리고 소통의 즉흥성을 누리고 성장한 세대의 작가들이 펼치는 우리 미술의 새로운 장이 한국미술사의 흐름의 연결고리를 어떻게 창출해내고 우리 미술의 미래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나아가는지를 주의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 2006년 월간미술 11월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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