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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철웅 - 초월적 공간

하계훈

심철웅의 이번 전시는 작가가 직접 멕시코 남부 해안을 따라 9일 동안 크루즈 여행을 하면서 마주친 이국적인 풍경과 배 위에 함께 탔던 승객 및 승무원들에 대한 영상 인터뷰 기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영상 작업을 통해 작가는 오늘날의 급변하는 시간 및 공간적 환경에 대한 의미를 천착해보고 있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인해 오늘날 우리는 이전에는 알 수 없었던 지역의 환경과 그 지역에서 벌어지는 생활과 문화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게 되었으며 그러한 정보는 우리의 개인생활 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생활과 그 구성원들의 사고의 확장과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한국에서 거의 지구 반대편에 가깝게 멀리 떨어져 있는 남미 멕시코 해안의 낯선 도시풍경과 그곳의 사람들의 일상, 그리고 그 곳 근처의 바다 위를 아흐레 동안 함께 여행하면서 만난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과의 인터뷰 기록을 담은 영상물을 가지고 작가는 오늘날 우리 자신의 개인적, 사회적 생활이 문화적으로 뿐 아니라 정치적, 이념적으로도 과거와 다른 변화된 인식을 가질 필요가 생겨나고 있음을 시사해준다.
이처럼 시공간뿐 아니라 우리의 사고와 개념의 확대를 지향하는 심철웅의 전시는 비슷한 인식을 가진 작가들로 구성된 미디어 아트 그룹의 두 차례 연속 전시에 이어지는 세 번째 전시로서 열리는 개인전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심철웅은 특히 자신의 작업을 통해 21세기의 확장된 공간의식과 시각개념을 세우는데 있어서 과거처럼 지역적 패배주의에 빠지기보다는 새로운 존재들과의 조우를 통하여 보다 넓은 시공간 속에서 작가 자신의 존재감과 자신의 또 다른 정체성을 적절하게 포착해보고자 하는 진취적 사고를 보여준다.

유람선의 갑판에서 배가 바다를 가르며 뿜어내는 포말을 촬영한 영상과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는 시선을 담은 영상이 한 스크린에 중첩되며 페이드아웃되는 작품에서는 우리를 둘러싼 공간의 거대함과 무한성 등을 느끼게 하며 초월적 존재감이나 블랙홀로 빠져드는 듯한 의식의 몽환성도 느끼게 해준다. 배 위에서 촬영한 화면은 지속적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해가 지고 어두움이 오도록 화면은 가도 가도 끝없어 보이는 바다위의 포말과 원경의 잔잔한 파도를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존재하는 지구상의 바다라는 공간을 다른 시공간을 포유하는 초월적 존재의 체험수단으로 제시한다.
크루즈 함상에 동승한 스코틀랜드 건축업자와 필리핀 출신의 종업원이나 멕시코 아카폴코 현지의 택시 기사와의 인터뷰 등 네 개의 싱글채널 비디오 화면이 조합된 커다란 화면은 앞으로 다시 만날 개연성이 전혀 없을 듯한 만남을 통해 우리 삶의 시공간을 초월하는 ‘거대한 존재에 대한 호흡’을 체험하게 해주는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현실의 물리적 시공의 한계를 넘어서는 초월적 공간과 그 공간에서 체험하는 개인적, 집단적 사고와 행동의 장을 paraspace라고 명명하고 이를 자신의 전시 제목으로 도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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