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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준

하계훈

이진준은 시각예술의 장르를 폭넓게 넘나들며 다양하게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다. 굳이 장르를 구분하자면 영상을 바탕으로 하는 설치작품을 위주로 작업하는 이진준은 우리 삶의 다양한 현상의 저변에 깔려있는 역사적, 사회적 함의를 관람자들에게 환기시키고자 한다. 이진준은 예술을 매개로 사회 구성원 사이의 교류를 유도하며, 삶의 여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경험과 상처에 대한 치유의 희망을 모색하는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함께 예술을 통해 전달할 수 있는 다양한 개념적 소통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작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경력을 살펴 볼 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특이함은 그가 경영학을 전공한 뒤 미술대학과 대학원에서 조소를 전공하였다는 사실과 공중파 방송국의 PD로 활동했던 사실이다. 이러한 경력은 당연히 많은 질문을 유발했으며, 여기에 대한 작가의 대답은 운명론적 선택을 가미하여 개인적인 역사를 설명하고 있으며 주로 장르나 전공의 구분을 넘어서 사회 시스템에 대한 보다 구조적인 접근을 시도하고자 한다는 것으로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시키고 있다.이진준은 자기 소개서에서 스스로를 ‘미디어 퍼포먼스 연출가 및 미디어 아트 설치 미술가’로 적어놓고 있다. 그만큼 그는 다양한 작업을 해오고 있다. 작가로서 본격적으로 출발한 2004년의 전시에서부터 이진준의 예술적 행적을 추적해보면 그는 강남의 스페이스 C 코리아나 미술관에서 환상적인 형태의 대형 벽화작업을 했었고, 이듬해에는 이재욱과 함께 강남에 있는 세오 갤러리의 건물 안과 밖의 외부공간을 연결하는 계단구조로 이루어져 있는 공간에 벽화작업을 했다. 이때 두 작가가 구성한 벽화는 정적인 위치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움직이면서 작품을 감상하게 되는 물리적 공간으로, 그리고 더 나아가 3차원의 조각 감상법을 넘어 연속된 시각적 잔상효과와 시간성에 중점을 두는 공간으로 표현되었다. 이 작품에서 이진준은 벽면에 몬드리안 작품처럼 수직과 수평의 선을 교차시켜 실제 공간보다 확장된 환영공간을 만들며, 관람객들이 공간을 지나가는 과정을 통해 마치 비디오 작품을 보듯이 착시적 경험을 하며 유희적 참여를 통해 연속되는 시각적 경험을 뇌리에 남기도록 공간을 구성하였다.

2006년 이진준은 국립현대미술관 창동 스튜디오의 작가 레지던시에 참가하였으며 2007년 에는 아르코 미술관에서 작가 한 사람당 8주 동안 미술관 전시실을 임대해주어서 자유롭게 작업하면서 창작과정을 관람객과 공유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다. <이진준의 ART Theatre-영상설치 개인전 역할놀이>라고 제목을 붙인 이 프로젝트에서 작가는 6회에 걸쳐 실험적 연극의 형식으로 예술의 경계를 실험하는 일종의 연출퍼포먼스를 수행하였다. 무대와 관객석 그리고 현실과 연극의 구분이 없이 연출된 여섯 번의 일인극 모노드라마에서 작가는 현대인의 일탈과 카타르시스, 소외와 고독을 관객들과 공유하려는 시도를 하였으며 이 모든 것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편집하여 보관하였다.

이러한 영상작업과 연출 작업을 하는 동안에 이진준은 또 다른 작업에 손을 대기도 하였다. 2007년에 제작한 의 경우에는 작가가 각 나라의 동일한 공간에서 알파벳 문양을 찾아내서 사진으로 채집, 기록하고 그 알파벳을 이용하여 단어와 문장을 만들어가는 프로젝트였다. 이러한 작품을 통해 작가는 컴퓨터와 영상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눈에 이미지를 기호로 읽는 인식 시스템을 작동시키며 새로운 시각적 재미와 자극을 던져준다.
스튜디오 박영에 입주해있는 동안 이진준은 국제적으로 여러 행사에 참가하면서 활동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2008년에는 서울 디지털미디어시티 미디어 설치 예술품 국제 공모에서 1등을 차지하여 상암동에 대형 설치작품을 세워놓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서울문화재단에서 공모한 NART2009 젊은 예술가 지원사업의 작가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작가 스스로가 자신을 명명하고 있는 것처럼 이진준은 미디어 아트를 바탕으로 공공의 공간에서 관람객과의 소통을 위한 설치미술을 제작하는 작가이기도 하며 연극형식의 퍼포먼스를 통해 관객과의 소통가능성을 실험하는 연출가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다양성은 매체의 형식보다는 개념을 중시하는 작가의 태도에서 기인한다. 그리고 이러한 태도의 저변에서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사회의 다양한 현상에 대한 감수성의 촉수를 무디게 내버려두지 않으면서 끈임 없이 사회를 관찰하고 그로부터 도출되는 메시지를 가지고 관람객과 교감하려는 작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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