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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경

하계훈

오유경은 예술가와 사회 사이의 관계에 있어서 호혜적이고 상보적인 상호작용과 교류가 가능하며 이러한 작용이 당연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믿음의 기초 위에서 작업을 시작하여 작품이 위치하는 공간에 대한 해석과 그것에 대한 관람객의 반응, 그리고 조형언어를 통한 실존주의적 사유로까지 단계적으로 사고의 폭을 넓혀가며 오브제와 퍼포먼스 작업을 해오고 있다.

한국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2002년 프랑스로 건너간 작가는 거리 한 구석에 용도 폐기되어 버려진 의자나 공원에서 발견한 부러진 나뭇가지 등의 오브제를 발견하고, 그러한 의자와 나뭇가지를 통해 생명의 문제와 예술행위를 통한 개체나 사회의 치유와 회복 가능성을 탐구하는 쪽으로 작업 방향을 선택하였다고 한다.

그녀가 치유자로서의 예술가의 역할을 추구하는 것은 20세기의 위대한 행위 예술가인 요셉 보이스의 샤먼 개념과 공통적인 접점을 찾을 수 있다. 혹자는 용도 폐기된 가구를 이용한 작업에서 오유경의 작품을 아르테 포베라와 연결 지으려는 경우도 있으나 작가는 이러한 관점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표시한 적이 있다.프랑스 유학 초기에 오유경은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에 관하여 관심을 갖고 그 해답으로서 예술가의 창작행위를 통한 사회의 치유와 회복, 인간에 대한 관심이라는 주제에 몰두하였었다. 이러한 주제를 풀어나가는 도구로서는 파리 시내 뒷골목에 버려진 의자들과 공원의 숲 속에 부러진 채 널려있는 나뭇가지, 주변 나무들에 비하여 생육이 부실한 나무 등걸 등이 이용되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의자는 다분히 사회적인 오브제임에도 불구하고 테이블 같은 공동적으로 사용되는 오브제와는 달리 매우 개인적이며, 인간의 몸과 의식에 뚜렷한 궤적을 남겨놓는 물건이다. 실제로 우리는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린 의자에서 반 고흐와 고갱의 성격이 상징적으로 잘 표현된 사례를 보기도 하였다.

오유경이 다루는 의자와 나뭇가지들은 버려지거나 부러지거나, 기능이 중단된 오브제들이 대부분이다. 작가는 그러한 오브제들을 통해 생명과 사회적 함의를 읽으며 그러한 오브제의 치유와 회복, 상징적 생명의 부여를 위해 피라미드나 붕대, 숯, 그리고 소금처럼 치유를 촉진하는 재료들을 적용하였다. 오유경의 오브제에서는 무생물을 생명체로 전환시키는 힘과 모성의 따스함 같은 정감이 느껴진다.

이러한 치유의 대상인 의자는 점차 공간과의 관계성이 가미되면서 <고소(高所), 잘려진 나무를 위한 나무의자>나 공중에 걸린 붉은 색 의자가 바닥까지 그 구조를 연장시키는 모습으로 전개되기도 한다. 치유자로서의 예술가의 역할에서 더 나아가 오유경의 작품에서는 공간의 해석과 힘의 작용과 반작용 같은 새로운 차원의 사유가 이어진다.

작가가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은 기존의 경험적인 인식을 넘어서는 차원의 것이다. 작품 속에 오브제나 퍼포먼스 형식으로 제시되는 오유경의 작품들은 작가의 사상, 세계관, 형이상학 등의 옷을 입는다. 오유경은 자신의 작품에서 관람자가 조각의 전통적인 볼륨과 물질의 고유 속성을 읽도록 유도하지 않는다. 오유경의 퍼포먼스에서 관람객은 더 이상 전통적인 관람객이 아니라 작품의 일부로 참여하여 작품의 상태와 의미를 규정하는 주체가 되는 것이다.

2007년의 설치작품으로서 헬륨이 주입된, 부유하는 대형 큐브를 전시 공간에 띄운 <큐브먼트>와 헬륨 가스를 넣은 풍선이 바닥에 놓인 천을 들어 올리면서 생기는 공간을 표현한 <만들어진 산> 등은 작가의 공간에 대한 해석과 영원성이나 절대적인 것에 대한 회의 등이 반영되어 있다.오유경의 작품을 얼핏 볼 때에는 의자나 나뭇가지 같은 오브제로부터 일련의 큐브 작업과 사진 작업, 이러한 오브제와 결합된 퍼포먼스 등 다양하게 다가오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녀의 작업에서 공통적으로 읽히는 메시지는 작가가 속한 사회와의 따뜻하고 지속적인 관계의 형성과 그러한 사회 안에서의 작가의 사유를 촉발하는 반복적인 작업에의 몰두 등이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3000개의 종이 큐브를 접고 쌓으면서, 의자와 나뭇가지에 붕대를 감아가면서, 그리고 최근 작업에서와 같아 구겨진 한지의 흔적을 따라 수없이 많은 선을 그어가는 작업에 몰입하면서 오유경은 사회와 인간과 예술을 사유하였을 것이다.

2009년 초 귀국한 오유경이 최근에 관심을 갖는 작품은 한지의 구김을 통해 형성되는 공간과 조형에 대한 사유다. 의자와 나뭇가지, 안정성과 영속적인 것의 상징으로서의 큐브를 이용한 설치작업, 헬륨 가스를 주입한 대형 큐브가 전시장을 떠다니는 퍼포먼스에 이어 한지를 이용한 작업에서 오유경이 일관되게 추구해오는 예술의 화두는 변화와 변형, 탈바꿈, 붕괴라는 개념을 통한 사회와 인간의 치유와 회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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