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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에 미술정보센터를 설립하자

김달진

김달진(김달진미술연구소장)

정부는 최근 들어 예술 창작 정책지원도 늘려 기존의 문예진흥기금, 미술은행 운영, 로또기금의 박물관 미술관 전시 및 프로그램 지원을 펴고 있다. 금년부터는 추가로 등록미술관의 전문인력 지원을 한다. 또한 문화관광부가 작년에 시작한 공공미술프로젝트인 ‘아트인시티’에는 3억원이 추가된 15억원 예산으로 사업이 이어지고 새로 서울시는 ‘도시갤러리프로젝트’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이중섭 위작 파문이후 자료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국가예산을 지원받아 탄생한 한국미술품감정발전위원회는 최근 ‘한국미술품감정 중장기진흥방안’ 연구보고서를 펴냈는데 미술품 감정의 기초가 되는 ‘카달로그레조네’의 필요성을 강조해 놓았다. 이 카달로그레조네는 작가의 전작을 실은 도록 형태지만 단순히 작품 도판만 모아놓은 화집이 아니다. 작품명, 제작년, 재료, 크기, 소장처 등 기본정보는 물론 소장이력, 전시이력, 참고자료 리스트, 해설, 작가의 생애 등을 집대성한 분석적 작품총서로 번역된다. 제대로 된 카달로그레조네가 있는 우리나라 작가는 김기창전작도록 5권(1994), 장욱진(2001)등 두명 뿐이다. 그나마 전작품을 모아놨을 뿐, 개별 작품에 대한 세밀한 정보는 부족하다.

미술정보센터의 필요성

해마다 미술 활동도 풍성해져 2005년 한 해 우리나라에서는 8,858건의 전시회가 발표되었다. 2006년 국내 경매에서 낙찰된 미술품 총액이 591억4천여원을 기록, 2005년 168억원에 비해 무려 252%가 증가했다. 작년 서울에는 미술관 화랑 대안공간 등 전시장이 63개처가 개관하였다. 우리 미술계가 이렇게외형적으로 덩치가 커지고 창작, 전시, 박물관, 공공미술, 감정 지원 등 다각적인 지원도 늘어났지만 미술자료 데이터베이스화, 정보화에는 인색하다. 이 부분은 미술관에서 예산을 짜고 인력을 배정할 때 항상 뒤로 밀린다. 자료정리는 업적이 눈에 보이지 않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우리 미술계의 빈약한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로 국립현대미술관은 작년 ‘한국미술100년전 2부’ 전시에서 1980년대 ‘현실과 발언’ 팸플릿을 자체 도서자료실에 소장되어 있는데도 파악치 못하고 삼성미술관 리움 한국미술기록보존소에서 대여해와서 전시를 했다. 더구나 1996년 ‘대상수상작가전’에서 중앙미술대전 수상자인 김훈(金勳)의 근작 대신에 동명이인인 마흔 두 살이나 위인 원로 서양화가 김훈(金壎)의 작품을 도록에 실고 전시장에 걸었다가 며칠 후 교체하는 웃지 못할 일도 발생한 적이 있다. 삼성미술관 리움은 2005년 ‘이중섭드로잉전’과 관련하여 미공개작이라고 밝혔던 황소 밑그림이 1979년 미도파화랑에서 열렸던 이중섭전 팸플릿에도 소개된 작품이라는 전문가의 지적을 받고 이틀 후에 언론사에 부랴부랴 정정보도를 요청하는 실수를 했다.

우리 미술계가 성장하면서 미술자료도 늘어나고 있다. 다양해지는 수 많은 미술정보를 어떻게 분류, 정리, 기록하여 후세에 전 할 것인가에 대한 고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오늘의 정확한 자료가 내일이면 역사의 사료가 되기 때문이다. 정보화시대 기본이 되는 자료집, 연감, 미술사전, 인명록, 통계 등이 부족하다. 미술판에서 필수적인 작가를 찾아보던 인쇄물인 한국미술연감은 1997년에 폐간되었으며 월간미술연감에서는 권말부록으로 제공하던 것도 1999년 이후 중단되었다.

모든 일은 정보와 자료에서 출발한다. 우리 현실은 미술자료를 열람하기 쉬운 미술도서자료실을 찾기가 쉽지 않다. 미술의 메카인 인사동에 미술정보센터를 설립을 제안한다. 인사동은 많은 미술인과 미술관련자, 애호가, 외국인들이 찾아오기 쉬운 접근성이 좋다. 이곳에서 미술도서, 잡지, 논문, 현재 이루어지는 전시 자료 등을 충분히 준비해놓고 미술 전문사서의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하다. 이런 곳이 있어야 해외에 우리 작가를 잘 알릴 수 있다. 때로는 현장에 가지 못해도 정보를 얻고, 앞으로 열릴 각종 비엔날레, 아트페어도 이곳을 홍보창구로 이용하면 효과를 높힐 수 있다. 정부 예산을 외형적으로 드러내는 일만 앞세우지 말고 가장 기본적인 데이터베이스 인프라 구축에도 나눠 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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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로그 레조네’ 주문을 외우자
오늘의 미술 자료가 내일은 史料
김달진 미술연구소장 기고

입력 : 2007.02.05 23:48 / 수정 : 2007.02.06 10:02

이중섭 위작 파문 이후 미술 자료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한국미술품감정발전위원회는 최근 ‘한국미술품감정 중장기진흥방안’이라는 연구 보고서를 펴내고, 미술품 감정의 기초가 되는 ‘카탈로그 레조네(catalogue raisonne)’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카탈로그 레조네’는 작가의 전 작품을 모아놓은 도록이다. 단순히 작품 도판만 모아놓은 화집이 아니라, 작품 이름, 제작 연도, 재료, 크기, 소장·전시 이력, 참고자료, 작가의 개인사 등을 망라한 책이다. 제대로 된 ‘카탈로그 레조네’가 있는 우리나라 작가는 장욱진, 김기창 화백 등 2명뿐이다. 그나마 전 작품을 모아놨을 뿐, 개별 작품에 대한 세밀한 정보는 부족하다.

우리 미술계 덩치가 커지면서 정부의 지원도 늘어났다. 그러나 미술자료를 모으고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사업에만은 정부가 여전히 인색하다. 미술관에서 예산을 짜고 인력을 배정할 때 이 부분은 항상 뒤로 밀린다. 자료 정리는 업적이 눈에 보이지 않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자료의 중요성을 경시하면, 적지 않은 문제가 생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해 ‘한국미술100년전 2부’ 전시 때 80년대의 민중미술 계열 작가들의 모임인 ‘현실과 발언’에서 만든 팸플릿을 삼성미술관 리움 한국미술기록보존소에서 빌려다 전시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자료인데도, 전시 기획 담당자가 도서 자료 담당자와 의사 소통이 안돼서 무엇이 어디 있는지 못 찾아 생긴 일이었다. 삼성미술관 리움은 2005년 ‘이중섭 드로잉’전 때 미공개작이라며 황소 밑그림을 걸었다가, “1979년 미도파 화랑에서 열렸던 이중섭 전시회 팸플릿에도 나온 작품”이라는 전문가 지적을 받고 이틀 만에 언론사에 정정보도를 청하는 실수를 했다.

우리 미술계가 성장하면서 미술 자료도 늘어나고 있다. 그걸 어떻게 분류하고 기록해서 후세에 전할 것인가 고심해야 할 때다. 모든 미술사 연구는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는 데서 출발한다. 오늘의 정확한 자료가 내일이면 역사의 사료가 된다. 그런데도 미술 자료를 제대로 모아놓은 곳이 드물 뿐 아니라, 있는 자료를 쉽게 열람할 수 있는 공간은 더욱 드문 것이 우리 현실이다. 이제 미술계 인사들이 나서서 정부를 설득해 미술의 중심지인 인사동에 미술 자료를 모아놓은 공익 목적 미술정보센터를 설립해야 할 때다. 이런 곳이 있어야 해외에 우리 작가를 잘 알릴 수 있다. 해외 비엔날레와 아트 페어에 대비해 홍보 창구로 이용할 수 있다. 정부 예산을 외형적으로 드러내는 일에만 쓰지 말고, 미술 연구의 기본이 되는 자료 축적과 데이터베이스 구축에도 나눠 쓸 때다.

- 조선일보 2007. 2. 6 A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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