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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옥 회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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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_겹 72.7x72.7cm, Acrylic on canvas, 2015


원형의 가치에 대한 탐색과 실험

김연옥은 접은 면천을 일정한 간격으로 붙인 개성적 작업방식과 장인적 노고로 형식적인 완결성을 이룬 자신의 작업에 전통적 모티브와 시의성 있는 비판을 개입시킴으로써 새로운 소통의 가능성을 모색해 왔다. 부단한 작업과정과 물질의 실험으로 사물의 본질을 추적하고 여기에 내용적 요소를 추가함으로써 모더니즘회화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작가의 전략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획득한 바 있다. 김연옥은 한국적인 기억 속 이미지, 즉 원형의 상징물(archtype)에 현대인들의 관심요소와 매재(媒材)의 물성을 적절히 조화시켜 현대인의 삶과 욕망을 재구성함으로 속된 가치를 숭고의 경지로 끌어올리는 연금술사였던 것이다.

 

전통과 현대의 접합

한국 전통 도자이미지의 꽉차 있으면서도 비어있음을 표현하는 김연옥의 <> 연작을 보고 있으면 고전적 감흥과 현대적 미감이 교차함을 느끼게 된다. 작가는 여전히 면천을 규칙적으로 자른 후 세워 붙여 요철을 만드는 반복적인 노동의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는 작가의 작업관이 여전히 노동이라는 개념과 밀접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질료와 형태의 실험에 몰두한다는 점에서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진다. 이러한 그의 화면은 일정한 패턴을 이루면서 시각적 환기와 촉각적 매력을 발산하게 되는데 이차원적인 평면에서 경험하는 삼차원적 질감은 보는 이로 하여금 새로운 조형성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작품자체의 조형적 아름다움에 매몰시킨다.

김연옥의 예술적 영감과 사유의 저변에는 한국적’, ‘전통등의 용어로 상징될 수 있는 무의식적 존재이미지인 원형적 상징물이 존재한다. 과거 김연옥의 작품에 등장하던 민화이미지나 한복, 버선 등의 형상은 작가의 심상에 원형으로 존재하는 이미지들로써 자신의 예술적 성취에 유용한 도구로 차용된 것이었다. 근자에 이르러 김연옥은 도자기의 형상을 작품에 표상함으로써 전통적 이미지와 현대적 기법을 효과적으로 조응시키고 있음을 보게 된다. 특히 최근의 <>연작에서 작가는 한국전통의 달항아리 형상을 선호하고 있음을 볼 수 있는데, 현대적 조형미를 보여주는 작품에 전통적 형태미를 부가함으로써 자연이라는 본질적 가치에 대한 새로운 환기는 물론 현실적 사유와 존재론적 사유의 접점에 위치해 있는 작가의 미적 욕망을 가늠케 한다.

인간이 만든 인공적인 사물에 자연의 힘인 불과 중력, 그리고 흙 등이 서로 작용한 결과가 달항아리이다. 그래서 달항아리에는 중국이나 일본의 대형 자기들이 보여주는 인공적 완벽성이 아니라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낼 수 없는 일그러짐 내지는 불균형이 있다. 그러나 그 일그러진 아름다움은 인공성을 뛰어넘는다. 인공성을 뛰어넘을 때 빚어지는 형태상의 긴장은 팽창해 폭발하려는 항아리와 그것을 붙잡는 흙들의 친화성에서 비롯된다. 김연옥의 작업도 마찬가지이다. 작업과정의 치열한 노동이나 시공간적 서사가 억제되고 고요하고 침잠된 아름다움이 드러나는 그의 작업 역시 인공성을 뛰어넘는 긴장과 이완의 결과물인 것이다.

중층성과 단순성의 이중구조

아마도 김연옥이 추구하는 바는 이점일 것이다. 작가의 예술적 사유는 달항아리에 대한 찬미일 수도 있고 이에 내재하는 한국 특유의 심미성에 대한 반응일 수도 있다. 한국 특유의 심미성이란 선배 예술가들이 누차 언급했듯이 인공성과 자연성 사이의 균형과 긴장에서 발생한다. 마찬가지로 김연옥의 작품에는 전통과 현대 뿐 아니라 추상과 구상, 평면과 입체, 다양성과 단일성, 시각적 일루전과 촉지 가능성 등 다양한 가치들이 이항대립적으로 존재함을 보게 된다. 이때 평면에서 입체로 보이게 하는 시각적 착시는 점, , 면의 구성요소로 반복과 크기를 변화시키고 공간에서의 돌출, 부풀림 등을 이용하여 시각적 움직임, 리드미컬한 역동성을 보여준다. 이로써 그의 작업은 시간과 공간표현에 의한 화면구성의 다양성은 물론 옵티컬한 동세에서 시각적 유희를 제공하여 작품 감상자에게 또 다른 차원의 흥미와 긴장감을 유발시킨다.

 

이러한 형식논리의 산물위에서 시각화된 이미지의 주제(도자기)는 거시적인 우주에 존재하는 원의 형상으로 인식되어 지기도 하고 도자기의 곡선으로부터 여성의 인체를 인식하기도 한다. 작품 속에 나타난 도자기가 갖고 있는 그 자체는 단순한 형상에 지나지 않지만, 그 속에 내장된 단순함, 여백, 부정형이 갖는 무심한 아름다움 등으로 인하여 한국인의 정서와 미가 갖는 의미론적인 성질을 획득한다.”(작가노트)

 

이를 통하여 작가는현대사회에서 인간이 느끼는 위기감, 불안감과 같은 심리적 요인을 표현하였으며 이중구조를 통한 반복과 순환의 조형성에서 회화적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김연옥의 그림은 작가 개인의 시각적 경험과 사유에서 출발하였으나 작가의 의도와는 다르게 그의 작품에서 작업과정의 치열한 시공간적 서사과정을 읽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단순히 면천을 일정간격으로 오려붙이고 형태를 구성해 나간다는 노동의 측면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화면과 작가간의 긴장성이 시시각각으로 전달되는 것이다. 그것은 우주의 기원에서부터 이의 원형, 대상의 시공간적 위상, 역사와 전통, 형식과 내용, 조형요소와 작가의 개인적 트라우마 등 예술과 인간적 삶에 관련된 모든 의미를 포괄하는 것이다.


김연옥, 겹 Acrylic on canvas 2015 130.3x130.3cm


원형에 대한 탐색

작품의 제작과정에서 작가는 점에서 출발하여 우주를 포괄하는 다양한 시공간적 경험에 몰입되었을 것이다. 이는 환각이라기보다는 무의식적 경험에 더 가까우며 미적 욕망주체로서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실존적 삶의 영역으로 몰고 감으로써 일상을 규정한다. 김연옥 작업의 외연에 나타나는 원형패턴도 이러한 보편적 무의식의 일단에서 비롯된 것일 게다. 그림이 시각적 대상이기는 하지만 감각과 정서가 느껴지는 생각의 대상이라는 점을 고려 할 때 작가는 작품에서 시간의 흐름, 사연, 의미, 그리고 존재에 대한 물음까지도 읽어내는 내면적인 실체의 공감의 장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작가는 원형의 상징물인 도자기형상을 좀 더 패턴화 된 형태로 진전시키고 이에 따라 흐려진 회화성을 다양한 형식실험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의도를 보여주기도 한다. 전통적 드로잉은 물론 뿌리기와 피스작업이 병행된 그의 그림은 중층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는데, 이는 현대 회화의 다양한 표현기법들이 적용된 수많은 시행착오와 이의 극복과정의 산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연옥은 작품자체의 심층형식보다는 겉으로 드러난 부조적 특성과 간결한 이미지만을 관객에게 제시함으로써 작품의 서사성을 은폐한다. 도자기를 표상한 <>연작에서 우리는 작가가 대상에 갖는 깊은 애정과 이를 속되지 않게 재현하기 위해 시도한 예술적 고민을 동시에 읽어낼 수 있다. 그것은 원형에서 출발한 것이 분명하나 하나의 보편자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예술적 대상으로 진화함으로써 인간과 삶, 자연과 우주를 포괄하는 규정 불가능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상에서 본 김연옥의 작업은 노동이라는 가치를 화면의 기조로 삼으면서 형식적으로 현대적 조형성의 탐구와 물질의 실험을 통하여 회화적 순수성과 절대성을 포기하지 않고, 내용적으로는 우리의 전통적 모티브를 통하여 존재의 의미와 우주의 섭리를 표상하고 있다. 결국 작가는 수겹의 수평적 층위로 이루어진 시간적 장에 단순한 형상의 역사의 편린을 개입시킴으로써 현대적 실험의 장 뿐 아니라 실존적 장으로 이해될 수 있는 새로운 예술적 실험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경모/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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