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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윤 : 기록되지 않은 사물, 침잠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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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갤러리 리채 제1회 청년 작가 공모 선정 그 두번째 – 채지윤 개인전

                    

< 기록되지 않은 사물 : 침잠의 시간 > 展

2016.6.23.목 – 7.14.목 (3주간)

Free Open : 6.23.목.

* 전시 기간 내, 관람객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무료) 상시 진행(작품 스티커 오려 붙이기) 


 “이사철이 되면 뒷골목에 버려진 자개장롱을 보게 된다. 이것은 한때 어머님들의 추억이 담긴 혼수품으로 존재했다가, 주거나 생활방식의 변화로 과거의 잔재로 전락해버렸다. ...(중략)... 사물은 사용자의 세세한 경험을 구체화시키고, 그 안에 내밀함을 가지고 있다. 내밀함을 가진 사물은 하나의 밀도 높은 공간을 차지하며, ‘선택적 가치’를 통해 우리 안에 지속해서 머물고 있다. 나는 하나의 의미 있는 사물로써 공간을 구분하여, 나만의 다른 미지의 공간을 꿈꾼다. 이것을 응시하는 관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자 한다.”

- 작가노트 중에서 -


 2016년 갤러리 리채는 지역 청년 작가를 지원하는 메세나 운동의 일환으로 창작지원금 200만원과 전시공간을 무료로 대여하는 공모사업을 진행중이다. 올해 선정된 4명의 작가에게는 개인전 초대와 온·오프라인 홍보가 지원된다. 제1회 갤러리 리채 청년 작가 중 올해 두 번째로 개인전을 여는 채지윤 작가의 전시 제목은 <기록되지 않은 사물 : 침잠의 시간>이며, 오는 6.23(목)부터 7.14(목)까지 3주간 열린다. 전통 옻칠공예와 나전기법을 현대화하는 다양한 시도에 매진해 온 채지윤 작가는 기존 <몽요담> 시리즈 작업의 연장선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가면서도, 그동안 작가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꼈던 ‘관람객들과의 소통 창구’를 만드는 데 이번 전시의 방점을 뒀다. 대표적인 예로, 이사철만 되면 버려지는 자개 장롱에 대한 작가의 단상을 작품을 통해 이미지화하여 관객들과 추억을 공유하고자 한다. 어렸을 적, 캄캄한 자개 장롱 속에 숨어서 술래의 호명을 기다리는 아이의 심정은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시대적 감성이자 오래된 추억이다. 그러나 작가가 10대, 20대, 30대를 지나 40대에 가까워진 지금, 집 한 구석에 자리를 차리한 자개 장롱의 존재는 다른 의미로 변화했다. 작가는 한때 ‘부의 상징’이자 혼수 예물품의 ‘고귀한 잣대’가 되곤 했던 하나의 사물이 현시점에서 마치 버려야 할 짐짝 또는 처리 곤란한 애물단지로 취급받는 광경에 주목한다. 사물의 권위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추락하는 듯한 모습은 채작가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20대 대학 시절부터 ‘칠공예’의 현대화를 위한 다양한 조형실험을 감행해 온 그녀에게는 ‘쓸모를 다한 자개 장롱’의 모습이 작가 자신의 존재를 투영시키는 것 같이 느껴졌다고 한다. 다양한 현대 미술의 흐름 속에서 전통공예의 설 자리가 사라져가는 현실은 작가 자신으로 하여금 유년 시절을 함께 보냈던 특정 사물이 드러내는 ‘존재의 무가치함’과 오버랩되는 상념을 가져다주었다. 타자에 의해 버려지고, 잊혀지며, 기록되지 않는 ‘선택적 고립’이라는 숙명론적 화두를 마주하게 된 것이었다. 채지윤 작가는 ‘쓰임의 미학’을 필두로 하는 공예의 물리적 · 실용적 기능을 넘어, 기물에서 유추할 수 있는 정신성과 심리적인 가치를 선택적으로 취한다. 


채지윤 작가가 작품을 제작하는 목표는 전통기법을 그대로 재현하는 복원적 재생이 아니다. 또한, 전통 옻칠공예 및 나전기법의 장인 정신을 완벽하게 구현하고자 함도 아니다. 칠기기능사나 문화재수리기능자 자격증을 보유하게 된 까닭도 완벽한 기물제작을 위한 기술적 ‘답습’이 아닌, 더 자유로운 현대 미술의 작업에 응용하고자 하는 기술적 ‘이해’를 갈구하였기 때문이었다.

채지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관객들이 전통공예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지속되기를 바란다. 우리 선조들이 까다로운 공정을 거쳐 탄생시킨 ‘칠공예’ 전반의 기능적 우수성은 물론이거니와, 그에 따른 제작자의 노력과 시간의 밀도 역시 관람객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란다. 따라서, 버려지는 자개 장롱이나 전통공예의 흔적이 담겨있는 고가구들을 볼 때마다 서랍 · 문짝 등을 주워온다. 혼자서 이동하기 힘든 물건은 직접 수레를 끌고 가져오기도 한다. 누군가에 의해 버려진 사물에 다시 생명을 부여하는 작업은 이렇게 시작하게 되었다. 가구의 ‘틀’에 해당하는 ‘바깥’은 버리고, 기능의 핵심을 담당했던 ‘속’, 즉, ‘서랍’이나 ‘문짝’을 재활용한다. 가구의 ‘틀’은 현대적 자작나무를 재료로 다시 주문 제작한다. 중고 물품인 ‘서랍’이나 ‘문짝’에 생활기스나 스티커가 붙여진 ‘헌 것의 미학’은 그대로 둔다. 사용자의 세세한 경험이나 시간을 내포하는 ‘서랍’이나 ‘문짝’의 스크래치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불특정다수의 사용감은 재료가 함축한 물성을 보여주는 오브제로서 작품 내에서 ‘시간성’을 보여주는 또 다른 기능적 역할을 하게 된다. 현대의 자작나무 새 틀은 그것 하나로서 기능할 수가 없고, 옛 자개서랍과 문짝은 혼자 스스로 기능할 수가 없다. 상당한 시간의 터울을 두고 교합하는 이 이질적인 오브제의 만남은 아이러니하게도 서로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한다. 


채지윤 작가는 전통과 현대의 시간성을 뛰어넘어 정신적 · 기능적 결합을 꿈꾼다. 작가는 “전통의 재료와 기법을 보존하고 계승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람객의 시선을 붙잡아 둘 수 있게 응용하는 현대적 계승방식을 찾고자 계속해서 고민한다.”고 말한다. 특히, 전통적인 재료가 작품의 장식적 · 부속적 쓰임으로만 존재하는 ‘도료적 속성’에 국한되지 않고, 공예 이미지로 고착된 ‘사물적 존재감’을 넘어 재료의 물성 자체가 회화적 요소를 띄는 예술 장르로 확대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도하기도 한다. 뜻밖의 전통 가죽재료를 덧이어 현대적 추상 조형물로 캔버스 작업을 보여주는가 하면, 옻칠의 생칠 · 건칠 기법의 반복과 취사 선택된 자개 장식의 붙임으로 광을 내어 캔버스 화면 두 개를 통해 ‘절단된 산수 풍경과 물의 조형적 흐름’을 보여주기도 한다. 채지윤 작가의 작품세계에서는 육신으로서의 ‘몸’이 고가구의 ‘틀’에 비유될 수 있고, 정신으로서의 ‘개념 미술’은 전통공예 기성품을 그대로 전시장에 옮겨 놓는 대담한 발상에 비할 수 있다. 옻칠 공예 위에 현대적 회화 작업을 입혀 새로운 생명을 입힌다.

 

채지윤 작가는 2006년 칠예 개인전을 시작으로 2009년부터 작가 자신이 요괴가 되어 이상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허용되는 <몽요담>시리즈를 보여왔다. 꿈과 현실이 구분이 되지 않는 경지에서 작가가 경험하는 성장통을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소리가 나는 사물이나 물의 조형성을 시각화하는 움직이는형체를 만들어내는 작업은 노동의 시간이다. 칠작업에서 광을 내는 작업이나 사용자의 손때를 타면서 얻어지는 반투명한 색감을 보며, 재료가 가진 물성이 자라나는 식물군과 같이 생각되어 실을 꼬아 조형물을 만들어보기도 하였다.


  “살아있는 생명처럼 겹겹이 칠이 먹여지면서 만들어지는 과정들과 

   시간이 흐를수록 변화하는 색들이 마치 식물이 자라는 것과 같다고 생각되었다.”


2012년에는 대인시장에서 소재와 장식적인 면에 치중한 공예품과 기능을 배제한 조형물을 동시에 제작하면서 새로운 물성에 대한 연구나 개념적 작업방식에 장르의 구분을 두지 않는 실험전시를 개최하기도 한다. 또한, 시장에서의 관객과의 접근성을 고려하면서도 여성성을 내포한 친숙한 자연물로서의 ‘사과’를 제작하고, 작가를 대변하는 조형물로 이미지화하였다.  


    “뭇 생명들이 내 손끝에서 피고지기를 반복하고 결국은 작품을 통해 

     활짝 만개하기를 꿈꾼다. 그리고 수많은 관객들에게 명상과 휴식을 허락하는 

     행복의 원인자가 되기를 소망한다.”    

  

2013년에는 자연에서 얻어지는 재료들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세상에서 노니는 것’이라는 주제로 브로치 작업을 하였다. 자유롭게 이리저리 슬슬 거닐며 돌아다니는 ‘소요(逍遙)’를 느낄 수 있도록 전시는 세상을 초월하여 아무런 거리낌 없는 자유로운 세계에서 마음을 노님으로써 인간본성을 자연에 맡긴 채 그대로 유지하고자 하는 마음으로부터 제작한 것이다.

2013년 ‘사과’ 조형물을 서랍이나 수레에 가득 담아 수집하고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전시장 내 탑처럼 쌓아올린 사과는 수집을 통해 현실을 도피하는 현대인의 단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급격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회에서 정해진 기능만으로 개인이 평가되어질 때, 작가는 미로부터 자유로운 자신만의 원칙이 적용되는 그만의 유토피아를 만든다. 평범한 사물을 작품으로 재탄생시키고, 자신이 만든 작품을 통해 새로운 미적 공간, 즉, 작가만의 유토피아를 구축하는 작업은 작가에게 주어진 유희이고, 위안이며, 사회적 약자인 자신을 포함한 관객들 모두에게 ‘자신만의 것’으로 구축할 수 있는 ‘소유’에 대한 또 다른 개념과 하나의 방법을 제안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과는 작가를 대변함과 동시에 유혹적인 주체물이다. 원하는 모습으로 형상을 수집한다. 나는 똑같은 사과라도 그것들 제각각이 다른 아우라로 수집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찾아내고야 만다.”

채지윤 작가는 자전적 경험이 문화적 공감을 형성할 수 있다고 믿는다. 주어진 현실 안에 예술이라는 허구를 삽입하여 지속적으로 자아와 타자와의 관계를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채지윤 (Chae G-yun)


광주 출생(1979년생)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대학원 학사 • 석사 졸업(미술학과 공예전공)

              

※ 특이사항 : 칠기기능사, 문화재수리기능자 자격증 보유          

              

작업실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대인동 대인시장 내 382-15(2층)

전화 : 010-9432-2584

이메일 : jilyun79@hanmail.net

                       

   <개인전>

2006 채지윤 칠예전 (무등예술관 , 광주)

2009 몽요담Ⅰ 숲을 거닐다. (갤러리 라이트/서울)

2009 ‘이상한 크리스마스를 만나다.’ KT초대전 (W갤러리/서울)

2012  R.57project growing up (한평갤러리/광주)

2013  몽요담2 _소요 무봉헌 초대전 (질경이/서울)

2013  몽요담3 _소유한다는거 (스톤헨지/광주)

2014  Engram (경복미술문화원 /화순)

2016  몽요담4 기억되지 않은 사물_ 침잠의 시간 (갤러리리채/광주)

             

<저작>

논문 <‘물’의 이미지를 활용한 조형성 연구 - 칠공예 중심으로 ->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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