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초상회화의 거장 ‘알렉스 카츠(Alex Katz)’
아시아 최초 대규모 전시 개최
Alex Katz, Models & Dancers : 아름다운 그대에게 2018.4.25(수) - 7.23(월)
주최: 롯데문화재단 협력: 알렉스 카츠 스튜디오 협찬: 아시아나 항공 미디어후원: 네이버 후원: 주한 미국대사관
세계 10대 거장, 알렉스 카츠의 예술 세계 총 망라하는 신작 및 구작 70여점 공개
올해 92세의 고령에도 열정적으로 작업한 최신작 CK, 코카콜라 시리즈 세계 최초 공개
60여년을 그려온 뮤즈 아내 ‘아다’ 대표작 및 가로 4.8m에 달하는 초대형 회화 작품 전시
롯데뮤지엄은 ‘알렉스 카츠, 모델&댄서’를 4월 25일(수)-7월 23(월)까지 개최한다. 알렉스 카츠 (b.1927-)는 뉴욕으로 대변되는 도시의 일상적 인물과 그 삶을 아름답게 표현한 현대 초상 회화의 거장이다. 이번 전시는 아시아에서 첫 번째로 개최되는 대형 전시로 작가의 작품 세계를 조망하는 초상화, 풍경화, 설치작품부터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신작시리즈까지 총 70여점의 작품을 소개한다.
전시 개요
1. 독창적인 초상 회화 세계, ‘카츠 스타일’ 구축
Darisa, 2015, Oil on linen, 121,9 x 284,5 cm (48 x 112 in) © Alex Katz, VAGA, New York/SACK, Korea 2018
1960년대 뉴욕은 TV, 영화, 광고 등 새로운 미디어의 도시이자 바넷 뉴먼, 프란츠 클라인으로 대표되는 색면추상과 잭슨 폴록의 올오버 페인팅(All over Painting), 제스퍼 존스, 앤디워홀의 팝아트 등 새로운 시각 예술이 공존하는 예술의 도시였다. 카츠는 특정 미술 사조에 편승하지 않고 색면과 인물의 모습을 결합한 카츠만의 독창적인 초상화 스타일을 창조한다.
초상회화의 거장인 알렉스 카츠의 가장 큰 특징은 단색의 대형 화면에 크롭된 인물을 배치하는 것이다. 카츠만의 스타일로 평가 받는 ‘크롭-클로즈업’의 방식을 이용한 대담한 구도는 광고 사진이나 영화의 클로즈업 방식과 같이 관람자가 인물에 더욱 집중하게 만든다.
2. 신작 ‘CK • 코카콜라 시리즈’ 세계 최초 공개
이번 전시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알렉스 카츠의 CK 시리즈와 코카콜라 걸(Coca-Cola Girl) 시리즈는 예술과 패션이 공존하는 그의 예술세계를 대변하고 있다. 카츠는 택시에서 우연히 캘빈 클라인의 광고를 보게 되었고 흰색과 검은색의 조합, 강렬한 모델의 모습에 매료되어 협업을 시작했다. 또한 그가 접한 빨간 화면에 금발 미녀가 코카콜라를 마시는 광고 또한 이번 작업의 계기가 되었다.
작가는 캘빈 클라인과 코카콜라라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만드는 기본적인 색채를 화면에 도입해 광고, 패션, 인물이 만드는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한다. 카메라의 뷰 파인더처럼 배경과 인물을 분리시키고 거리감과 장소를 제어하는 그의 방식은 화면에 긴장감과 신비감을 불어 넣는다. 캔버스는 카메라의 프레임이 되고 캘빈 클라인 로고에 담긴 자신감과 세련됨은 브랜드가 형성하고 있는 판타지와 결합하여 독특한 특성을 부여한다. 작가는 캘빈 클라인과 코카콜라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만드는 기본적인 색채를 화면에 도입해 광고, 패션, 인물이 만드는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한다.
3. 평생을 그려온 영원한 뮤즈, 부인 ‘아다(Ada)’ 작품 등 예술세계 총망라
알렉스 카츠는 그의 부인 ‘아다(Ada)’의 초상화를 250여점 이상 그렸다. 그가 표현한 아다의 모습은 뉴욕 상류사회의 지향점과 맞닿아 있다. 초상화 속 아다는 시간에 따라 변해가는 모습이지만 그림 속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계속 형성해간다. 2012년 제작된 ‘아다’에서는 관람객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 아다와 뒷모습의 아다가 같은 화면에 나란히 자리한다. 동일 인물을 여러 각도로 보여주는 구성은 관람객의 시선을 화면 속으로 이끌고 상상력을 자극한다. 아다의 모습에서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인간미를 발견한다.
Alex and Ada Katz © Alex Katz, VAGA, New York, SACK/Korea, 2018
작가소개
알렉스 카츠 (Alex Katz)
1927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알렉스 카츠는 시와 예술에 많은 열정을 갖고 있는 러시아계 부모님 밑에서 성장했다. 1946년 맨하탄에 위치한 쿠퍼 유니온 미술대학에 진학한 카츠는 본격적으로 회화를 수학 하면서 당시의 미술이론과 기법을 탐구했다. 1948년 여름, 카츠는 메인 주에 위치한 스코히건 대학에서 진행된 야외 풍경화 수업에서 자신의 예술적 재능을 깨닫고 그의 삶을 예술에 바치기로 결심한다.
1954년 알렉스 카츠는 뉴욕의 로코 갤러리(Roko Gallery)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개최했다. 이후 카츠는 시인 프랑크 오하라(Frank O’Hara )를 비롯한 유명 화가와 문학가 등 문화계 인사들과 예술적 교감을 쌓으며 자신의 작품세계를 만들어가기 시작한다. 1950년대 후반 카츠는 사실주의적인 회화에 매료되었고 본격적으로 초상화 작업을 시작했다. 카츠는 자신의 부인 아다(Ada)와 가족에서 시작하여 화가, 시인, 무용가, 패션모델 등의 초상 작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뉴욕적이고 우아하며 세련된 인물들을 보여주는 화가로 자리매김 한다. 작가는 1960년대부터 알루미늄 판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컷아웃(Cut-Out)이라는 이름으로 회화와 조각을 넘나드는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풍경화에 대한 관심은 2000년대 들어 만개한 꽃들이 캔버스 전면을 뒤덮는 카츠 만의 독특한 작품들로 재탄생했다.
단색의 대형 화면에 과감하게 자리잡은 인물들은 미국을 대표하는 알렉스 카츠 만의 독창적인 브랜드가 되었고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예술세계는 시대를 초월하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알렉스 카츠는 1951년부터 200여 건의 개인전과 500여 건의 단체전을 진행했다. 또한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모마 미술관, 휘트니 미술관, 브루클린 미술관,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워싱턴의 내셔널 갤러리, 사치 컬렉션, 테이트 미술관 등 전 세계 100곳의 국공립 미술관에 알렉스 카츠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주요작품
■ Drawings & Cartoons
알렉스 카츠의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우리가 알지 못했던 여러 가지 작업들이 필요하다. 제일 선행되는 작업은 보드지에 재빠르게 스케치한 후 유화물감을 써서 순간에 포착되는 이미지와 색채를 완성하는 것이다. 이후 카츠는 종이에 연필(목탄) 또는 잉크로 대상의 인상을 세세하게 묘사한다. 대상의 특징과 패션, 표정, 눈동자의 방향까지 담은 스케치를 완성한 후, 다음 작업인 카툰을 시작한다. 카툰은 캔버스와 동일한 크기의 갈색 종이에 앞 세 단계의 결과물을 바탕으로 얻은 이미지들을 윤곽선만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번 전시에는 카츠가 인물의 형태를 완성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드로잉과 카툰 작품들이 함께 전시된다. 드로잉을 통해 인물의 세부를 완성했다면, 카툰 작업을 통해서는 주제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지울지를 결정한다. 간단한 선만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만화와도 같아서 ‘카툰’이라 불리는 이 작업은 카츠 스타일로 대표되는 간결하고도 완벽한 형태를 보여준다. 카츠는 카툰의 윤곽선을 따라 톱니바퀴 롤러를 이용해서 구멍을 낸 뒤 캔버스에 올린다. 그리고 초크나 목탄으로 카툰에 뚫린 작은 구멍을 따라 문질러 그 자국이 캔버스에 남도록 작업한다. 카툰이 캔버스의 밑그림이 되기 때문에 카툰 작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신중을 기해 작업한다.
알렉스 카츠는 카툰에서 나온 밑그림을 바탕으로, 드로잉, 오일 스케치 등의 이미지를 보면서 대형 화면을 채워나간다.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필요한 이러한 일련의 작업들은 그가 대상을 면밀히 분석하고 객관화하는 과정으로 작용한다. 짧은 시간의 관찰과 묘사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인물의 세부 모습과 전체적인 모습을 계속적으로 연구함으로써 특정 인물의 모습이 아닌 그 이면의 핵심적인 특성들을 찾아낸다. 개인의 개성이 돋보이는 듯하면서도 절제되고, 인물과의 심리적 거리감을 유지하면서 신비감을 만들어내는 카츠 스타일의 비밀은 그의 드로잉과 카툰으로부터 시작된다.
Laura 15, 2017, Oil on linen, 121.9 x 121.9 cm (48 x 48 in) © Alex Katz, VAGA, New York/SACK, Korea 2018
■ Laura
“나는 머리 쪽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싶었고, 모델은 자신만의 아름다운 동작을 만들어 주었다. 그녀의 턱 부분을 보자. 턱을 돌리면서 드러나는 잔 근육이 이렇게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이 움직임은 다른 방식으로는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 알렉스 카츠
이번 전시의 중심에 있는 『모델과 댄서』 시리즈는 알렉스 카츠의 조형언어가 함축되어 있는 중요한 작품이다. 카츠는 1960년대부터 안무가 폴 테일러(Paul Taylor)와 20여 년간 12개가 넘는 발레 공연을 기획하며 장식적인 배경을 넘어 춤을 변화시키는 무대를 창조했다. 그는 1969년에 제작된 ‘사적인 영역(Private Domain)’ 에서 커튼으로 무대 중앙을 가리고 가운데에 원형의 구멍을 만들어 무용수들의 모습을 그 틈으로만 볼 수 있도록 하는 파격적인 무대를 고안했다. 또한 1978년 ‘의심(Diggity)’에서는 강아지 컷 아웃 조각 작품 35개를 설치하여 이 사이를 무용수들이 움직이도록 설계했다. 이처럼 카츠는 전통적인 무대구성에서 벗어나 배경이 적극적으로 무용에 개입하고 더욱 무용수들의 모습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들을 계속적으로 창조했다. 공간을 제한하는 카츠의 기법은 회화를 통해서 더욱 극대화된다. 카츠는 무대의 검은색 암막을 회화에 도입하여 당시 미술주류였던 색면추상과 전면회화를 카츠만의 스타일로 변경시킨다. 또한 이러한 검은 배경은 그의 영감의 원천이었던 ‘춤’의 움직임을 극명하게 표현하는 『댄서』 시리즈로 재탄생한다.
특별히 뉴욕에서 활동하는 무용수 『로라』를 그린 일련의 작품들은 무용수의 신체와 그 움직임을 포착하는 카츠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준다. 카츠가 해왔던 『댄서』 시리즈의 연장선 상에 있는 『로라』에서, 작가는 움직임의 표현을 최소화시키고 주인공의 얼굴과 표정, 강한 목선을 클로즈업해서 강조한다. 카츠는 댄서 로라의 살성을 제거하고 얼굴, 어깨, 목선의 움직임을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듯 밝게 처리해 대비효과를 극대화한다. 공간감이 소멸된 검은 배경에 ‘클로즈업-크롭’ 된 로라의 신체와 표정은 큰 화면으로 관람자를 압도하며 이내 관람자를 ‘멈춰있으나 흐르는’ 카츠의 시간 속으로 포섭해버린다. 또한 화면의 비현실적 크기와 극명한 색면의 대비는 로라 개인이 아닌 인간의 본연의 모습에 집중하게 하는 카츠 특유의 초상작업과 맞물린다. 작가는 움직임의 순간에 자칫하면 놓칠 수 있는 모습을 포착해, 움직임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속에서 보이는 인간의 보편적인 리듬, 움직임 이면의 긴장감과 그 속의 고요함을 시각화한다.
■ Coca Cola Girl
알렉스 카츠는 2017년부터 강렬한 빨간색 화면에 흰색 레오타드(무용복)를 입은 금발의 여인이 등장하는 『코카콜라 걸』 시리즈를 제작했다. 카츠는 붉은색 배경에 수영복 모델이 인쇄된 광고 포스터를 본 후 받은 느낌을 가지고 이 작품을 시작했다. 그의 『코카콜라 걸』 시리즈는 빨간 스포츠카를 탄 금발의 미녀가 코카콜라를 마시는 전형적인 아메리칸 판타지를 연상시킨다. 작가는 캘빈클라인 언더웨어와 협업한 신작 『CK』 시리즈와는 달리 브랜드의 로고를 노출시키지 않고 강렬한 붉은색과 흰색만으로 미국의 상징적 이미지를 작품에 부여하고 있다.
카츠는 극명한 색의 대비를 통해 인물을 강조하는 그의 전형적인 기법을 기반으로 모델의 다양한 포즈에서 포착되는 움직임의 순간을 조형언어로 완성했다. 그가 표현한 금발의 모델들은 광고에서처럼 자극적인 여성의 모습들이 아니다. 그는 『댄서』 시리즈에서처럼 움직임의 찰나를 포착하여 화면에 보여줌으로써 빠른 움직임으로 인해 볼 수 없었던 몸의 아름다움을 관람자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특별히 강렬한 붉은색과 흰색의 무용수, 금발의 노란색이 대비되는 화면은 코카콜라라는 브랜드의 이미지와 결합되어 새로운 내러티브를 생성한다. 작가는 무용수의 움직임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것 보다는 무용수의 몸에 보다 집중하고 있다. 『로라』 연작과는 달리 팔과 다리의 움직임을 더욱 자세히 보여주는 『코카콜라 걸』 시리즈는 선적인 움직임을 강조하면서 선과 색, 브랜드의 이미지가 결합된 새로운 화면을 보여준다.
■ CK
“어느 날 택시를 타고 이동하던 중에 뒷자리 TV 화면에 나오던 캘빈 클라인의 광고를 보고 완전히 마음을 뺏겼다. 아주 단순한 흑백으로 된 영상이었는데 굉장히 멋있었고, 나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마침 지인 중 하나가 캘빈 클라인 관계자를 알고 있었고, 이 이야기를 회사 측에 전달해주었다. 캘빈 클라인은 메인(Maine) 주의 내 작업실로 여러 벌의 속옷을 보내주었다. 곧 나는 두 명의 포즈 모델을 고용했고 이것이 CK 시리즈의 시작이 되었다.”
–드렉 브라스버그의 알렉스 카츠 인터뷰 중에서
패션은 알렉스 카츠만의 독창적인 아름다움을 완성하는 가장 특별한 요소이자 작가가 그림에 현재성(Present tense)을 부여하는 중요한 장치이다. 또한 카츠는 패션을 통해 인물의 이미지가 생성되고 소비되는 것을 보여준다. 카츠는 단일한 배경색과는 달리 강렬한 색채와 특징을 정확하게 포착해 인물의 패션을 묘사한다. 이러한 패션 아이템들은 관람자를 그 인물에 더욱 집중하게 만들고 주인공의 실제 모습을 상상하면서 그 주인공이 존재하는 순간으로 이끈다.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CK』 연작은 패션과 브랜드가 결합된 이미지를 화면에 드러내면서 알렉스 카츠의 예술세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캘빈 클라인 언더웨어는 모노톤의 색상과 간결한 디자인, 특유의 로고로 유명하다. 또한 불필요한 장식적 요소들을 제거하여 몸의 형태와 타고난 매력을 돋보이게 한다. 카츠는 모델의 상체에 집중한 『로라』 시리즈와는 달리, 『CK』 연작에서는 캔버스를 카메라의 프레임처럼 사용하며 모델들의 아름다운 포즈를 극적으로 표현한다. 또한 알렉스 카츠는 캘빈 클라인의 로고에 대해 ‘질리지 않는 멋진 로고’이며 ‘아메리칸 드림 그 자체’라고 말한 바 있다. 검은색 속옷을 입고 있는 모델들과 검은색 배경 사이에서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흰색의 Calvin Klein 로고이다. 『CK』 연작은 블랙 원피스를 입은 모델들을 그려 뉴욕 상류사회 여인들의 아름다움을 드러낸 『블랙 드레스』와 연장선상에서 설명될 수 있다. 작가는 패션과 브랜드로 강화된 모델의 이미지를 검은색과 흰색의 대비를 통해 표현하면서 숨겨진 판타지를 밖으로 분출시킨다.
■ Black Dress
알렉스 카츠는 『블랙 드레스』를 비롯하여 『블랙 햇 Black Hat』, 『베이딩 캡 Bathing Cap』, 『레드 밴드Red Band』 등 다수의 작품 제목을 패션 아이템으로 정했다. 간결한 세부묘사와 대비된 강렬한 패션들은 관람객의 시선을 가장 먼저 사로잡는다. 카츠는 그 사람이 어떤 옷을 입고 어떤 모자를 쓰고 있는지를 나타내면서 패션으로 그 인물의 이미지가 결정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카츠는 그의 회화 작품 블랙 드레스와 같은 주제로 컷 아웃을 제작했다. 회화작품에서 블랙 드레스를 입은 아다의 모습을 연속적으로 그린 것과 달리, 컷 아웃 작품에서는 Yi, Cecily, Oona, Sharon, Ulla, Yvonne, Carmen, Ruth, Christy 등의 실제 모델을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두 작품에서 동일하게 관람객의 시선을 압도하는 것은 블랙 드레스이다. 상류사회의 격식 있는 파티를 상징하는 블랙 드레스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영원히 변하지 않는 도시 여성의 우아하고 세련된 패션 아이템이다. 카츠는 장식이 배제된 디자인과 검은색의 간결한 조합만으로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여인들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했다. 특별한 날 블랙 드레스로 잘 차려 입은 여성들의 모습은 카츠의 화면에서 아름다움의 전형으로 재탄생한다. 또한 이러한 작품들은 대비적인 색면 배치로 모델 개인의 정체성을 제거하고 추상성을 담아내는 카츠의 작업방식과 연결된다. 블랙드레스는 색면과 인물의 조합, 패션의 결합을 통해 ‘카츠 스타일’을 창조한 그의 예술세계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Coleman Pond [front], 1975, Oil on aluminum, 241x411.5cm (94.875 × 162 in)
© Alex Katz, VAGA, New York/SACK, Korea 2018
■ Cut-out
“컷 아웃이라는 이름을 붙인 건 내가 아니었다.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알렉스 카츠
평면의 금속판에 그림을 그린 뒤 윤곽을 따라 잘라낸 알렉스 카츠의 특별한 평면적 조각을 컷-아웃이라고 부른다. 공간 자체를 작품으로 유입시키는 그의 컷 아웃들은 평면과 공간의 경계에 서 있다. 보통의 조각들은 3차원 공간의 부피감과 형태감을 표현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카츠의 컷 아웃은 배경과 인물이라는 회화적 구성 요소들을 공간으로 확대한 것으로 해석된다.
알렉스 카츠는 1959년에 최초로 컷 아웃을 제작했다. 처음에는 나무판을 모양에 따라 자르고 그 위에 캔버스를 붙여서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이후에는 나무판에 직접 그림을 그렸다. 1960년부터 나무판 대신 더 견고한 알루미늄이나 철 등 금속판에 직접 그림을 그리면서 현재의 컷 아웃 제작 방식이 완성되었다. 작가는 컷 아웃 작업을 할 때 ‘실제 사이즈로 작업한 뒤, 예상치 못한 부분을 잘라낸다’고 말했다. 이는 카츠가 회화에서 사용한 클로즈업과 크롭 기법의 과감한 구도와 연관이 있다. 배경과 인물의 만남으로 만들어지는 그의 작품은 컷 아웃을 통해 공간으로 확대되어 관람자를 작품 속으로 유입시킨다.
Don and Marisol 1, 1960, Oil on linen,
182 × 124 cm (71.5 × 49 in)
© Alex Katz, VAGA, New York/SACK, Korea 2018
■ Portraits
알렉스 카츠의 초상화에서 관찰되는 가장 큰 특징은 단색의 대형 화면에 예측하기 어렵게 크롭된 인물을 배치하는 것이다. 카츠 스타일로 대표되는 ‘크롭-클로즈업’의 방식을 이용한 이러한 대담한 구도는 광고 사진이나 영화의 클로즈업 장면과 같은 효과로 관람자로 하여금 주인공에게 더욱 집중하게 한다. 카츠는 자신이 속한 사회와 그 삶을 시각언어로 표현하기 위해 뉴욕의 예술가와 지성인 등 주변 인물들의 패션과 헤어스타일 등 외형적 특징을 상징으로 사용한다. 그와 동시에 배경은 공간감이 제거된 2차원적 평면으로 구성하며, 감각적인 색 대비를 자아내는 강렬한 색채를 선택하여 색면추상의 아우라를 조성한다. 특징을 포착하여 감각적으로 표현된 인물과 내러티브가 제거된 추상적인 배경의 상반된 구성은 카츠만의 독특한 표현방식으로, 인물의 존재에 집중하게 하면서 보이는 모습 이면의 본질적인 무엇인가를 유추하게 만든다.
전통적 초상화는 대부분 세밀한 묘사를 통해 주인공이 존재하는 시대와 상황을 설명하여 인물의 내면과 숨겨진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도록 구성한다. 카츠의 초상화는 이와 반대로, 강렬하게 부각된 주인공의 절제된 모습을 통해 그 인물이 존재하는 순간과 상황, 사회로 시공간을 확장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카츠는 인물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를 보여주고 있으나 가장 폭 넓은 인간성을 표현해낸다. 카츠 초상화의 독창성은 뉴욕 사람들의 삶이라는 현실적인 모습을 패션과 표정, 포즈 등의 구체적인 형태로 제시한다는데 있다. 카츠는 강렬한 색면의 대비로 순간을 묘사하고 패션으로 그 순간이 속한 사회를 설명한다. 결국 그가 포착한 순간은 그 당시의 모습이면서도 삶이라는 보편적인 에너지를 함께 보여주는 것이다.
10:30 am, 2006, Oil on linen, 366 x 488 cm (144 x 192 in)
© Alex Katz, VAGA, New York/SACK, Korea 2018
■ Landscapes & Flowers
“프란츠 클라인과 윌렘 드 쿠닝의 작품들은 많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나는 이것을 능가하는, 더 강하고 에너지 넘치는 무엇인가를 만들고 싶었다. 이 작품들은 당시 예술의 기준이 되었다. 그러나 나는 이 기준을 따르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들이 만든 것에 무엇인가를 더 그리고 싶었다. 나의 관심은 구상미술로 향했다. 나는 ‘추상표현주의의 스케일을 가진 구상회화를 만들 것이다.’ 라고 선언했다. 나는 큰 규모의 효과를 알았다.”
–알렉스 카츠
알렉스 카츠는 대학을 갓 졸업한 1950년대 초반부터 풍경과 꽃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작은 사이즈의 캔버스에 자세하고 섬세하게 꽃과 풍경을 그렸으며, 1980년대에 들어 지금과 같이 대형 캔버스에 그려내는 풍경화가 완성되었다. 카츠의 풍경화는 카츠가 작가로 성장하던 시기에 화단을 장악하고 있었던 추상표현주의와 색면추상(color-field painting), 그리고 전면회화(all over painting)와 맞닿아 있다. 카츠는 원근감을 제거하고 최대한 큰 화면의 풍경화를 제작해 관람객들을 카츠가 풍경을 본 그 순간으로 끌어들인다. 카츠는 『10:30 AM』 에서 그가 본 아침 숲의 모습을 대형 캔버스에 그려나간다. 카츠는 기본적으로 숲을 경험한 그 순간을 표현하면서 빛의 방향만 남기고 세부적인 형태를 제거한다. 이 그림을 보면서 관람자는 자세히 묘사되어 있진 않지만 나무와 초록색 잎이라는 구체적 사물을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이후 관람자는 검은색과 초록색의 면과 점이 만들어내는 색면들의 조합으로 작품을 이해하게 된다. 카츠는 색면들을 통해서 구상성과 추상성이 교묘히 공존하는 화면을 만들어낸다. 화면 전체에 상하좌우의 구분 없이 그려나가는 풍경화에는 초상회화와는 다른 자유로운 에너지가 담겨있다.
Impatiens, 2001, Oil on linen, 152 x 378 cm (60 x 149 in)
© Alex Katz, VAGA, New York/SACK, Korea 2018
카츠의 꽃 그림은 전면회화와 카츠의 추상적인 풍경화 사이에 존재한다. 풍경화와 마찬가지로 카츠는 어떤 꽃인지는 알 수 있지만 꽃 그 자체를 자세하게 묘사하지 않는다. 그는 2011년에 3 개의 흰 장미 시리즈를 그렸고 2012년에 9개의 장미 연작을 그렸다. 흰색 장미를 다각도에서 보여주는 장미 시리즈는 그의 대표작 블랙 드레스와 연관 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같은 주제를 연속해서 보여주며 대상의 본질을 인식시키는 카츠만의 비법은 꽃의 모습에도 그대로 녹아 있다. 또한 연푸른색의 배경과 흰 꽃망울, 초록잎의 모습은 색면의 조화로 관람객을 압도한다. 카츠는 2000년대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꽃으로 화면 전체를 덮는 전면회화 스타일을 보여준다. 2001년 제작된 『Impatiens』에서 카츠는 초록색 대형 화면에 상하좌우의 구분 없이 핑크색 꽃을 가득 채웠다. 원근감이 제거된 표면에 둥둥 떠있는 것 같은 꽃의 모습에서 자유로운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디테일을 제거한 채 하늘거리는 순간의 움직임을 다양한 모양으로 포착한 카츠의 꽃 그림은 하나의 추상적인 풍경화로 완성된다.
Ada, 2011, Oil on linen, 203 × 213 cm (80 × 84 in)
© Alex Katz, VAGA, New York/SACK, Korea 2018
■ Ada
“나의 아내, 나의 뮤즈, 아다. 그녀는 피카소의 뮤즈이자 연인이었던 도라 마르를 좋아했다. 아다는 유럽적인 아름다움과 미국적인 아름다움을 동시에 가진 완벽한 모델이다. 만약 그녀가 지금보다 2인치만 더 컸다면 미스 아메리카가 되었을 것이다! 아다는 어렸을 적부터 많은 영화를 보면서 자랐다. 지금껏 봐온 영화들은 그녀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고 그의 제스처들은 영화에서 나온 것들이다. 그녀는 무용수와 같이 풍부한 제스처를 표현해주었다. 나는 진정한 행운아다!”
- 알렉스 카츠
카츠는 그의 아내 아다를 만난 1957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아다를 그렸다. 아다는 1928년 뉴욕 브롱스에서 이탈리아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패션과 스타일에 민감한 사람으로 성장했고 이후 브루클린 대학과 뉴욕주립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한다. 장학금을 받고 이탈리아 밀라노로 유학을 떠난 후 뉴욕으로 돌아와 일하던 중 알렉스 카츠를 만나게 된다. 1957년 새로운 초상 회화로 세간의 주목을 받던 알렉스 카츠의 전시에서 만난 이들은 그 이듬해 결혼을 했으며 아다는 평생 동안 카츠의 뮤즈가 되었다.
카츠의 화면에서 아다는 우아함과 신비함을 가진 주인공이다. 단색의 대형 화면에 클로즈업된 인물을 배치하는 카츠만의 표현방식은 아다의 고혹적인 분위기를 더욱 극대화했다. 카츠는 60여 년간 시간과 장소에 따라 변화무쌍한 아다의 모습을 계속 그림으로써 하나의 개인이 아닌 특별한 도상으로 아다 만의 이미지를 창조했다. 카츠의 초상화가 인기를 끌수록 아다는 아름다움의 표본으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다. 카츠의 화면에서 아다는 당당하게 화면을 응시하며 다양한 제스처와 패션을 보여주는 주인공이다. 2012년에 제작된 『아다』에서는 관람객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 아다와 뒷모습의 아다가 화면에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여러 공간과 시간 속의 모습을 편집한 듯한 이러한 구성은 관람객의 시선을 화면 속으로 이끌고 상상력을 자극한다. 카츠는 어떠한 특별한 설명 없이 아다의 모습에서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순간의 인간성을 찾아낸다. 카츠는 나이가 들어가는 모습으로, 각기 다른 공간과 포즈들로 사실적인 변화들을 반영하여 아다를 표현하고 있으나 우리는 아다의 그림을 통해 공통적으로 우아함과 평화로움을 느낀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
■ 롯데뮤지엄만의 특별한 전시 연계 프로그램
알렉스 카츠 전시를 보다 다채롭게 즐길 수 있도록 전시 연계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각 분야 최고 권위자의 시각에서 듣는 작품 설명 프로그램 ‘특별 도슨트’가 진행된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은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라이풀’ 대표 신찬호(5.3목), 2007년 프랑스 롱-티보 국제음악콩쿠르에서 최연소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한국 영재 피아니스트로 각광 받는 김준희 피아니스트(4.28토)가 특별 도슨트로 나선다. 이화여대 박물관 학예연구원으로 역임하고 미술 치유 에세이 <그림에, 마음을 놓다>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이주은 건국대 교수(5.31목), 국내 1호 미술품 경매사인 박혜경 대표가 새로운 시각으로 전시를 설명할 예정이다. 그 밖에도 디제잉파티와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뮤지엄나이트’(5.17, 6.12, 7.19), 알렉스 카츠의 작품 세계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 ‘LMoA 아트스튜디오’(5.5, 5.7, 5,22)도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