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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숙전: 낱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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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image- Shade, Roof, Mosaic Tile, Sunrise, 장지에 먹, 샤프펜슬, 채색, 60.6x72.7cm, 2022

Afterimage- Shade, Roof, Mosaic Tile, Sunrise, 장지에 먹, 샤프펜슬, 채색, 60.6x72.7cm, 2022

Afterimage- Roof, Mosaic Tile, Sunrise, 장지에 먹, 샤프펜슬, 채색, 60.6x72.7cm, 2022


소마미술관은 드로잉센터 15기 선정 작가 김혜숙의 개인전 《낱눈》을 개최한다. 작가는 오랜 시간 도시 속 건축물에서 추출한 이미지를 작업의 주요 소재로 활용해왔습니다. 전작에서는 건축물의 계단, 창틀, 지붕 등의 선을 중첩시키는 방식으로 공간을 해석해왔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자연물이 만들어낸 공간인 ‘그늘’을 차용함으로써 공간에 대한 개념을 확장하고 감성적이고 주관적인 해석에 집중한 드로잉으로 전시장을 채웁니다. 공간의 모습을 감성적으로 해석하고 추상적으로 표현한 김혜숙 작가의 개인전에 기자님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1) 공간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방식


○ 도시는 끊임없이 생산과 소멸을 반복한다. 시기에 따라 유행하듯 너도나도 특정 양식을 차용하여 지어진 건축물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만의 모습으로 변화한다. 낡은 건물의 오래 전 유행했을법한 문양의 창틀과 계단의 난간, 문의 문양 등은 일시적인 풍경이면서 일상적인 풍경이고, 누적된 시간을 담은 공간은 기억 속에 스며들듯 자리를 잡는다. 누구나 옛 집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살 듯 우리는 공간 속에 머무르며 함께 살아 숨 쉰다. 경험이 가능한 미적 대상인 건축물, 일상 속 너무도 익숙해진 공간을 친숙하면서도 낯설게 바라보기. 김혜숙은 이러한 공간의 외벽, 창문, 지붕, 난간 등에서 형상을 추출하고 가장 기본 요소인 ‘선’으로부터 시선의 흐름대로 드로잉 작업을 한다. 


○ 작가의 모든 작업의 정체성은 시선으로 시작하여 시선으로 완성된다. 실재하는 공간을 바라볼 때의 시선의 흐름, 공간 속 선들을 따라 움직이는 작가의 시선은 매우 예리하면서도 간결하다. 공간 속 흩어진 선들 중 어느 선 하나에 시선이 머무르면 이는 기준선이 되어 다른 선들을 중첩시키는 출발점이 된다. 선이 이어져 하나의 기하학을 그려내고, 새로운 면을 만들어내는 것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곧 드로잉의 선이 된다. 공간을 해체하고 시선을 이동하며 바라본 직선과 곡선은 공간 안에서 새로운 시각을 만들어내고, 그 흔적들은 중첩적 표현방식으로 시간성과 공간성을 한데 어우러지게 한다. 


○ 이번 전시의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인공물에서 차용한 모티프에 자연물이 만들어낸 선과 공간을 새롭게 끌어왔다는 점이다. 자연물이 그리는 곡선은 기존의 작업에서의 발랄한 곡선을 부드럽고 세밀하게 다듬어냈고, 자연물이 만들어낸 그늘은 공간에 대한 개념으로 차용되어 기존에 그가 담아낸 인공물의 공간에 자연스레 녹아들었다. 색의 차용 역시 기존의 건축물에 쓰인 색에서 자연물이 가진 색으로 바뀌었다. 흑과 백으로 존재하던 초기 작업에서 이전에는 ‘색깔’이 새롭게 들어왔다면, 이번 작업에는 ‘빛깔’이 들어온 것이다. 빛을 끌어오니 작품은 한층 더 따뜻해졌다. 


2) 공간을 겹쳐 표현하는 기법과 재료


○ 전시 제목에서 ‘낱눈’은 공간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의 이미지들을 낱개로 분해하여 바라보는 방식을 뜻한다. 그리고 이를 겹쳐서 표현하는 방식은 작가가 사용하는 재료와 기법으로 서로 이질감 없이 자연스레 어우러진다. 먹과 샤프의 흑연을 반복해서 옅게 쌓아 올리는 기법은 도시와 자연이 부드럽게 혼합된 형상을 만들어낸다. 작가에게 공간은 머무를 수 있는 곳이자 ‘쉼’이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공간을 인공물뿐만 아닌 자연물까지 확장하였다. ‘그늘’은 자연물이 만들어낸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다. 〈그늘〉연작들은 이러한 공간의 확장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얇은 장지에 스며들며 옅은 레이어를 만드는 먹과 물감, 섬유질의 미세한 틈 사이로 박힌 샤프의 흑연은 건축물에서 추출한 형상들을 서로 이질적인 느낌이 들지 않게 은은하게 포개어내고, 공간에 담긴 시간까지도 배어나오게 하는 효과를 자아낸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전시를 감상하는 이들이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고 사유하도록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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