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2025-04-02 ~ 2025-04-14
하만석
룩인사이드
무료
01098795644
전시 소개 | 하만석 개인전 《INTERHUMAN》
본 전시는 하만석 작가의 사진집 《한복》이 미국 출판사 Burn을 통해 출간된 것을 기념하여 기획되었다. 《한복》은 전통복식의 물질성과 그에 내재된 기억, 정체성, 타자성을 해체적 시선으로 탐구하며, 시각예술을 매개로 한 자아 정체성의 구성 가능성에 질문을 제기한 작업이다. 《INTERHUMAN》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감각적 체험과 관계적 공간 구조로 확장하며, 관객을 정체성 탐색의 주체로 호명한다.
우리는 누구이며, 타자와의 조우는 자아의 어떤 층위를 활성화하는가. 《INTERHUMAN》은 주체와 타자의 관계성을 사유의 핵심에 두고, 존재론적 조건으로서의 ‘사이’를 탐색하는 전시이다. '인간 사이'라는 전시 제목은 자아가 고립된 실체가 아니라 관계적 구성물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하며, 그 구성의 과정을 시공간적으로 재현하고 체화시키는 장치로 작동한다.
전시장은 조도가 낮은 어둠으로 설정되어 있으며, 관람자는 입장과 동시에 손전등을 지급받는다. 이는 시각 중심의 감상 체계를 중단시키고, 감각의 전면화를 요구하는 제의적 장치이다. 관람자는 어둠 속에서 작품을 '보는' 존재가 아니라, 그것을 '구성하고 마주치는' 존재로 재위치된다. 손전등으로 비추어진 이미지와 오브제들은 완전한 현현이 아니라, 파편적이고 일시적인 인식의 층위로 드러나며, 관람자의 움직임과 응시에 따라 시시각각 변주된다.
전시의 중심 모티브인 한복은 더 이상 민속적 기표가 아니다. 하만석은 사진, 오브제 등을 통해 한복을 몸과 사회, 역사와 주체, 타자성과 기억이 교차하는 상호매개적 기호로 전유하며, 그것을 통해 문화적 표상이 아닌 존재의 감각적 밀도를 탐색한다. 손전등이라는 불완전한 조명 아래, 형상은 완전한 의미화에서 미끄러지고, 잔여와 결여의 상태로 관객 앞에 출현한다.
관람자는 이 전시에서 수동적 감상자가 아닌, 응시의 방향을 설계하고 관계의 조건을 창출하는 수행적 주체로 전환된다. 이때 손전등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윤리적 시선의 매개로 기능한다. 관객이 비추는 것은 외부의 대상이 아니라, 그 대상을 통해 자신 내면에 응축된 타자성과 마주하는 자기-재현의 과정이다.
《INTERHUMAN》은 자아와 타자의 관계를 고정된 이항대립으로 사유하지 않는다. 오히려 빛과 어둠, 드러남과 은폐, 응시와 회피 사이에서 미끄러지고 교차하는 정체성의 유동성을 드러내며, 그것을 전시 공간 전체에 감각적으로 구현한다. 정체성은 고정된 중심이 아니라, 관계적 실천 속에서 파편화되고 재조합되는 유동적 이미지이자 끊임없이 재배열되는 존재적 모자이크다.
궁극적으로 이 전시는 타자와의 관계를 통해 내면에 은폐되어 있던 자아의 지층을 호출하고, 그를 통해 자기해방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감각적 실천이다. 하만석은 전시 전체를 하나의 존재론적 실험장으로 구축하며, 감각을 통한 인식의 재구성, 타자성과의 윤리적 관계, 그리고 주체의 발생 조건을 사유하게 한다. 작품은 언어로 발화하지 않지만, 관람자의 비추는 행위를 통해 목소리를 얻는다. 그리하여 어둠 속에서 잠시 드러났던 형상은 곧 소멸하지만, 그것은 관람자의 내면에 비물질적 흔적과 감각적 잔향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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