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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즈 부르주아: 덧없고 영원한 The Evanescent and the Ete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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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미술관 《루이즈 부르주아: 덧없고 영원한》 개최

- 한국에서 25년 만에 선보이는 대규모 미술관 회고전, 전 생애 작품 한자리에
- 의식과 무의식의 이중 구조로 부르주아의 복합적인 작품 세계 담아내


삼성문화재단이 운영하는 호암미술관은 20세기 현대미술의 거장 루이즈 부르주아의 개인전 《루이즈 부르주아: 덧없고 영원한(Louise Bourgeois: The Evanescent and the Eternal)》을 2025년 8월 30일(토)부터 2026년 1월 4일(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국내에서 열리는 루이즈 부르주아의 최대 규모 미술관 회고전으로 회화, 조각, 설치 등 총 106 점의 작품을 아우른다.  

1940년대 초기 회화와 〈인물(Personages)〉 연작부터 1990년대에 시작된 대형 〈밀실(Cell)〉 연작, 말년의 패브릭 작업, 그리고 시적인 드로잉부터 실내를 가득 채우는 대형 설치작에 이르기까지 전시는 70여 년에 달하는 작가의 작업 여정을 따라가며 의식과 무의식을 넘나드는 방식으로 연출된다. 이 중에는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을 비롯하여 삼성문화재단 소장품 13점과 해외 주요 기관 및 개인 소장품이 포함된다.

전시 제목 《덧없고 영원한》은 부르주아가 생전에 쓴 글에서 차용한 것으로, 그가 일생 동안 탐구해 온 기억, 트라우마, 신체, 시간과 관련된 내면 심리의 지형도를 반영한다. 전시는 ‘사라지는 것과 영원한 것’이라는 시간의 양극 개념을 통해 남성과 여성, 과거와 현재, 무의식과 현실 사이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정체성과 감정을 포착한다. 
김성원 부관장은 “이번 전시는 25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루이즈 부르주아의  전시로, 국내에서 소개된 전시 중 가장 감동적인 자리가 될 것”이라며 “작가의 〈엄마(Maman)〉를 비롯해 대표작을 소장한 호암미술관에서 열리는 만큼 특별한 의미가 있다. 초기 회화에서 말년의 섬유 작업에 이르기까지 70여 년에 걸친 창작 여정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하여 관객들에게 새로운 감흥과 깊은 예술적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프랑스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활동한 부르주아는 자전적 서사와 감정의 구조를 탐구하는 조형 언어로 20세기 전위미술의 맥락에서 출발해 현대미술의 흐름을 뒤흔들었다. 작가는 전체 작업 기간 동안 설치, 퍼포먼스, 드로잉, 회화, 판화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었으나, 무엇보다 조각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82년 뉴욕 현대미술관 회고전을 기점으로 비평적 위치를 확립했으며,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과 테이트 모던의 대표작 〈엄마〉 설치를 통해 세계적 명성과 대중적 인정을 동시에 얻은 작가는 지난 세기를 대표하는 예술가이자 오늘날까지 영향력 있는 상징적 존재로 평가받고 있다.

어린 시절의 기억, 사랑, 두려움, 버려짐 등 가족 내 긴장과 갈등, 그리고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내면의 균열은 부르주아의 복합적이면서도 작가의 생애 전 작업을 관통한 핵심 주제였다. 특히 “오이디푸스 시기에 나는 결코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고백은 심리적 발달 과정에서 경험한 단절을 드러내며, 그렇게 형성된 심리 구조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도 반복적으로 작용했고 그 결과 부르주아의 작업은 통과의례를 거치며 힘겹게 성장하는 어린 소녀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경우가 많았다.

작가의 작품과 그 이면의 서사는 상당 부분 어머니 조제핀과 아버지 루이와의 관계에서 비롯되었다.  작가의 글에는 자신을 양육하고 보호했으나 경쟁과 질투의 대상이 되었던 어머니, 강렬한 욕망의 초점이자 성적 혼란의 근원이었던 아버지의 대비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부르주아의 예술 언어 속에서 유기적과 기하학적, 추상과 구상, 내부와 외부, 수직과 수평 같은 대립적 요소들은 균형을 이루며 심리의 ‘야누스적’ 이중성을 보여준다. 그녀는 재료와 제작 방식에도 상징성을 부여했는데 아버지를 연상시키는 단단한 재료와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부드러운 재료 사이를 무의식적으로 오가곤 했다.

루이즈 부르주아는 1940년대 후반의 남근적 목조 인물상(Personages)에서부터 2000년대의 천 작업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변화를 보여주었다. 조각과 절단의 기법은 아버지와의 관계, 그리고 거절에 대한 두려움과 맞닿아 있으며, 바느질·묶기·이어 붙이기 같은 기법은 어머니와 연관되면서 부르주아가 가지고 있는 버림받음에 대한 강렬한 두려움과 이어진다. 나아가 증오와 사랑이라는 상반된 충동은 남성과 여성의 특징이 융합된 상징적 형태로 형상화된다.  

이번 전시의 주요 출품작은 가부장적 아버지에 대한 상상적 복수를 무대로 연출한 설치작품 〈아버지의 파괴(The Destruction of the Father)〉(1974), 남성과 여성의 형상을 결합한 청동 조각 〈개화하는 야누스(Janus Fleuri)〉(1968), ‘밀실’ 연작 가운데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 꼽히는 〈붉은 방(부모) (Red Room (Parents))〉(1994), 우울과 성적 긴장을 응축한 〈밀실(검은 날들) (Cell (Black Days))〉 이며, 어머니와 아버지의 이상적인 결합, 이 갈등하는 충동들을 화해시키고 통합하려는 궁극적인 욕구를 보여주는 루이즈 부르주아의 후기작 〈커플(The Couple)〉도 포함되어 있다.  

전시는 ‘의식과 무의식’의 이중 구조로 연출되어, 이분법적 대립이 만들어내는 역동성을 보여준다. 1층은 의식을 상징하는 밝은 공간으로, 이성과 질서의 세계를 드러내며 선형적 내러티브로 전개된다. 이에 비해 2층은 무의식을 상징하는 어두운 공간으로, 취약함·우울·질투·공격성과 같은 주제로 구성되어 관람자가 다양한 동선을 따라 경험할 수 있다. 또한 2층에는 밝고 몰입감 있는 환경 속에서 숨을 고를 수 있는 여백도 마련되어 있으며, 두 공간의 구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작가는 한때 심각한 우울증을 겪었으며, 33년간 정신분석을 받았다. 특히 1952년부터 1967년까지는 꿈 기록, 작업 노트, 흩어진 텍스트 등 방대한 기록을 집중적으로 남겼다. 이 기록들은 그의 내면 세계와 작품 형상 사이의 연결 고리를 드러내지만, 직접적인 설명은 아니다. 대신 시각 작업과 나란히 존재하는 또 다른 작업으로서 예술뿐 아니라 페미니즘과 정신분석학에도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 
이번 전시의 특별함은 부르주아의 일기와 생애 전반에 걸친 글쓰기, 그리고 정신분석 기록을 병치하여 보여준다는 점이다. 전시장 곳곳에 부르주아의 원문 텍스트(불어, 영어)와 그 한국어 번역이 함께 제시되어 관람객이 각 공간 주제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개념미술 작가 제니 홀저(Jenny Holzer)는 부르주아의 텍스트를 발췌하여 공간에 투사하는 프로젝션 작업을  구현했는데 홀저가 선택한 부르주아의 어록은 전시 기간 동안 리움미술관과 호암미술관을 오가는 셔틀버스 외부에도 랩핑되어 관람객의 전시 경험을 확장한다.

이번 전시는 루이즈 부르주아의 아시아 순회 전시의 일환으로 뉴욕 이스턴 재단(The Easton Foundation)과 협력으로 기획되었다. 전시는 호주 시드니 뉴사우스웨일즈 아트갤러리에서 시작해   일본 도쿄 모리미술관, 대만 타이페이의 푸본미술관을 거쳤으며, 한국의 호암미술관 전시가 아시아 태평양 투어의 마지막 여정이자 대미를 장식한다. 전시는 순회전이지만 개최 장소마다 전시의 내용과 구성이 달라진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전시 기간 중에는 부르주아의 작품 세계를 폭넓게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10월 30일 (목) 부르주아 연구와 해석에 중요한 목소리를 내 온 프랜시스 모리스(Frances Morris) 전 테이트 모던 관장이 호암미술관에서 작가의 내면 세계와 창작 변화를 주제로 특별 강연을 진행한다. 이 외에도 이진아 리움미술관 큐레이터의 작품 해설 토크를 비롯하여 강연과 글쓰기 워크숍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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