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마리 10주년 기획초대전
이이수 : 《다정한 침묵》
전시명 : 이이수 개인전 《다정한 침묵》
전시일정 : 2025년 8월 22일(금) – 10월 3일(금)
전시장소 : 갤러리마리 (서울시 종로구 경희궁1길 35 마리빌딩)
관람정보 : 화-토 11시-19시 (매주 일-월요일 휴관), 무료관람
웹사이트 : gallerymarie.org 인스타그램 : instagram.com/gallerymarie_
문의 : 02-737-7600, 이메일 infogallerymarie@gmail.com
늦여름의 빛이 부드럽게 스며드는 계절, 갤러리마리에서 이이수 개인전 《다정한 침묵》이 8월 22일부터 열린다. 도심 속 경희궁길에 자리한 갤러리마리는 이번 전시를 통해 분주한 일상 속에서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서로의 존재를 바라보며 말없는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다. 정마리 대표(갤러리마리 대표)의 기획으로 이루어진 이번 전시는 우리가 무심히 지나쳐온 다정한 순간들을 다시금 불러내며, 관람자에게 고요하지만 깊은 사유의 장을 선사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 속에는, 말없이도 깊이 이어지는 일상의 순간들이 있다. 누군가와 나란히 앉아 있는 조용한 시간, 가만히 건네는 시선, 강아지의 털을 천천히 쓰다듬는 손끝의 부드러운 감촉. 이런 장면들은 흔히 지나쳐 버리지만, 마음속 깊이 머무른다. 이이수의 그림은 바로 그 미세한 틈을 붙잡고 포착한다. 화려하거나 극적인 사건이 아닌, 일상 속에 숨은 온기와 관계의 숨결을 색과 형태로 풀어낸다.
이이수의 작품에는 단순함과 비움, 그리고 자연스러운 어설픔이 배어 있다. 비우고 덜어내며, 남은 색과 형태가 스스로 울림을 가질 때까지 시간을 들인다. 한 번 칠한 듯 보이는 색도 여러 겹의 붓질을 거쳐 깊이있는 레이어를 만든다. 얻는다. 그 안에는 감정의 결과 빛깔이 농축되어 있다. 차가움과 따뜻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색채는, 말로 다 담을 수 없는 마음의 질감을 불러낸다.
작품 속 인물들의 뒷모습은 우리가 스스로 볼 수 없는, 타인의 시선 속에서만 드러나는 본질적 순간이다. 그 솔직함 속에서 사람과 사람을 잇는 힘이 생겨나며, 관람자는 작품과 마주하며 자신의 기억 속 관계를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그 함께였던 시간을 떠올리며 우리는 누군가와 함께였다는 감각을 되새긴다.
이이수의 그림은 사적인 경험에서 출발하지만, 화면 위에서 관람자의 기억과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작가의 순간이 우리의 경험과 포개질 때, 작품은 숨을 쉬고 살아난다. 그렇게 완성된 장면들은 마음속에 오래 머무는 ‘다정한 침묵’으로, 말이 사라진 자리에서 더 깊이 전해지는 감정을 선물한다.
전시장을 찾아 이이수의 다정한 순간들을 마주해보길 바란다.
화면 속 고요한 울림 속에서, 마음속 기억과 감정을 살짝 들여다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가장 일상적인 순간들—함께 앉아 있는 시간, 개를 쓰다듬는 손길,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야말로 우리가 누구인지를 말해준다고 믿는다. 화려하거나 극적인
사건보다는 조용하고 느린 감정들, 그 사이의 틈, 눈치채기 어려운 온기에 주목하고 싶었다.
우리는 일상의 대부분을 함께 살아간다. 그러나 그 ‘함께 있음’은 늘 무심하게 지나치기 쉬운 상태다. 그 순간들을 붙들어 작업으로 남기고 싶었다. 작업 속 등장하는 인물들은 때론 서로 안고, 바라보고 혹은 무언가를 함께 응시한다. 그 안에서 한 사람의 정서 그리고 그것이 관계속에서 어떻게 흐르고 머무는지 포착하려 한다.
너무 오래되어 흐릿해진 풍경들 속에서도 분명히 남아있는 것은 누군가의 따뜻한 팔, 개의 털
을 쓰다듬던 촉감, 주고 받던 체온 같은 것이다. 기억은 이미지와 함께 감각으로 남는다.
작품 속 인물들은 얼굴이 없다. 하지만 그 익명성 속에서 오히려 우리는 더 많은 감정을 투사
할 수 있다. 표정을 비워둠으로써, 관람자가 스스로의 기억과 경험을 그 안에 채워 넣기를 원
했다. 이들은 누구일 수도 있고, 나일 수도 있고, 또는 나와 관계했던 어떤 존재일 수도 있다.
작업을 통해 주로 강렬한 색의 병치와 단순화된 형태를 통해 감정의 무게와 따뜻함을 표현한
다. 색은 감정의 언어다. 색채로 말을 거는 순간, 형상은 다정한 침묵이 된다. 밝은 원색과 대
비된 색은 시각적 즐거움을 넘어 감정의 무게를 드러낸다. 파란 인물과 붉은 배경이 마주할
때 그 사이는 차가움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복합적인 정서의 공간이 된다. 형식적으로는 단순
한 구성과 투박한 붓질을 일부러 유지하는데, 이는 우리가 어린 시절 느꼈던 감각, 즉 해석
이전의 감정을 회복하고자 하는 의도이기도 하다.
개는 이 작업의 또다른 중요한 축이다. 이는 인간과 인간, 혹은 인간과 동물 사이의 조건 없
는 신뢰와 교감의 상징이다. 어떤 장면에서는 개가 아이의 눈을 들여다보고, 또 다른 장면에
서는 개가 사람 사이를 지키고 선다. 이때의 개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무언의 정서적 고리
이며 가족의 또 다른 구성원이다. 말을 하지 않지만 가장 진실한 방식으로 감정을 공유하는
존재. 개는 단순히 동물로 그려지지 않는다. 때로는 위안이고, 때로는 연결이며 때로는 침묵의 동반자이다.
그림은 결국 문자화된 언어로 다할 수 없는 것을 전하는 또다른 언어이다.
내 작업은 궁극적으로 ‘기억의 감각’을 시각화하려는 시도이다. 우리는 과거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지만, 감정의 질감은 오래 남는다. 나는 그 질감을 색과 형으로 붙들어보려 한다. 각 장면은 누군가의 마음속에 있었던 풍경일 수도 있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한 장면일 수도 있다.
그림 속 익명의 인물들, 말없는 동물들, 선명한 색과 흐릿한 경계들 속에서 잊고 있던 감각을
되살릴 수 있기를 바란다.
작업을 이어오면서 나는 자꾸만 “함께 있었던 시간”을 그리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비록 단절과 고독이 더 선명하게 다가오는 시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누군가와 함께였다는 감각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나의 작업이 전달하고 싶은 가장 중요한 메시지이다.
- 이이수 작가노트 中

이이수,<다정한 침묵>, 2025, acrylic on canvas, 145.5x112.1cm
© 작가 & 갤러리마리
이이수,<나는 너가 그립다>, 2025, acrylic on canvas, 53.0x45.5cm
© 작가 & 갤러리마리

이이수,< 기억의 풍경>, 2025, acrylic on canvas, 145.5x112.1cm
© 작가 & 갤러리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