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환 Oh Sufan
A Thousand Dialogues
가나아트는 오수환(b. 1946-)의 개인전, 《A Thousand Dialogues》를 개최합니다. 이번 전시는 <곡신>, <적막>, <변화>, <대화>로 흐름이 이어지는 그의 연작 중 <대화>에 해당하는 드로잉에 집중합니다. 작가가 2000년대 후반 시작해 현재까지 지속하고 있는 <대화>는 자연, 과거의 문명, 인간과의 교감을 주제로 합니다. 종이에 펼쳐진 오수환의 <대화>는 먹, 과슈, 오일파스텔 등 다양한 재료 사용에 힘입어 한층 자유롭고 경쾌한 필치가 강조된 모습입니다. 가나아트는 1980년대 작업부터 올해 제작된 신작까지 총 40여 점의 작업을 아우름으로써 드로잉을 비롯해 다양한 매체에서 시도된 오수환의 조형 실험을 돌아보고, 이를 통해 <대화>가 작업의 궁극적인 목표인 ‘자유의 이상세계’에 어떻게 다가가고 있는지 살피고자 합니다.
오수환은 드로잉 작업에 대해 “우리가 넘어야 할 고개가 많은데, 고개를 넘으려면 늘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나는 이를 드로잉을 통해 성취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에게 드로잉은 캔버스 작업과 마찬가지로 사유의 과정을 보여주는 작업입니다. 오수환은 갖가지 종이를 늘 곁에 두고 떠오르는 생각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으로 드로잉 작업을 합니다. 그는 드로잉에서 더욱 자유로운 형식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붓 대신 길에서 꺾은 칡뿌리를 사용해 물감을 흩뿌리거나 물감의 흔적을 종이로 덮어 찍어서 생기는 물성의 효과를 관찰하고, 캔버스 작업에서는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 재료를 적극 활용합니다. 이렇게 물질의 힘을 표현하는 데 집중하면서 그는 드로잉을 생동하는 상태에 두고자 했습니다. 작가는 화면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을 중요시하며, ‘살아 있는 그림’에서 관람자들이 자유로운 표현과 표정을 읽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