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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개인전: 부드러운 야생(Soft Wi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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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야생 Soft Wild
이유진 Yi Youjin
2025.09.03.-10.18.

기획/글 : 김아름 큐레이터


경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그 경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견고하지 않다. 물과 기름이 만나는 순간, 꿈과 현실이 겹치는 새벽 시간, 고향과 타향 사이에서 흔들리는 마음처럼, 모든 경계는 살아 움직이며 끊임없이 스스로를 재정의한다.

갤러리 지우헌은 9월 3일부터 10월 18일까지 독일 뮌헨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유진 작가의 개인전 《부드러운 야생(Soft Wild)》을 개최한다. 20여 년 동서양의 경계를 살아온 작가가 발견한 것은 경계가 만드는 단절이 아닌, 경계에서만 피어나는 새로운 가능성이었다.

이유진의 캔버스는 지도가 아니다. 여기서 선들은 영토를 나누지 않고 오히려 연결한다. 한지 위에 스며드는 서양 물감처럼, 그의 그림에서 동양과 서양은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스며들며 제3의 언어를 만들어낸다. 이것은 문화적 혼종이 아니라, 경계 자체를 삶의 터전으로 받아들인 작가만이 도달할 수 있는 고유한 조형 세계다.

'부드러움'과 '야생' – 언뜻 모순되어 보이는 두 단어가 이번 전시의 중심에 있다. 부드러움은 꿈결 같은 화면의 질감이자, 관객을 작품 안으로 안전하게 인도하는 통로다. 야생은 그 부드러운 표면 아래 꿈틀거리는 원시적 생명력, 길들지 않은 직관의 힘이다. 이 두 힘이 만나는 지점에서 이유진의 그림은 비로소 숨을 쉬기 시작한다.

작가는 캔버스를 바닥에 눕혀놓고 몸 전체로 그린다. 미리 계획된 스케치는 없다. 오직 그 순간의 몸의 기억과 감정만이 붓끝을 통해 화면에 스며든다. 이렇게 탄생한 형상들은 무엇인가를 재현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잠재의식 깊은 곳에서 길어 올린 원형들, 우리 모두가 막연히 느끼지만 말로는 포착할 수 없는 감각들의 흔적이 된다.

The Spirit of thePond(연못의 정령), Roots of Light(빛의 뿌리), Ocean Tree(바다나무) 작품제목들만으로도 작가가 머무는 세계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연못은 하늘이 될 수 있고, 빛은 뿌리를 내릴 수 있으며, 바다에서 나무가 자란다. 논리적 사고로는 이해할 수 없지만, 꿈의 문법으로는 지극히 자연스러운풍경들이다. – 작품 제목들만으로도 작가가 머무는 세계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연못은 하늘이 될 수 있고, 빛은 뿌리를 내릴 수 있으며, 바다에서 나무가 자란다. 논리적 사고로는 이해할 수 없지만, 꿈의 문법으로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풍경들이다.

흙과 나무, 종이로 지어진 갤러리 지우헌의 공간은 이유진의 작품을 품기에 좋은 배경이 된다. 안과 밖의 경계를 허물고 자연을 끌어안는 한옥의 철학은 형상과 배경이 서로에게 스며드는 작가의 그림 세계와 묘한 공명을 만들어낸다. 관람객은 이 공간에서 단순히 그림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만든 꿈의 풍경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본 전시는 해독하려는 조급함을 내려놓을 것을 제안한다. '이것이 무엇인가'보다는 '이것이 내게 어떤 느낌을 주는가'에 귀 기울여보자.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 형상과 배경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들을 따라 시선을 옮겨보자. 그곳에서 각자만의 부드러운 야생과 마주하는 순간, 우리는 경계가 만드는 풍경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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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b.1980)은 세종대학교에서 한국화과를 중퇴하고 뮌헨미술원(Academy of Fine Arts Munich)에서 독일 모더니즘의 거장 군터 포그(Günther Förg) 교수의 지도 아래 회화 전공 석사과정을 마쳤다. 이후 베를린의 대표 미술 행사인 'Gallery Weekend Berlin'(2021)과 스위스 취리히의 실험미술 중심 공간 'Lemoyne Project'(2022) 등 유럽 주요 도시에서 15회의 개인전을 열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국제적 인지도가 높은 독일 국가예술기금(2021)을 비롯해 각종 공공기관의 지원금을 총 7회 받았으며, 이는 작가의 역량이 일찍이 해외에서부터 인정받았음을 증명한다. 또한 독일 바이에른주(2016)와 뮌헨시(2014, 2012)의 스튜디오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되기도 했다. 2023년에는 제1회 키아프(KIAF) 하이라이트 작가로 선정되며 아시아 미술계에서의 입지를 더욱 견고히 했다. 현재 독일 뮌헨에 거주하며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활발한 작업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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