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한혜선 개인전 '세월을 빚다 The Shape of Time'
2025. 11. 12 (수) ~ 2025. 11. 18 (화)
1. 전시 개요
■ 전 시 명: 한혜선 개인전 ‘세월을 빚다 The Shape of Time’展
■ 전시장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갤러리 도스 제1전시관(B1)
■ 전시기간: 2025. 11. 12 (수) ~ 2025. 11. 18 (화)
2. 전시 서문
흔적이 빚어낸 시간의 풍경
갤러리 도스 김선재
한혜선의 작업은 시간을 바라보는 고요한 명상이다. 작가는 흙과 불이 만들어내는 도자기의 세계를 회화적 언어로 풀어내며 인간의 삶과 기억이 어떻게 형상화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화면 속 도자기는 단순히 사물을 그린 이미지가 아니라 시간이 스며든 흔적이자 자연과 인간이 맞닿는 경계의 기록이다. 흙은 생명의 근원이자 순환의 상징이다. 작가에게 흙의 질감과 색을 캔버스 위에 옮기는 일은 시작을 다시 써 내려가는 행위이며 기다림과 포용의 시간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도자기의 형상 안에는 살아 있는 시간의 결을 품고 있다. 그림 속 도자기는 조용하지만 그 속에는 생성과 소멸 균열과 회복 같은 복합적인 감정이 숨 쉬고 있다. 그것은 삶을 담는 그릇이자 시간을 품은 조형이다. 이는 인간의 삶과 닮아 있으며 완벽함보다 살아 있음의 증거를 담고 있다.
화면에 그려진 도자기의 본질은 형태의 완성보다 형성되는 과정에 있다. 색을 반죽하고 물성을 다듬으며 화면 위에서 층을 쌓는 일련의 과정은 단순한 묘사가 아니라 수행에 가깝다. 그 과정 속에는 작가의 호흡과 내면의 리듬이 서려 있다. 그가 그려낸 도자기의 표면에는 불의 흔적을 연상시키는 색의 변화와 미세한 균열이 남는다. 이들은 모두 예측할 수 없는 자연의 개입을 닮아 있으며 작가는 그 우연을 거부하지 않는다. 통제하지 않음으로써 얻어지는 질서가 있으며 작가는 그 질서를 받아들인다. 완성된 형태보다 그 안에 스며든 시간의 결이 중요하다. 화면의 균열은 세월의 주름처럼 느껴지고 덧칠된 색의 무게는 인생의 농도를 닮았다.
주 소재로 등장하는 도자기는 달항아리나 질그릇을 떠올리게 하지만 이는 단순한 재현은 아니다. 작가는 전통적인 형태 속에 현대적 감각을 불어넣는다. 비워진 공간과 남겨진 자취 사이의 긴장을 탐구하며 완결과 미완 안정과 불안의 경계를 섬세하게 다룬다. 달항아리의 둥근 형태는 포근함과 불안정함을 함께 품고 있으며 질그릇의 표면에는 손의 온기와 사용의 흔적이 배어 있다. 이처럼 한혜선에게 회화는 물질이 지닌 기억에 대한 탐구이기도 하다. 그는 흙이 불에 구워지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환기시키면서도 그 이전의 유연한 상태를 색과 질감으로 되살린다. 완성된 결과보다 그 안에 스며든 손의 흔적과 과정의 기록을 작품의 중심에 두기 때문이다. 색의 번짐과 층위는 마치 시간이 쌓인 풍경처럼 보인다. 유백색에서 회갈색으로 때로는 푸른빛으로 번지는 화면은 자연의 시간을 드러낸다. 도자기의 표면을 그린 화면은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호흡하며 관람자에게 깊은 정적과 사색을 불러일으킨다. 작가에게 회화는 완결된 형태보다 흐름의 증거이며 시간과 감정이 스며든 존재로 남는다.
작품 앞에 서면 우리는 단순한 사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축적된 시간을 마주한다. 표면의 거친 질감은 세월의 흔적처럼 다가오고 흙이 불을 견디며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듯 인간 또한 시간을 통과하며 성장하고 변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작품 앞에 서면 시간의 속도가 느려지고 사물의 본질이 드러난다. 한 점의 화면 안에는 흙과 불, 물과 공기 그리고 인간의 의식이 교차하며 만들어낸 세계가 담겨 있다. 그것은 물질의 예술을 넘어 존재의 근원을 묻는 사유의 장으로 확장된다. 도자기의 형태와 표면 그리고 그 안의 빈 공간은 우리 각자가 품고 있는 내면의 시간과 닮아 있다. 작품을 바라보는 일은 자신의 기억을 되짚는 일이며 동시에 자연과 공존하는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부드러운 빛과 온기가 머문 작품 앞에서 우리는 자신의 감정과 기억을 천천히 더듬는다.
A Tapestry of Years 25-1
Oil on canvas, 60.6 x 90.9cm, 2025
A Tapestry of Years 25-2
Oil on Canvas, 60.6 x 72.7cm, 2025
Mark of Age 24-2
Oil on Canvas. 72.7 x 60.6cm, 2024
Mark of Age 25-2
Oil on Canvas, 72.7 x 60.6cm, 2025
머문시간의 자리
Oil on canvas, 116.8cm x 91.0cm, 2025
세월이 빚은 숨결
Oil on Canvas, 130.3cm x 130.3cm, 2025
2. 작가 노트
저는 달항아리와 질그릇을 좋아합니다. 그것들을 바라보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그 편안함은 단순히 고요한 상태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삶의 희로애락을 묵묵히 끌어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서 느껴지는 단단함과 닮았습니다. 저는 그 느낌을 저만의 방식으로 그림에 담아내려 합니다.
때때로 그릇을 보고 있으면 사람의 머리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둥글거나 넓적한 형태 때문일까요? 그 넉넉한 여백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치 거울처럼 제 얼굴이 비치거나 혹은 누군가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제가 그릇을 보며 느꼈던 그 단단한 편안함이 깃든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요? 흠 없이 매끄럽고 완벽한 얼굴보다는, 세상의 풍파 속에서도 꿋꿋이 자신의 길을 걸어온 사람의, 자연스러운 주름이 멋스럽게 새겨진 얼굴일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깨끗한 새것보다 오랜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것들에 더욱 마음이 끌립니다.
세월을 담아 울퉁불퉁하고, 이가 나가거나 금이 가고 때가 밴 그릇은 우리의 삶과 너무도 비슷합니다. 비유하자면, 인간은 빈 그릇으로 이 세상에 와서 저마다 다른 환경 속에서 각자의 고유한 체험으로 그 공간을 채워나갑니다. 그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고난과 마주하기도 합니다. 쉽사리 잊기 힘든 상처의 기억들은 때때로 떠올라 가슴을 철렁하게 하기도 하고, 마음 깊숙이 스며들어 견디기 힘든 무게로 우리를 짓누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고난의 시간이 있었기에 비로소 찬란히 빛났던 시간의 소중함을 더욱 깨닫게 되는 건 아닐까요. 지나온 삶의 희로애락을 오롯이 마주하고 인정할 때, 그것은 우리의 마음에 흔적으로 남아 한 사람의 인생을 그려냅니다. 마치 그릇에 새겨진 실금처럼. 그리고 그 흔적은 우리가 성장했다는 뚜렷한 증거가 됩니다. 그래서 연작의 제목을 Mark of Age / A Tapestry of Years로 지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내용을 사실주의 기법으로 담아내고자 합니다. 강렬한 원색보다는 여러 색을 혼합하여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함으로써, 시간의 깊이와 내면의 울림을 표현하고자 합니다.
제 안에는 어린 시절부터 설명하기 어려운 외로움이 늘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친구들과 웃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도 마음 한편의 공허함은 쉽게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그 공허함을 떨쳐내기 위해 치열하게 일상을 살아냈지만, 중년을 지나면서 그 공허함을 더는 부정하거나 억누르려 하지 않고, 그 자체로 제 안에 머물도록 했습니다. 신기하게도 그 이후로 삶의 다양한 순간들이 제 안으로 차분히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기쁨, 슬픔, 사랑, 미움, 후회, 감사… 다채로운 감정이 저라는 그릇 속에서 은은하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Never regret a day in your life. Good days give you happiness. Bad days give you experience. Worst days give you lessons. And best days give you memories” 라는 격언처럼, 삶의 힘든 때조차 후회하지 않고 받아들이려 노력했습니다. 그러자 제 안에 자리한 감정들이 서서히 빛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달항아리가 편안한 광채를 머금듯이. 저는 그렇게 달항아리와 질그릇을 그리며, 제가 도달하고 싶은 삶의 모습을 배우고 있습니다. 제가 그러했듯, 제 그림을 보시는 분들이 잠시나마 각자의 인생 여정을 떠올리며, 스스로 격려와 사랑의 응원을 보내는 치유의 시간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3. 작가 약력
한혜선
미국 Murray State University 석사 (M.A. in Surface Design and Drawing)
건국대학교 의상학과 졸업
개인전
2025 세월을 빚다 The Shape of Time, 갤러리 도스, 서울
1995 Back to Nature, Price Doyle Fine Arts Center, USA
단체전
2026 LA Art Show, LA Convention, USA 예정
2025 서울아트쇼, 코엑스, 서울 예정
2025 ART FORMOSA 대만엑스포, Taipei Expo Dome, Taiwan
2025 조형아트서울 PLAS 2025, 코엑스, 서울
2024 Everyone’s Time x Weak Tie, 한전아트센터, 서울
수상
2025 제46회 대한민국현대미술대전 서양화부문 장려상, 한전아트센터
2025 제46회 대한민국현대미술대전 서양화부문 특선, 한전아트센터
2025 제18회 서울국제미술대상전 서양화부문 입선, 한전아트센터
2025 대한민국현대여성미술대전2025 서양화부문 특선, 인사아트플라자 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