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 : 《우주호랑이 - 호랑이 여자로 산다는 것은》
Cosmic Tiger - To Live as a Tiger Woman
이광, 한국적 신표현주의
전시명 : 이광 개인전 《우주호랑이- 호랑이 여자로 산다는 것은》
전시일정 : 2025년 11월 21일(금) – 12월 20일(토)
전시장소 : 갤러리마리 (서울시 종로구 경희궁1길 35 마리빌딩)
관람정보 : 화-토 11시-19시 (매주 일-월요일 휴관), 무료관람
웹사이트 : gallerymarie.org 인스타그램 : instagram.com/gallerymarie_
문의 : 02-737-7600, 이메일 infogallerymarie@gmail.com
전시전경
전시 소개
이광의 회화는 상처로부터 피어난 기도의 형상이다.
그녀는 어린 시절, 폭력적인 아버지와 무력한 어머니 사이에서 “어머니를 구원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품었다. 그 마음속에서 태어난 존재가 바로 호랑이였다 — 강하고 두렵지만 동시에 자비로운 존재. 세상의 어둠을 삼켜 빛으로 되돌리는 존재였다.
이광에게 호랑이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상처 받은 어린 소녀의 내면이 만들어낸 신적 자아, 즉 세상을 바꾸고자 한 영혼의 또 다른 이름이다.
고등학교 시절, 절망 속에서 삶을 포기하려 했던 그 밤,
산 등성이 하늘에 쏟아지던 별빛의 환영은 훗날 그녀의 회화 속 ‘신적 빛의 원형’이 되었다.
그 순간부터 그녀의 길은 명확해졌다 —
죽음에서 예술로, 절망에서 구원으로 나아가는 여정.
우주호랑이 KL2 2025 캔버스에 과슈, 템페라 53x40.9cm
홍익대학교 서양학과를 졸업하고, 그녀는 비행기표 한 장만 들고 독일로 향했다.
한국의 젊은 여성 화가는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의 문을 두드리며 “제자로 받아 달라.”고 간절히 외쳤고, 그 폭발적인 열정과 광기 어린 몰입은 결국 스승이 된 마르쿠스 뤼페츠(Markus Lüpertz)의 마음을 움직였고, 그녀는 독일 신표현주의의 수제자, 마이스터슐러(Meisterschülerin)가 되었다.
뤼페츠에게서 배운 것은 단순한 기법이 아니라, 존재의 근원을 폭로하는 붓질의 힘이었다.
그녀는 붓을 휘두르며 자신의 상처를 긋고, 그 상처 속에서 새로운 영혼의 빛을 길어 올렸다.
이광의 여정은 서구의 모방으로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이제 ‘한국적 신표현주의’, 즉 샤머니즘의 영성, 불교적 공(空)의 사유, 그리고 설화 속 호랑이 여인의 서사를 통해 새로운 미학을 세운다.
그녀의 그림 속 호랑이는 신화적 존재이자, 세상의 약한 자들을 지키려는 자기 자신이며,
한 인간이 스스로를 구원하고자 하는 예술적 삼매(三昧, Samadhi)의 화신이다. 그 화폭에는 피와 기도, 불빛과 별, 그리고 사랑이 겹겹이 쌓여 있다.
그녀의 예술은 고통의 기억으로부터 피어난 구원의 서사이자,
자기 자신을 치유하고 세상을 다시 품고자 하는 한 여성의 기록이다.
《우주호랑이 — 호랑이 여자로 산다는 것은》은 절망을 건너 희망을 새긴 존재의 연대기이며,
인간이 끝내 스스로를 구원하고자 한 영혼의 회화적 기록이다.
우주 호랑이의 탄생
전시의 주인공 ‘우주 호랑이’는 작가의 상징적 자화상이다.
한국을 떠났던 소녀가 오십이 넘어 다시 돌아와 마주한 자신을, 호랑이 여자의 형상으로 형상화했다. 한국 산신과 민화 속 호랑이의 이미지를 소녀의 모습과 결합시켜, 해학적이면서도 모성적 존재로 재탄생시켰다. 이는 약자를 보호하고 구원하고자 하는 작가의 내면적 열망이자,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우주호랑이 KL4 2025 캔버스에 과슈, 템페라 53x40.9cm
아티스트 토크
11월 29일(토) 오후 3시, 「호랑이 여자로 산다는 것은」 아티스트 토크가 열린다. 작가는 유년기의 기억과 예술가로 성장하기까지의 여정을 직접 들려주며, 개인적 시련을 예술로 승화시킨 과정을 공유한다. 또한 독일 유학 시절 마커스 뤼퍼츠와의 사제 관계,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의 도제식 교육 경험 등을 나누며, 인간 이광이 예술가로 자리 잡기까지의 삶을 관객과 함께 풀어낸다.
공무도하_님아 그 물을 건너지 마오 2025 캔버스에 과슈, 템페라 146x236.5cm
토리그물 새로 빛나는 별빛 그림
이광 한국적 신표현주의 / 우주호랑이 - 호랑이 여자로 산다는 것은
2025.11.18.-12.20. 갤러리마리
신용철 | 시골큐레이터
비나리
이것은 비나리다. 오랫동안 마을을 떠나 떠돌던 이가 꿈꾸던 비나리다. 돌아온 첫 머리 마을굿 당산에 마련된 비나리다. 떠나있던 이만이, 떠나서 기러운 이라야 뱉을 수 있는 말품이다. 그리하여 낯설고 날 섰다.
비나리는 ‘빈다’는 말에서 비롯한다. 비나리는 두 갈래 비는 말이 얽혀 있다. 나의 죄를 ‘비는’(속죄) 말이며, 나의 복을 ‘비는’(구복) 말이다. 비나리는 나의 과거를 회개하고 나의 미래를 구원하는 통과의례의 말밭이다.
입으로 비나리 하는 이의 손을 떠올려 본다. 양손을 모아 수직으로 쌓아올린 손의 탑이다. 나의 몸과 우주는 손탑을 사이에 두고 이어진다. 나와 우주 사이에 손탑 하나만으로 오롯이 꽉 찬다. 수직의 손을 내려 한손으로 배 아픈 아이의 배를 쓰다듬는다. “니 배는 똥배고 내 손은 약손이다“ 나와 우주를 떠받들던 손은 무릇 아픈 이를 쓰다듬어 살리는 치유의 손길이 된다. 이 또한 비나리다. 아픈 배를 똥배라고 일컫고 이제 낫기를 바라는 사이에 약손길이 머물며 통과의례의 손그림을 그린다.
토리그물
토리들이 출렁 일렁 꿈틀거린다. 토리들이 모여 그림의 바다를 이룬다. 살아서 춤추는 바다다. 바다의 파도는 출렁거린다. 파도 아래 물풀은 일렁인다. 바다 바닥은 꿈틀거린다. 이광의 그림바다는 파도의 출렁거림, 물풀의 일렁거림, 바닥의 꿈틀거림이 서로 넘나들며 춤추는 그물이다.
민족 심성의 바닥에 길어올린 말토리들이 작품의 바탕이 된다. 민족미학, 민중미학이 애써 불러온 미학과는 사뭇 다르다. 신화, 전설, 민담 같은 것에서 비롯한 토리들이 나와 세상을 들여다 듣고 알아차리는 바탕으로 꿈틀거린다.
꼴토리는 작가의 경험에서 보고 겪은 궁리한 갖가지 꼴들이 만나고 찢어지고 다시 붙어서 낯선 꼴들로 태어난다. 한국다운 꼴이기도 하고 서양다운 꼴이기도 하다. 때론 이들이 붙어서 새로운 꼴들로 태어난다. 변형, 변태, 변신의 꼴들이다. 그 사이에 자아와 세계는 분열하고 화합한다. 자아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도 분열하고 화합한다. 꼴토리는 분열과 화합의 만신전이다.
이야기토리는 지금 여기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작가는 지난 작업에서 당대의 참혹과 비참을 껴안았다. 당대의 역사를 지시적으로 재현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당대 역사 서사, 작가 자기 서사, 인류 보편 서사를 배채하는 방식으로 화면을 구성하였다. 표층의 서사와 심층의 서사가 서로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다. 원근적이지 않으며 원근적이다. 표층과 심층을 들고 나는 깊이의 원근법이라 부르고 싶다.
색불이공_죽음보다 깊은 사랑 2025 캔버스에 과슈, 템페라 147x226cm
설화로 짠 그림판
설화(說話)의 리얼리즘이다. 한국 민족미학, 민중미학이 애써 불러들인 미학의 전통과 사뭇 다르다. 이광의 작품은 이른바 민속화나 민중미술의 언저리에 머물고 있는 도깨비다. 이미 지난 것으로 여겨 죽은 목숨이 된 채로 그려내는 민속화와는 아주 거리가 멀다. 이식적이며 기형적인 한국예술사를 극복하기 위해 불러낸 일부 민중미술의 이념적이고 사변적인 민족미학과 사뭇 다르다.
이광의 그림은 설화에서 비롯한 설화이다. 이야기는 혀(舌)에서 비롯한다. 입에서 입으로 이어지는 입길의 이야기다. 입길에 올라 입길을 타고 이야기는 입을 벗어나 말길을 연다. ‘낯설다’, ‘설날’이라는 말은 ‘설’이 딛고 있는 말바탕을 보여준다. 설은 설렘이며 끊임없이 생성하는 처음이다. 이광의 ‘설’은 민속화가 놓친, 민중미술이 놓친 다리나 언덕, 마을 언저리에 자리잡고 낯설고 날선 춤을 추는 도깨비다. 그리하여 이광의 설화는 이야기(話)이며 그림(畵)이다. 도깨비가 빚어내는 둔갑술이며, 한 판 붙자고 덤비는 씨름판이다. 우리 등판에 붙어 있어 보이지 않거나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짐짓 모른 체 하던 한국미술의 숨은 파사드다.
치유된 치유자
길지 않은 기간 동안 여러 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개인전을 열고 있던 경주에서 ‘김현감호’ 설화 이야기를 나누었다. ‘호랑이’라는 상징을 사이에 두고 깊이 얘기를 나누었다. 살아온 이야기를 살짝 들을 수 있었다. 전시를 앞두고 길게 써내려간 ‘작가노트’을 받아 읽고는 혼자서 함께 울었다. 나도 많이 아팠다.
먼저 아팠던 이가 아픈 이를 고칠 수 있다. 아픔은 고통과 치유 사이를 통과하는 의례이다. 개인의 고통을 공동체의 고통으로 알아차리는 이가 무당이다. 무당은 신내림을 전제하거나 신내림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고통을 통해 자아를 인식하고, 자아와 세계의 분열을 화합하고, 과거, 현재, 미래를 가로질러 상생을 꾀하는 이다. 예술가는 생활세계와 예술세계의 틈이나 구멍을 잇는 무당이다.
‘우주호랑이’는 작가와 세계가 갈등하고 화합하는, 작가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대화하는 과정에 잉태한 목숨이다. 남자와 여자, 분열과 화합, 과거와 미래, 현실과 비현실, 신화와 역사 언저리에 놓인 틈이다. 그 틈 사이로 별빛이 빛난다. 어리고 슬픈 이광의 눈에서 빛나던 별빛이며, 사막 하늘에서 쏟아지던 별빛이며, 호랑이 눈에서 솟아나던 별빛이다. 하늘의 별빛은 우리들 눈망울에 깃들어 있다. 우리 모두는 어떤 별빛이며 모든 별빛이다. 우리 별빛은 이어져 있다.

우주호랑이 KLD4 2025 종이에 마카 40.5x29.5cm
우주호랑이 KLD11 2025 종이에 마카 40.5x29.5cm
KWANG LEE
이광
1970 경기도 연천 학담 출생
1996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
1998 독일로 유학, 쿤스트아카데미 뒤셀도르프에서 독일 신표현주의의 거장
마커스 루퍼츠 교수에게 회화 전공
2006 마커스 뤼퍼츠 교수에게 마이스터 슐레 인증 수여
2009 쿤스트아카데미 뒤셀도르프 디플롬 수여
한국과 베를린에서 국제무대를 배경으로 활동하는 재독작가이다.
2025 개인전 [김현감호_호랑이여자의 신들린 사랑], 갤러리 아래헌, 경주
2024 개인전 [귀신_호랑이여자의 이타적 사랑], 나무아트 갤러리 서울
2024 개인전 [세월 피에타], Junghyun Gallery, 브로츠와프, 폴란드
2023 개인전 [Kwang Lee], Villa Jauss Kunsthaus Oberstdorf, 독일
2022 개인전 [블랙 피에타- 검은 연민], 아트 스페이스 플라스크, 서울
2021 그룹 공연 [ 무대- 대화], 광풍류 퍼포먼스, 베를린 한국문화원, 베를린
2018 그룹전[ 돌아온 거장 정선-전통회화와 새로운 정신], 작센주 정부 대표건물, 베를린
2018 그룹전[정선 독일에서 그리다] 겸재 정선 미술관,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