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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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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하디흔해 보이기까지 한 잊혀진 일상의 공간 속에 다양한 생활의 자취와 추억들을 담아내며 우리의 삶과 관계들 그리고 소소한 생활의 장면들을 환기시키는 미덕이 돋보임
부드러운 화면 속에 녹아든 삶에 대한 따사로운 시선과 열정


주용범 | 빛갤러리 기획실장





여기저기서 연일 경제가 어렵다고들 아우성이다. 수년전 IMF라는 금융위기도 견뎌낸 우리들이지만 이번 경제위기는 그 힘겨웠던 IMF시절이 대수가 아니란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경제위기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세계적인 대기업들도 파산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전 지구적인 경제위기인데다 연일 치솟는 환율을 보고 있자니 경제에 문외한인 나 같은 사람도 기겁을 할 정도이니 말이다.




부실해진 미국 금융기업들의 파산과 함께 시작된 이번 경제위기는 백약이 무효다 싶게 실물경제의 침체로 이어지면서 장기화될 전망이다. 이렇듯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장기화 되면서 우리나라 경제도 깊은 침체의 늪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번 경제위기가 작품에 몰두해야할 작가들이나 우리 같이 전시를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혹독하게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경제위기는 오랜만에 찾아온 미술시장의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작품의 제작환경과 전시환경을 다시금 근본에서부터 흔들어 대고 있다. 이렇게 경제위기의 영향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 김은기의 전시가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빛갤러리에서 열리게 되었다. 반응이 좋았던 작가와 전시이긴 해도 경제위기의 한파를 홀로 피해갈 수는 없기에 어렵게 전시를 준비해온 작가나 갤러리 모두 전시를 여는 마음이 가볍지가 않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제작은 계속되어야 하고 전시개최 또한 지속되어야 하겠기에 전시에 부쳐 경제위기의 시대에 미술이란 우리에게 무엇인가는 물론 김은기의 작품 갖고 있는 미덕은 무엇인지를 되짚어 보고자 한다.





과대평가된 투자수단으로서의 미술작품이 외면을 당하고 과열된 투자가 기승을 부린 미술시장의 거품이 꺼지는 시대일수록 또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고서야 작품이든 전시든 있는 것이 아니냐!’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인구에 회자될 수밖에 없는 어려운 시대일수록 미술의 의미와 가치가 제대로 평가되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미술은 투자수단 이전에 인간의 이성과 감성을 아울러 감싸 안는 보다 근본적인 의미와 가치가 있는 것이고 어려운 시대일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당장의 의식주를 뛰어넘는 꿈과 희망이기 때문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사는 것이 힘들어지지만 꿈과 희망을 잃어버리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술은 우리 삶의 가치와 의미를 시각화 할뿐 아니라 반복되는 일상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우리의 삶을 비상시킨다. 다른 세계로 통하는 비밀의 문을 여는 열쇠와도 같이 차원을 이동시키는 힘을 갖고 있는 것이 미술이다. 그래서 미술작품은 부동산과 주식을 대체하는 투자품목 그 이상이고 한가한 사람들이 즐기는 여기로소의 대상 그 이상인 것이다. 어려운 시대일수록 그 어려움을 잉태한 끝없는 욕망, 물질에 대한 그 과도한 욕망을 잠시 내려놓고 소요하듯 미술작품을 대할 필요가 있다. 그 속에 환기와 충전의 새 길이 열려있기 때문이다. 기분전환은 물론 어려움을 해결해줄 수도 있을 무언의 영감이 있겠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미술을 통해 삶을 재정의 하고 일상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김은기의 작품에는 이렇듯 혼란스러워진 삶의 의미와 일상의 가치를 새롭게 하는 미덕이 담겨있다. 김은기의 작품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소박하게 일상의 장면들을 담담히 보여 준다. 전혀 무겁지 않고 격하지 않다. 조금 떨어져서 보면 그저 무심히 바라다보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구구절절 생활이 묻어난다. 정지된 화면 위에 무수히 많은 장면들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의 일상이, 소박한 한 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었나를 일깨워준다. 삶을 깊이 있게 성찰케 한다는 작품이 때때로 삶에 지쳐 무너져 내리려는 마음마저 갈기갈기 찢어놓으면서도 깨달음을 준다고, 카타르시스를 준다고 순진한 혹은 영악한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보여줄 수 없는 진짜 깊이가 김은기의 작품 속에는 있다.
대단한 철학이 있다고 우기지 않더라도 강요된 센세이션이 없더라도 그래서 너무 흔하디흔해 보이기까지 한 잊혀진 일상의 공간 속에 무수한 생활의 자취와 추억들을 담아내며 우리 삶과 관계들 그리고 소소한 생활의 장면들을 환기시키는 미덕이 그녀의 작품 속에는 생생히 살아있다. 삶은 힘들더라도 살아야할 이유가 있다고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내 주변 어디쯤에 있다고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억지와 강제 없이 김은기의 작품은 우리에게 삶의 행복과 위안과 휴식을 준다.




김은기의 작품은 그러나 일상을 포착하고 그 일상이 얼마나 우리에게 소중한 것인가를 보여주는데서 머물지는 않는다. 창문 너머, 벽 위에, 책 속에 그리고 쿠션 위에 꿈과 희망의 서사를 숨기듯 새겨 놓는다. 그저 본래부터 그곳에 수놓아진 무늬들과도 같이 일상의 소품들 속에서 그렇게 일상의 무게에 눌리지 않고 비상하는 소중한 마음 속 소망들이 바로 그 일상을 무대로 살아 숨을 쉬는 것이다. 큰소리를 내지 않으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철학과 종교적인 내용들이 차분하게 녹아있다. 일상의 가치를 상찬하면서도 일상에 묻히지 않고 꿈꾸기를 멈추지 않는 열정이 녹아있다. 현재를 사랑하고 미래를 긍정하는 마음이 담겨있는 것이다. 찬바람 부는 겨울이 오면 부드러운 화면 속에 따사로움이 가득 담긴 따듯한 그림이 더욱 그리워진다.




빛갤러리 김은기展
일시: 2008년 12월 9일 ~ 12월 30일 (매주 일요일 휴무, 12월 25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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