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무 살 고흐는 초상화에 몰두하며 렘브란트•마네 같은 거장의 작품에 깊이 몰입했고, 가난한 사람과 일상 기록에 의미를 두었다. 반복된 자화상으로 존재를 증명한 그는, 불안과 고독, 삶에 대한 탐구도 담았다. 수백 통의 편지를 인용해 그의 내면과 고뇌•성장을 만나며, 그림이 인간 이해와 존재를 증명하는 도구임을 확인한다.
책소개
그의 시선이 머문 얼굴들, 그의 마음이 그린 사람들
1873년, 스무 살의 빈센트는 본격적으로 그림을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초상화에 매료되어 있었다. 도르트레흐트, 암스테르담, 파리 등 유럽의 미술관을 다니며 렘브란트, 프란스 할스, 아드리안 브라우어, 얀 리벤스의 초상화 앞에 한참을 머물렀다. 그는 일찍부터 초상화가가 되고 싶었고, 거장들의 작품을 자신의 기준으로 삼았으며, 그들과 같은 예술적 야심을 품었다.
“렘브란트가 그린 창녀의 머리에 유독 깊은 인상을 받았던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어. 화가가 그 수수께끼 같은 미소를, 마법사 중의 마법사인 그에게만 가능한 진지함으로 너무나 잘 포착했단 말이지. 거기엔 내게 새로운 뭔가가 있고 나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렇게 해내고 싶어. 마네가 그것을 이뤘고, 쿠르베도 마찬가지야. 아, 젠장맞을, 나도 같은 야심을 품고 있어.”
하지만 초상화를 그린다는 것은 곧 거장들과 겨루는 일이었고 빈센트에게는 큰 도전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작품을 보며 끊임없이 내면의 대화를 나눈 끝에 그는 남들과 다른 길을 걷기로 결심한다. 당시 초상화는 특권층을 위한 것으로 여겨졌고 실제 렘브란트가 암스테르담의 귀족들을 위해 그림을 그렸다면, 빈센트는 자신이 제3계급이라 부른 이름 없는 소시민들, 가난한 사람들을 모델로 삼았다.
고아라고 불렀던 노인, 어부, 매춘부, 농부… 그들이 캔버스 앞에 선 이유는 단 하나. 힘든 일상보다 고흐의 그림 속에서 자신들의 존재가 기록되는 것이 더 의미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중요한 인물이었던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자리를 내어주는 것을 빈센트는 자신의 사명으로 삼았다.”
고흐가 세상에 던진 질문 “나는 누구인가?”
자신의 얼굴을 반복해서 그리는 행위는 단순한 자기애가 아니었다. 이는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증명하고, 예술가로서 스스로를 단련하는 치열한 실험이었다. 인물화를 그리고 초상화가가 되고 싶었던 그에게 모델을 구하는 일은 언제나 큰 과제였다. 경제적 여건상 마음껏 모델을 구할 수 없었던 그는 결국 가장 가까운 피사체인 자신을 선택했다.
“모델이 없을 때 나 자신을 그리기 위해서 일부러 좋은 거울을 구매했어. 내가 내 얼굴을 제대로 채색할 수 있다면 다른 남자와 여자들도 잘 그릴 수 있을 거야.”
짧은 생애 동안 남긴 30여 점의 자화상에는 고흐의 불안, 고독, 삶을 붙들고자 하는 의지, 그리고 끝없는 자기 탐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는 감정과 표현을 분석하고, 붓으로 재현하며, 인간 존재와 예술의 의미를 동시에 탐구했다.
수백 통의 편지에 담긴 고흐의 진심
고흐의 편지는 단순한 기록이나 일상의 보고가 아니었다. 여기에는 그의 생각, 감정, 인간관계, 예술적 고민 등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그는 친구와 가족, 특히 동생 테오에게 그림과 색채, 인물에 대한 탐구를 끊임없이 전하며 자신의 내적 사유를 기록했다. 편지에서 그는 인물 하나를 그리는 과정에서 느낀 감정과 인상, 삶의 흔적까지 세밀하게 묘사하며 그림이 단순한 시각적 재현이 아니라 인간을 이해하는 도구임을 확인한다. 때로는 자신의 불안과 고독, 예술적 실패와 갈등까지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화가로서 성장해가는 과정을 스스로 성찰했다.
“내가 그린 인물은 내가 보기에도 혐오스러울 지경이니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더할 테지. 하지만 실력을 가장 강화하는 건 인물에 대한 습작일세.”
“초상화에는 화가의 영혼 깊은 데서 우러난 독자적 생이 있어. 기계는 결코 그 생에 다다르지 못해. 나는 사진을 보면 볼수록 그런 점을 느끼게 돼.”
지은이 | 파스칼 보나푸 (Pascal Bonafoux)
1949년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소설가이자 전시 기획자, 미술사학자로 빌라 메디시스(아카데미 드 프랑스의 해외 수학기관) 연구원이었고, 파리8대학 명예교수로 오랫동안 미술사를 가르쳤다. 미술 에세이, 특히 자화상을 주제로 하는 책을 다수 발표했는데 직접 기획한 뤽상부르 궁 전시회 《나! 20세기의 자화상》을 기점으로 『내가 보는 나』를 발표해 큰 호응을 얻었다. 그 외에도 『그림 속으로 들어간 화가들』, 『렘브란트, 빛과 혼의 화가』 『반 고흐, 태양의 화가』(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베르메르』 『반 고흐』(위대한 미술가의 얼굴 시리즈) 등이 출간되어 있다.
옮긴이 | 이세진
스물다섯 살에 번역을 시작했고 서른이 넘어 전업으로 번역을 하게 되었으며 어느덧 번역 일을 하지 않았던 세월보다 이 일을 하면서 살아온 세월이 더 긴 출판번역가.
서강대학교와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철학과 프랑스 문학을 공부했습니다. 영화를 보기 위해 당시 종로구 사간동에 있던 프랑스 문화원을 드나든 것이 계기가 되어 프랑스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프랑스 문학에 매력을 느껴 대학원에서 계속 공부할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공부를 하기 위해 프랑스에도 잠시 다녀왔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박사 과정을 포기하고 대학원 재학 시절 처음 발을 들였던 번역 일로 돌아왔습니다. 처음에는 진지하게 직업으로 생각하지 않았지만, 유학도 잠시 다녀오고 회사도 잠시 다녀보고 하면서 출판번역이야말로 나의 적성과 라이프스타일에 가장 잘 맞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27년 차 출판번역가로서, 단어 몇 개로 이루어진 유아용 서적에서부터 세계적인 학자의 저서들까지 누구보다 다양한 책을 다루어왔습니다. 번역가는 정적인 직업이지만 생각지 못했던 난관에 부딪히고 문제를 해결하거나 기대 이상의 보람을 느끼는 과정은 꽤 역동적이기도 합니다. 업계의 사정은 27년 전보다 결코 좋다고 할 수 없지만 다른 직업을 택했더라면 지금 누리는 이 평온한 만족감이나 지적 자극을 느끼기는 어려웠을 거라 생각한답니다.
지금까지 옮긴 책으로는 『돌아온 꼬마 니콜라』, 『고대 철학이란 무엇인가?』,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모두가 세상을똑같이 살지 않아』, 『아노말리』 외 여러 권이 있습니다.
목차
서론: 빈센트의 야심
초기 인물 연구: 에턴&헤이그
1. 어두운 사진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2. 기력을 보존하고 자신을 개혁할 기회
3. 나에게 필요한 바로 그것이 그녀에게 있다네
4. 일종의 자기불만을 느껴야만 해
5. 나는 다른 길은 몰라
6. 이 열정을 자기 안에 갖고서
어둠 속의 인물들: 뉘넌
1. 어디나 그렇지만 여기 사람들도 모델 서기를 싫어해
2. 오래된 십자가들이 서 있는 이 묘지가 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아
닮음과 야심 사이: 안트베르펜
1. 여기엔 내가 할 일이 있다고 확신해
색채와 자아의 대화: 파리
1. 걸작을 만들어야 해
2. 비범한 예술가보다는 범속한 상인 기질이 더 강해
3. 내 인사를 꼭 전해다오
4. 뇌가 부싯돌로 되어 있어
5. 그녀는 내가 싸움을 일으킨다고 주장했어
6. 기념품으로 줬어
7. 내 얼굴을 그린 채색 스케치
색채의 재창조: 아를
1. 프란스 할스의 노란색
2. 새로운 예술의 미래는 남부 지방에 있어
3. 좀 더 자의적으로 색채를 사용하게 됐거든
4. 가족 전체의 초상을 그렸어
5. 가난한 사람이나 소시민들을 더 잘 사귀는지도 모르겠어
6. 그의 초상을 그릴 수 있으면 좋겠어
7. 잿빛과 불그스름한 회색의 조합
고독과 내면: 생레미드프로방스
1. 내게는 작업이 다른 어떤 일보다 기분전환에 좋아
2. 자기 자신을 그리는 것도 쉽지는 않아
마지막 종착지: 오베르쉬르우아즈
1. 언뜻 보기엔 그 사람이 나보다 더 아픈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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