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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귀희: Timel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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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일정 2022년 10월 18일(화) ~ 25일(화) 월요일 휴관
전시장소 학고재 아트센터, 서울 종로구 삼청로 48-4



전시서문

부동여산(不動如山)과도 같은 한국화

이재언 | 미술평론가

한국화가 홍귀희의 작업을 오랫동안 지켜본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손자>에 나오는 부동여산(不動如山), 바로 그것이다. ‘움직이지 않음이 마치 산과도 같다’는 것이다. 숲처럼 고요하고 산처럼 묵직함이 어느 순간 돌풍을 일으키고, 화염을 토해낼 것 같은 강렬한 기운이 고요함 속에 응축돼 있다는 점에서다. 작품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병법서의 구절을 인용하여 비유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모르겠다. 다만 작가의 작품을 매체 이미지만으로는 느끼기 어려운 진짜 알맹이다운 임팩트가 있음을 귀띔해주기 위해서다. 
이렇듯 기운을 응축하고 있는 작가의 화면은 절제된 미의식과 긴 호흡에 기인한다. 평소 즐겨 그려온 대지에 맞닿는 하늘을 보면 그가 얼마나 긴 호흡으로 절제하고 있는지 잘 드러난다. 그가 그린 하늘은 여러 편의 하늘 시리즈가 합지 만들 듯 중첩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를테면 클로드 모네가 똑같은 수련을 수도 없이 그려낸 것은 순간순간 달라지는 빛의 움직임을 추적해 간 활동사진과도 같은 결과물들이다. 홍귀희 작가는 반대로 오랜 시간 조리개를 열어 노출 값을 최대치로 얻은 것을 다시 몇 겹 중첩시킨 것과도 같다. 채색의 중첩은 감산(減算)혼합이지만, 옅은 담채의 중색(重色)은 감산도 가산도 아닌 중성적 혼합이며 선(禪)의 경지 같은 아우라를 자아낸다.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으면서도 무언가가 있으며, 또한 많은 것이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없는 관념과 추상의 장을 펼치고 있었다.

근작 역시 이러한 작업의 호흡과 템포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아니 더 긴 인터벌의 경지로 접어들었다. 작가의 근작은 화면에 또 다른 화면, 즉 공간에 또 다른 공간을 등장시키고 있다. 화면 한 부분에 푸른 풀밭 같은 장면이 등장하는데, 헤아릴 수도 없는 많은 필선들, 홍귀희표 필선들이 집적되어 있다. 이는 감각을 흡입할 깊이를 알 수 없는 유현함에 이르고, 유한하면서도 무한한 세계 속에서 무수한 생명들, 특히 자신이 맞닥뜨린 생명의 파동을 담은 마그네틱 테잎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무한궤도를 돌고 있는 것 같은 생명의 장구한 장정조차도 설명적일 수 있음을 경계하는 듯하다. 이는 생명들의 서사와 성찰로 충만, 관객들에게 무한한 섭리로 안내하고 아울러 감각과 사유에 낀 노폐물들을 세정시켜주고 있다. 
“언제부터였을까? 대지에 싹을 틔우고 생장하고 사라져간 것이.... ‘없음’에서 ‘있음’으로, ‘있음’에서 다시 ‘없음’으로 반복되는 생명의 끝없는 운동과 흐름 속에 인간은 반가운 손님이면 좋겠다.”(작가노트) 생명 자체를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며, 아울러 생명의 바다를 관조하고 있는 작가의 피력에 의하면, 짧은 필선들의 집적에 담론이 압축된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무한 반복의 필선들을 그려나가는 행위에 방점을 찍고 있다. 기계적으로 혹은 타성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혼을 실어 진지하게 감각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점이 엿보인다. 이러한 작가의 긴 호흡의 사유와 시간관 속에는 소음과도 같은 자잘한 삶의 군더더기들에 눈길을 줄 수도 없으며, 그것은 초월이라면 초월일 수도 있는 기나긴 호흡이다. 
흥미로운 것은 무량겁의 시간과 공간에 또 다른 무량겁의 차원이 내재해 있다는 상대주의적 세계관이다. 기하적인 듯 분할되고 있지만, 어느 한쪽에서는 부드러운 페이드아웃과도 같이 희미하게 종적을 감추고 있다. 또한 화면 자체가 이미 ‘공간 속 공간’으로 설정돼 있으며, 그러한 상대적이고 복합적인 공간성을 계속 증식시킬 수 있다. 아울러 무량겁과 찰나의 혼재, 무한대와 유한의 공존, 신체와 관념의 교환이 바로 화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산하 어디나 널려 있는 화강암, 단단함이 이를 데 없어 한민족의 정체성과도 닮았다. 이 화강암 가운데 진짜 알맹이가 따로 있다. 풍화작용으로 모든 약한 부분이 다 없어진 알맹이 돌을 일컬어 핵석(core stone)이라 부른다. 한동안 해체 일로에 놓여 있던 한국화, 물질적 고도 성장기를 통해 한국화는 모든 게 마구 찢기고 상실되는 풍화작용을 겪어온 느낌이다. 무려 두 세대 넘게 자행된 해체 현상은 역설적으로 한국화의 ‘핵석’을 찾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있다. 혼을 불어넣은 홍귀희 그림이야말로 핵석과도 같은 것이 아닐까. 알맹이 같은 한국화 말이다. 



timeless 04(62x90)_한지에 수묵채색


timeless 05(53x73)_한지에 수묵채색




작가노트


타임리스 (Timeless)

언제부터였을까?
대지에 싹을 틔우고 생장하고 사라져 간 것이.

'없음'에서 '있음'으로, '있음'에서 다시 '없음'으로 반복되는 생명의 끝없는 운동과 흐름 속에
인간은 반가운 손님이면 좋겠다.

우리가 존재하기 전의 무량겁의 시간은 우리가 돌아갈 무량겁의 시간과 같은 것 일런지도 모른다
사는동안, 대지를 진정으로 호흡하고 마음으로 느낀다면 대지는 내가 되고 내가 대지가 되는, 궁극의 자연을 맞이 할 수 있지는 않을까...



timeless 2021_02


timeless 09(90X75)_한지에 수묵채색




홍귀희

* 상명대학교 미술교육학과 한국화 전공

* 개인전 7회
  2022 학고재 아트센터(서울)
  2020 가나인사아트센터(서울)
  2018 춘천미술관(춘천)
  2015 가나아트스페이스(서울)
  2012 현대백화점 울산점 갤러리 H(울산)
  2011 갤러리 라메르(서울)
  2009 춘천미술관(춘천)

* 공모전
대한민국 미술대전 입선(1982)
후소회 동상(1985)

* 그룹전
전주 수묵 비엔날레 카자흐스탄 해외전시/평창비엔날레 GIAX FAIR/한중문화교류전/파리 COCO전/강원랜드  명상과 힐링전/선화랑 33주년 기획전시/후소회/아트인강원 등 150여회

* 작품소장
일본 후쿠오카 영사관

* 현 한국미협, 후소회, 아트인 강원회원


timeless 2021_05


timeless 10(93x74)_한지에 수묵채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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