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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결국, 자생과 지속의 미술계를 위한 지원 시스템

류동현

발표 일정 문제로 우여곡절을 겪었던 서울문화재단의 예술지원 사업에 대한 결과가 5월 초로 얼추 정리되었다. 이와 관련해 서울문화재단 측은 ‘예술지원사업 체계 개선’에 대한 계획을 발표하고 올해 초 예술가들이 겪은 혼란에 대해 사과하고 개선을 약속했다. 일정이 늦어지면서 지원사업의 결과에 대해 초조함을 드러내고, 발표 결과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여러 공간과 작가들을 접하면서 한국 동시대 미술계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예술지원사업’의 거대한 존재감을 또다시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최근 국내 미술계는 예술지원사업으로 유지된다고 하는 이야기도 들린다. 혹자는 극단적으로 국내 미술계가 이른바 ‘미술 지원금’ 그 자체라고 자조적으로 일갈하기도 한다. 실제 지원 결과로 올 한 해의 계획이 실행되느냐 마느냐가 좌우되기도 하고, 결과 발표가 늦어지면서 계획된 일정이 어그러졌다는 하소연을 듣기도 했다. 이렇게 복합적인 상황들이 개인적으로 최근 국내 예술지원사업에 대해 몇 가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문화예술위원회, 서울문화재단 등 지역문화재단, 예술경영지원센터 등 다양한 기관들이 지원하는 최근의 예술지원사업은 작가의 전시 등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과 공간 운영에 대한 지원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미술계는 작가와 작가의 작업을 세상과 연결시켜주는 공간, 그리고 이를 통해 작가의 작업을 보고, 소장하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최근 침체된 미술계의 현실 속에서 작가와 공간에 대한 지원이 주가 되는 것이다.

먼저 생각해 본 점은 이러한 예술지원사업의 선정 기준이다. 특히 공간에 대한 지원을 볼 때 꽤 혼란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공간은 사립미술관과 대안공간으로 대표되는 비영리 공간, 작품을 사고 파는 상업 공간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지난 몇 년간 신생공간 등 다양한 공간들이 생겨나면서 이러한 공간의 구분이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다. 영리와 비영리를 나누지 않은 다양한 공간에서 흥미롭고 차별화된 기획과 작품의 판매가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다. 과거처럼 작가의 발굴과 인큐베이팅, 실험적 예술을 진행하는 비영리 공간과 작품의 판매하는 상업 공간의 구분이 이제는 모호해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간의 정체성을 무를 자르듯 단호하게 결정해 지원을 하기가 힘들어졌다. 선정 기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또 하나는 지원과 복지가 좀더 구분되어 지원되어야 한다. 물론 어려운 상황의 미술계에서 안정적으로 작업 활동을 하기 위한 것도 예술지원사업의 주요 목적 중 하나다. 그러나 조금 더 정교한 기준을 가지고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작업의 성취도나 충실도, 발전가능성을 판별해 지원을 하고 있지만, 여기에 좀더 실험적이고 이른바 비상업적인 작업에 지원이 집중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예술계의 발전을 위한 지원과 예술계의 유지를 위한 복지는 다른차원에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 미술계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 궁극적으로 성취해야 할 것은 작가와 공간, 관객과 컬렉터가 유기적으로 공존하는 시스템이다. 여기에 스스로 유지하고 지속할 수 있는, 자생성과 지속성을 획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술지원사업은 이를 위한 징검다리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지 않을까. 각각의 작가들과 공간에 대한 지엽적인 지원도 물론 필요하지만, 지원을 통해 자생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것이 급선무라는 생각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닌, ‘물고기를 주는 것이 아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는’ 예술지원사업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자생과 지속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먼저 미술시장이 안정적이고 견실하게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한 지원사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와 함께 한국의 동시대 미술을 선도할 수 있는 실험적인 작업에 지원한다면 국내 미술계의 지속과 발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가지 지원을 통해 자생성과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 최근 양극화된 미술 시장을 완화하고, 시장 중심의 작업뿐만 아니라 좀 더 실험적이고 자유로운 작업이 활발히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많은 관련 예술인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결국, 미술계 시스템의 자생성과 지속성, 한국 동시대 미술의 발전을 확보할 수 있는 지원 체계를 균형 있고 정교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 예술계의 복지를 위한 지원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릴 때 한국 미술계가 안정적이고 내실 있는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예술지원사업을 둘러싼 ‘서늘한’ 풍경을 보면서 느낀 단상이다.

- 류동현(1973- ) 서울대 인문대학 고고미술사학과 학사, 성균관대 언론정보대학원 석사.『 아트인컬쳐』,『 월간미술』 기자, 문화역서울284 전시 큐레이터, 평창동계올림픽 특별전 ‘한국현대미술의 하이라이트’ 큐레이터 역임.『 서울미술산책 가이드』(마로니에북스, 2011, 공저), 『London-기억』(책읽는수요일, 2014), 『미술이 온다』(오픈하우스, 2015) 등 지음, 현 페도라프레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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