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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국립현대미술관장의 디렉터십과 당면한 정책과제

김찬동

국립현대미술관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이 3년 임기를 끝내고 떠났다. 외국인에 대한 배타성이 강한 한국 상황과 국제 수준의 시스템이 불비한 미술관을 맡아 권한의 제약도 컸던 여건 속에서 고군분투한 그의 노고에 감사를 보낸다. 연임을 희망하였으나 임기 초부터 예상되었던 한국미술에 대한 학습 부족과 언어소통의 한계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의 임용은 미술관 분야에 있어 ‘히딩크 재현’이라는 언어도단의 결과로 비롯된 일이지만, 글로벌 시대의 미술관이 되기 위한 선행학습에서 의미를 찾아야 할까? 초유의 외국인 관장 시대를 통해 겪은 시행착오를 값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의 상황은 3년 전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디렉터십과 미술관 제도에 대한 논의나 전시콘텐츠의 개발 면에서 진전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외국인 관장 선임 명분 중 하나였던 특정 대학 출신 간의 깊은 파벌은 물론이고 미술시장과 얽힌 역학관계, 게다가 정치적 진영 간의 갈등은 여전히 잔존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들은 어느 시대에나 어떤 양태로든지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어서 외국인 관장 영입의 명분은 그저 최종 후보자들이 마뜩잖아 내려진 것으로 의심되기도 하였다. 실제로 관장 선임에 있어서는 공정성도 중요하지만 이보다는 좀 더 원론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우선 디렉터십의 문제이다. 50년 미술관 역사 속에서 과연 이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존재했던가? 학제적 교육이나 현장경험, 미술관에 대한 근본적 인식 부족으로 논의 자체가 불가능했다. 때문에 초기에는 행정관료들이, 80년대 이후에는 미술평론가, 작가 그리고 최근엔 전문경영인 출신까지 다양한 인사들이 관장직을 맡아왔다. 그러나 이들 중 엄밀한 의미에서 미술관 제도 속에서 성장한 관장은 전무한 실정이라 할 수 있다. 공모 중인 신임 관장 후보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미술관 기능의 핵심 영역이라 할 수 있는 큐레이팅의 경험을 기반으로 행정과 경영능력을 겸비한 인물을 찾아야 할 터인데 난망하다. 학예역량은 한국미술 담론 생산과 국제화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이기 때문이다. 후보로 압축된 3인의 인사들도 정통 미술관장보다는 비엔날레 감독 경험을 가진 분들이 강세를 보인다. 미술관장직과 한시적 비엔날레 감독직의 기능을 동일시하는 정부의 인식 단면을 본다. 어쨌든 현재로선 정치적 성향보다는 디렉터십에서 좀 더 전문성을 가진 인사가 선정되길 바랄 뿐이다.

하지만 더 근원적인 문제는 미술관 제도와 정책의 문제이다. 아무리 능력 있는 관장을 선임한다고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위상과 임기를 전제로 한 정책 환경하에서 관장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우선 관장의 직급 문제이다.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의 직급은 고위공직자인 국장인 관계로 매번 복잡한 공모 절차를 거치게 되는데, 매번 비슷한 인력풀 내에서 10여 명의 응모자들이 반복적으로 응모와 탈락을 반복한다. 탈락 인사들의 곤혹스러움뿐만 아니라 절차에 따른 행정력과 에너지 낭비를 감안할 때, 시급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 한나라의 미술계 수장이라 할 수 있는 관장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공모보다는 미술계의 중론을 모아 적임자를 임명하는 것이 더 품격있는 정책이 아닐까? 국립중앙박물관장처럼 정부가 직접 임명하는 차관급으로의 격상은 이러한 행정력 낭비를 줄일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짧은 임기의 한계인데 외국처럼 장기간은 아니더라도 임기는 최소 5년 정도로 늘려야 소신껏 자신의 색깔을 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관장의 책임과 권한의 확대가 필요하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글로벌화를 위해서는 뮤지엄 정책과 제도의 획기적 수준 제고가 필요하다. 3년 임기의 신임관장이 풀어가야 할 산적한 과제가 심히 걱정된다.


- 김찬동(1957- ) 홍익대 및 동 대학원에서 서양화 전공, 한양대 대학원 문화콘텐츠학 박사과정 수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미술부장, 아르코미술관장, 경기문화재단 뮤지엄본부장 역임. 2016부산비엔날레 큐레이터 ‘아시안 아방가르드’전 기획. 현재 파라다이스문화재단 이사, 미술평론과 전시기획자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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