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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거짓말하는 미술평론가

김성호

나이 오십 줄에 들어선 미술평론가 이허위! 이름과 달리 ‘말과 글로 먹고사는 평론가’인 만큼 그녀에게 거짓말이란 결코 있을 수 없다. 그런데 백수로 살면서 요구만 많은 남편, 학원비 달라고 철없이 징징대는 사춘기 아이들 때문에 하루하루를 ‘생계를 위한 전쟁’으로 살다 보니 그녀는 어느새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평론가가 되어 있었다. 마감이 지나서도 끝내지 못한 글 때문에 잡지사에 둘러대는 변명 아닌 거짓말, 한 미술상 시상식에서 ‘공정한 심사로 선정한 결과’라는 영혼 없는 심사평으로 얽은 뻔뻔한 거짓말, 딜러의 세계에 갓 접어든 한 기업의 사모님에게 소개한 무명의 신진 작가의 작품 세계를 뻥튀기처럼 부풀린 거짓말, 기획을 맡은 한 미술제에서 작품 제작 지원비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참여 작가로부터 뒷돈을 받아 챙기고 조직위에게 발뺌하는 범죄나 다름없는 거짓말! 의도적이든 의도하지 않았든, 한 평론가의 인생에서 펼쳐지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거짓말의 잔치! 결은 늘 다르지만, 오늘도 그녀는 거짓말을 한다.


거짓말쟁이 미술평론가 이허위는 최근 한 출판사로부터 청탁을 받아 곧 출간될 단행본을 집필 중이다. 와! 출판사의 청탁이 넘쳐나는 베스트셀러 작가? 아니다. 적자만 낼 것이 뻔한 평론집을 출판사에서 찍어 줄 리 만무하다. 그녀가 지금까지 출간했던 평론집 10권은 모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금이나 지자체 문화재단의 지원금을 받아 출판한 것들이다. 제작비를 공기관으로부터 받아 낸 것일 뿐 모두 자비 출판인 셈이다. 그런데 갑자기 출판사의 청탁을 받다니. 웬일? 사실 그 청탁의 근원지는 한 갤러리이다. 갤러리가 중진 작가 ‘최악종’의 화집을 단행본의 형식으로 한국과 영국에서 동시 출간할 예정인데, 출판에 드는 제작비를 대고 최 작가를 외국 시장에 띄울 모양이다. 두 명의 필진 중 저명한 한 외국 평론가와 함께 이허위가 선정되었단다.



라울 하우스만(Raoul HAUSMANN), The Art Critic, 1919-20


아! 모순은 도처에 있다. 작가 최악종은 그녀가 정말로 싫어하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목구멍이 포도청! 갤러리가 상상을 초월하는 원고료를 줄 것이라는 출판사의 귀띔을 받은 터라 그녀는 출판사의 제안을 덥석 물었다. 그 갤러리는 ‘열 손가락 이후에 꼽는 손가락’이지만 나름 포함되고, 작가 최악종은 이미 한국의 미술 현장에서 자주 거론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 아시아 미술 시장에서 부상하고 있는 작가니까 위안을 하자! 원로에 접어들고 있는 작가 최악종이 왜 성공했는지를 잘 알고 있는 그녀로서는, 그가 처세술이 뛰어날 뿐, 그의 작품은 거의 쓰레기라고 평가 절하한 지 오래다. 그의 작업을 연구하면서 글을 쓰면 쓸수록 그러한 편견은 확신이 되었다. 


그러나 엄청난 원고료를 받고 “작업이 후지다”고 쓸 수는 없는 일이다. 그녀의 오랜 사견을 뒤로 밀치고, 세상이 자주 논했던 호평과 관련한 평들을 주석으로 달아 전면에 내세우면서 글을 쓴다. 한마디로 자리매김한 중견 작가에게 헌정하는 ‘어색한 주례사’인 셈이다. 그녀는 지금 최악종의 작품이 한 시대를 이끌었던 아방가르드 작품이라고 쓰고 있는 중이다. 당연히 거짓말이다. 늘 비교의 대상이 되는 어떤 작가의 초기작 연도보다 몇 년 빠르다고 표기한 최 작가의 초기 작품이 거짓인 줄 알면서도 눈감아 주었을 뿐 아니라, 외려 그것을 태연하게 내세워 그를 새로운 장르의 선구자인 것처럼 꾸미고 있는 중이다. 뒤적거려 찾은 자료 하나의 의미를 과대하게 확장해서 부실한 그의 작품을 포장도 했다.

세상은 아무도 그녀가 거짓말을 했는지 알지 못할 것이다. 최악종은 이미 성공한 작가이고, 이허위 또한 나름 성공한 미술평론가이니까.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이허위는 자신이 쓰는 글이 거짓투성이인 것을 안다. “이러려고 평론가가 되었나”라는 자괴감으로 그녀는 쓰는 내내 번민한다. 그녀는 안다. 잘못된 일이지만 되돌리기에 너무 늦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돈 때문에 영혼을 팔고 있는 그녀는 지금 쓰레기가 되고 있는 중이다 


* 이 글은 팩션이다.



김성호(1966- ) 파리1대학 미학 전공 미학예술학박사 취득. 모란미술관 큐레이터, 미술세계 편집장, 쿤스트독미술연구소장, 중앙대 겸임교수, ‘2014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전시총감독, ‘2015바다미술제’ 전시감독, ‘2016순천만국제자연환경미술제’ 총감독, ‘2018다카르비엔날레 한국특별전’ 예술감독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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