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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2022년 미술시장 경기의 업다운

서진수

입동이 지나면 네이버나 구글 검색에서 최저/최고 기온이 높을 땐 10/20도, 낮을 땐 7/14도 정도로 나온다. 똑같은 기온 예보에도 사람들은 제각기 서로 다른 계산과 생각을 하고, 각자에게 맞는 외출복의 두께를 정한다.

2022년 미술시장도 경기 자체는 하나였으나 올해의 상황에 대해 모두가 자신들의 상황에 따라 답하는 내용이 다양했다. ‘진짜 정신없었지요’, ‘좋았다가 나빴다 했지만 좋았다고 봐야죠!’, ‘올해만 같으면 화랑 할 만하죠’, ‘외상 갚으니 화방 대표님 나를 대하는 태도가 바뀌던데요’, ‘올해에 번 돈으로 물감, 캔버스 가득 사두고 버텨야죠’, ‘동료 작가들도 바짝 긴장하고 절약 모드로 들어갔어요, 샘, ㅋㅋㅋ’ 등등. 

2022년 미술시장 경기의 키워드는 작년 하반기에 이은 ‘호황세 지속’, ‘키아프-프리즈 효과’, ‘해외 유수 화랑의 서울 입성’, ‘국내 인기 작가의 비약과 해외 전시 요청 증가’, ‘빈익빈 부익부’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는 가상화폐 시장의 위축과 궤를 같이한 NFT 시장을 제외한 화랑, 아트페어, 경매, 온라인 등 4개 미술시장이 상반기까지의 호황세, 9월 키아프와 프리즈 시기의 반짝 초호황, 그리고 후퇴기를 겪고 있다. 상반기와 키아프까지 화랑 시장은 국내 작가 전시 증가와 해외작가 전시 재개로 컬렉터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아트페어 시장은 성쇠가 있긴 했지만 키아프와 프리즈의 동시 개최 효과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키아프-프리즈 나이트


경매 시장은 낙찰률이 80%대를 웃돌던 상반기의 호황세와는 달리 여름과 키아프가 열렸던 9월부터 60%대 중반으로 떨어져 후퇴 양상을 강하게 보였다. 작가별로는 스테디 베스트셀러 이우환, 그리고 박서보, 김환기, 김창열, 이배, 윤형근, 이건용 등의 선도 그룹, 그 뒤를 이은 전광영, 이강소, 정상화, 김종학, 하종현, 김태호, 김선우 등 제2의 견인 그룹이 시장을 끌어갔다. 해외작가로는 쿠사마 야요이, 아야코 록카쿠, 스탠리 휘트니, 요시토모 나라, 우고 론디노네 등의 판매 실적이 좋았다.

2022년 한 해 글로벌 화랑, 아트페어, 경매 시장은 일 년 내내 크고 작은 이슈를 뿌리며 호황세를 이어갔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창업자 폴 앨런(1953-2018)의 예술품 컬렉션이 11월 초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5억 달러(약 1조 4,000억 원)에 낙찰되어 화제가 되었다. 국내에서도 3조 원으로 평가됐던 명품 이건희 컬렉션이 여러 지역에서 전시되며 국민 전체의 미술품 소비와 투자에 관한 관심과 인식이 크게 신장하였다.

온라인 시장은 스마트폰 작동에 익숙한 신인류라고 일컫는 MZ세대의 등장, 그들의 커뮤니티 활동 활성화, 투자 포트폴리오보다 취향기반 소비에 따른 구매, 플랫폼 구매에 익숙해가는 소비자의 구매 형태, 그리고 비대면 생활에 익숙해진 이후 계속 확대되고 있다. 일반 경매와 같은 고가 작품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으며 홈쇼핑 판매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또한, 온라인 아트테크 열풍으로 온라인 거래 플랫폼을 열려는 사업자도 늘고 있다. 반면에 NFT 미술 시장은 국내외 모두 열기가 많이 식었으며, 가상화폐 시장의 제약과 계속되는 가상화폐 회사의 파산이 미술시장에까지 많은 영향을 끼쳤다.

키아프 이후 갑자기 시장이 식어가고는 있지만 한 해 동안 유명작가들의 희소식도 많았다. 이우환의 도쿄 신미술관 전시, 박서보의 루이비통 컬렉션 콜라보, 이건용과 이배의 국내외 전시 인기 급상승, 김구림의 평창동 스튜디오 건립, 하종현과 전광영의 베네치아 전시 등이 뉴스를 장식했다. 다이나믹했던 2022년 국내 미술시장 상황을 복기(復棋)하며 느낀 점은 미술시장의 주체인 작가와 화랑이 원팀(One Team)을 이루어 동반 상승한 그룹과 잠시 만나 단기 반등의 이득을 조금 보다가 또다시 애매한 이전의 상태로 돌아간 그룹으로 나뉘어 있다는 것이다.

많은 작가가 유명해질 수 있는 시장 환경도 아니고, 모든 작품가가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줄 수도 없는 미술시장이 안정형 포트폴리오를 짜는 투자 그룹과 리스크형 투자 그룹이 함께 섞여 움직이는 여느 시장과 같은 양상을 보였다. 인생은 본시 고통, 무상, 무정형이라는 말에 공감하며, 시장이 경색되면 잠시 쉬어가며 뒤도 돌아보고 갈 일이다. 사회적으로 큰 일이 많았던 호랑이해를 보내고 다산의 상징 토끼해에 내가 할 일이 무엇일까를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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