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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공존의 삶’ 그 가능성을 묻다.

백기영

연일 기록적인 무더위로 한반도가 마치 사막이라도 된 것 같은 여름을 보내고 있다. 때문인지, 뉴스에서는 우리나라 어느 지역에서 바나나로 추정되는 열대 식물이 자라고 있다는 엉뚱한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지금의 이상기후가 지구 온도 증가의 결과라고 보는 환경운동가들은 100년 전 지구의 온도가 약 13.7도였으며 지금은 약 14.4도라고 한다. 지구의 온도가 1도 변하는데 원래 몇천 년이 걸렸었는데, 최근에는 급속도로 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이 ‘서프리카’가 되었으니 그럼 사막이나 열대지역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린피스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아프리카와 열대지역의 목초지들이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생계가 위협당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2015년 통계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 난민이 1,920만 명이나 된다. 현재 난민의 수가 8,500만 명이니 전체 난민의 1/4은 해수면의 상승, 가뭄, 홍수 등으로 인해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칠레 출신 시인인 폴 쥬리타(Raúl ZURITA)의 작품인 <고통의 바다>는 
시리아의 다섯 살짜리 난민 가립 쿠르디(Galip KURDI)의 죽음을 애도하며 만든 작품이다.


2016년 코치무지리스비엔날레의 입구는 바닷물로 가득 채워져 있어 관람객들은 신발을 벗고 바지를 걷어 올린 채 전시장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칠레 출신 시인인 폴 쥬리타(Raúl ZURITA)의 작품인 <고통의 바다(The Sea Of Pain)>는 시리아의 다섯 살짜리 난민 가립 쿠르디(Galip KURDI)의 죽음을 애도하며 만든 작품이다. 물을 건너는 관람객들에게 시인은 “들리지 않나요? 보이지 않나요? 제 목소리가 들려요? 제가 보이나요? 저를 느낄 수 있나요?” 하고 신체적이며 감성적으로 호소했다. 이처럼 전 세계 비엔날레에 난민 관련 이슈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올해 시드니비엔날레의 코카투섬의 허름한 공장 건물을 가득 채운 중국작가 아이 웨이웨이(AI WeiWei)의 고무보트 위의 난민 구조물은 재난에 처한 이들의 기념비로 여겨졌으며, 시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스탄불비엔날레는 에르칸 외즈겐(Erkan ÖZGEN) 등의 쿠르드 출신의 작가들이 겪은 내전과 난민으로서의 경험을 작품을 통해 드러냈다. 지난 수천 년 서구문명의 모태가 되었던 지중해 연안은 환경재난과 내전을 피해 떠나온 난민들의 생사를 건 탈출의 현장이 되고 있다.




팔레르모식물원에서 열린 12회 마니페스타는 ‘행성적 정원’이라는 주제로 난민문제를 다뤘다.


올여름 이탈리아의 남부 시칠리아섬, 팔레르모시에서는 올해로 12회를 맞는 ‘마니페스타’가 열렸다. 유럽의 여러 도시를 순회하는 이 비엔날레가 지중해 중간에 위치한 마피아의 소굴로 알려진 섬에 자리를 잡은 것은 지난 5년간 이곳으로 몰려든 60만명의 난민들 때문이었다. 레올루카 올랜도(Leoluca ORLANDO) 팔레르모 시장은 마피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경제적으로 황폐해진 도시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 난민을 수용했다. 이 전시는 팔레르모대학이 운영하는 식물원의 독성식물을 통해서 공존의 지혜를 배우고자 했다. ‘행성적 정원’이라 이름 붙여진 이 비엔날레에는 난민구조 활동을 하는 시민단체, 난민 캠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소개했다. 최근 우리 사회도 제주도에 몰린 예멘 난민으로 인해서 난민과는 무관한 나라로 남아 있을 수 없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국제사회 영향력을 고려할 때 난민을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과 문화차이와 장기적인 대책 없이 무분별한 수용은 불가하다는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공존’ 할 수 있는가? 올 여름, 무더위는 우리 모두의 불안한 미래를 예감하게 한다.
 

백기영(1969- ) 홍익대 회화과, 독일 뮌스터쿤스트아카데미 영상미디어 학과 졸업. 미술인회의 사무처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 다원예술 소위, 의재창작스튜디오 디렉터, 커뮤니티스페이스리트머스 디렉터, 경기도미술관 학예팀장, 경기문화재단 수석학예사, 경기문화재단 북부사무소장 역임. 『정원&이주 프로젝트』 (2002), 『생명의 땅 프로젝트』(2004), 『파프리카 프로젝트』(2008)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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