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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꺼지지 않은 불씨

구정원

Photo of Martha Graham in Satyric Festival Song courtesy of Martha Graham Resources.


Still image of Xin Ying in Martha Graham’s Satyric Festival Song with artwork by Mary Heilmann


1년이 넘어가는 칠흑 같은 팬데믹의 터널을 지나며 작가들은 온라인이라는 대안적 플랫폼에서 현 시국에 부응하는 작가적 목소리를 내며 관객과의 연결고리를 이어 왔다. 작가의 신분을 철저히 감춘 채 활동하는 뱅크시는 영국인들에게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런던 지하철에서 제작한 본인의 퍼포먼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당신은 탈 수 없다>에 모습을 드러냈다. 작가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발표된 본 퍼포먼스는 순식간에 500만 시청을 기록했다. 또한, 일회용 마스크를 한정 제작하여 판매수익금을 전액 기부한 아이 웨이웨이는 코비드19 팬데믹의 발산지인 중국 우한시의 상황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상작업 <코로네이션>을 유튜브를 포함한 여러 온라인 채널에서 상영했다.

20세기 초 발레 뤼스(Ballets Russes)와 당대 초현실주의 작가간 협업으로 시작된 무용과 미술의 만남은 이후 현대무용가 마사 그라함과 이사무 노구치의 오랜 협업으로 명맥이 이어졌다. 팬데믹 시기에 95주년을 맞이한 마사그라함 댄스 컴퍼니는 95주년 기념 페스티벌 ‘GrahamFest95’(4.30-5.2)를 온라인에서 개최하였는데, 이중 동시대 회화작가와의 협업이 주목할만하다. 리타 애커만, 메리 헤일만, 루치타 허타도, 라시드 존슨의 회화를 배경으로 재현된 마사 그라함의 안무는 생전에 그의 예술관처럼 미래를 살았다.  

최근 국가별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오프라인 미술도 기지개를 켰다. 지브롤터와 이스라엘 다음으로 접종률이 높은 아랍에미리트는 지난 3월 29일 국제 페어 가운데 가장 빠르게 닫혔던 빗장을 열었다. 올해 14회인 아트두바이는 코비드19 대응 프로토콜에 따라 DIFC에 마련된 특별 파빌리온으로 둥지를 옮겨 작지만 알차게 꾸려졌다. 공개 첫날 모든 입장권이 매진되었으며 총 300만 달러를 웃도는 판매기록을 세웠다. 이어 지난 5월 5일 열린 프리즈 뉴욕도 접근성이 좋은 허드슨 야드의 더 셰드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였다. 3분의 1 규모로 열렸지만 몇몇 갤러리는 프리뷰 이전에 작품이 완판되는 높은 실적을 올렸다. 여행규제로 참석이 어려웠던 해외 갤러리들은 현지 전문가를 고용하여 부스 운영을 맡겼고,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온라인 뷰잉룸을 통해 방문하지 못한 전세계의 컬렉터들도 놓치지 않는 창의성과 유동성을 발휘하였다.

지난 5월 17일부터 영국 대부분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야심 차게 준비해온 프로그램으로 관객 모으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중 테이트모던은 쿠사마 야요이의 체험적 거대 설치 작업 <무한거울의 방-Filled with the Brilliance of Life>(2012)를 히든카드로 제시했다. 예약제인 입장권은 온라인 발매가 시작 후 하루가 채 지나기 전에 8월 말까지 매진되는 쾌거를 올렸다. 또한, 쿠사마의 작품세계를 모티브로 한 점심 메뉴, 애프터눈 티, 칵테일 등을 구성하여 재정적 적자를 만회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의 보고이자 하루 방문객 수 1만2,000명을 육박하던 피렌체의 우피치미술관은 봉쇄령 기간 동안 미술관의 건물을 증축하고 재정비하던 과정에서 15-16세기 프레스코화를 발굴하는 행운을 얻었다. 후기 르네상스 매너리즘 작가인 베르나르디노 포체티의 작업으로 추정되는 <메디치가 코지모 2세의 초상>은 신소장품으로 지난 5월 5일부터 관객과 만났다. 개관 첫날 30분 만에 100명의 관객이 방문했고 동시에 2,197명의 국내 방문객 수를 기록하였으며 올해 말까지 한 달 평균 1,000여 명의 예약이 완료되었다고 한다.

그동안 누적된 예술에 대한 갈증과 증폭된 소비 심리가 더해져 미술계의 드리워진 청색불이 꺼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 구정원(1975- ) 전 중국 상하이 두어룬시립미술관 국제협력 큐레이터, 영국  국제 큐레이터포럼(ICF) 펠로우. ‘Curating The International Diaspora’(2016-17, 런던, 광주, 바베도스, 마티니크, 샤르자), ‘أنا [ana] please keep your eyes closed for a moment’(2015-16, 샤르자), ‘Allegories of Shanghai’(2015, 상하이), ‘WOO:RI’(2012-13, 프라하) 외 다수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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