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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영화로 만나는 그림

박효주

화가들의 생애를 다루는 영화를 좋아한다. 

그들의 생애와 작품들이 영화를 통해 연결되어 보여질 때, 이미 알고 있던 작품의 화가라 해도 작품에 대한 감흥이 더욱 진해지고 또 비록 작품으로 먼저 만나지는 못했지만 영화로 그 인물을 알게 되었을 때 작품에 관심을 더 가지게 되며 전시를 찾아가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작품보다는 작가의 스토리에 더욱 집착하게 되는 이유는 어찌 되었든 작품을 더 알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것일 거다. 문득 언제부터 나는 영화를 통해 화가를 만나는 것에 끌렸을까 하고 가만히 돌아보면 강렬하게 떠오르는 첫 인물이 있다.

프리다.

내가 그녀를 만나게 된 것은 2003년 줄리 테이머 감독의 영화<프리다>에서이다. 배우 셀마 헤이엑이 프리다 역할을 했는데 당시 셀마 외에도 화려한 배우 캐스팅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실은 나는 배우 에드워드 노튼의 팬이었는데 그가 이 영화의 단역으로 나왔다는 사실이 영화를 보게 된 가장 첫 번째 이유였던 것을 기억한다. 영화를 본 후 많은 유명 배우들이 작은 역할로도 이 영화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분명 프리다에 대한 존경의 의미도 있지 않겠냐는 생각을 그 당시에 했던 것 같다.



영화 <프리다> 포스터, 2002


멕시코의 천재 화가로 불리는 프리다 칼로. 그녀의 이름 프리다는 독일어로 ‘평화’라는 뜻이 있다. 그러나 그녀의 삶은 이름과는 정반대로 흘러갔다. 어린 시절 소아마비로 몸의 불편함을 일찍 알아버렸고 그것도 모자라 소녀 시절에 전차사고를 당하게 되면서 그녀의 표현대로 완전히 부서지게 되었다. 꼼짝없이 침대에 누워서 고통을 오롯이 견뎌내고 있었을 때 유일하게 그녀를 치유해줄 수 있었던 것은 그림. 부모님은 그녀가 침대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거울과 이젤을 특수제작해서 선물한다. 침대에 누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그녀는 운명처럼 화가의 길을 걷게 된다.

그 이후에도 디에고 리베라와의 불같은 사랑 그러나 그녀의 인생에서는 또 한 번의 대형사고 그리고 세 번의 유산. 한 여자가 겪어 내기에는 너무나도 버거운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그녀는 온몸으로 체화하며 그것을 캔버스에 그려낸다. 캔버스는 그녀에게 유일한 치유의 장이 되었다.



프리다 칼로, 부러진 기둥, 1944


사고 이후 척추 수술 일곱 번을 포함한 서른두 번의 수술을 했다는 그녀의 아픔 <부러진 기둥>, 남편 디에고가 자신의 여동생과 외도한 사실을 알게 된 이후 그린 <짧은 머리의 자화상>, 세 번의 유산을 겪으며 아이를 잃은 슬픔을 표현한 <떠 있는 침대>, 그녀를 가장 슬프게 한 사람이지만 그래도 그녀 인생의 제3의 눈처럼 중심이 되어준 디에고에 대한 마음 <내 마음속의 디에고>. 이 외에도 프리다가 남긴 많은 작품과 그녀의 생애가 연결되어 그려지는 영화 프리다를 보며 개인적인 불행을 견뎌내며 고통받았던 자아의 내면세계를 예술로 승화시킨 그녀에게 완전히 압도당했다. 물론 책이나 다른 정보들을 통해서 그녀의 생애를 알게될 수도 있었을 테지만 영화로 그녀를 먼저 만난 것이 나에게는 그녀를 마음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 이후 책이나 다른 매체들을 통해 그녀에게 더욱 열중하게 되었고 한동안 컴퓨터 배경화면으로 그녀의 그림을 자주 설정했었으며 그림을 프린트해 작은 액자에 넣어 침대 머리맡에 놓기도 하면서 내 주변에 그녀를 많이 두고 살았었다. 영화를 통해 알게된 그녀의 아픈 일생,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려진 그림들. 그것들만이 나에게 최고의 위안이 되었던 지난날들을 나는 기억한다. 고통의 순간들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는 그녀의 얼굴, 강인한 그 두 눈이 나를 많이도 위로해주었다. 지금도 마음이 연약해질 때면 그녀를 찾는다. 그녀의 인생을 떠올리며 그녀의 자화상에서 그녀와 눈을 마주치고 있다 보면 잊고 있었던 나의 열정의 심지에 불이 붙는 듯 강한 힘을 나는 느낀다.


박효주(1982- ) 동덕여대 방송연예학 졸업. <추적자>, <완득이>, <타짜2>, <섬.사라진 사람들>, <마차 타고 고래고래>, <신의퀴즈:리부트> 등 영화 드라마 다수 출연. SBS 연기대상 뉴스타상 수상(2012). 에세이 『너도 그러니? 나도 그래』(2018)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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