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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독일 카셀의 개념예술의 전시장 도큐멘타

노명환

책들의 파르테논 앞에서, 30년 지기 Wolfgang GIELER 교수와 함께


2017년 7월 9일과 10일 독일 카셀을 방문하여 오랫동안 간접적으로만 경험하던 도큐멘타(Dokumenta)를 직접 참관했다. 이는 1955년 당시의 유명 큐레이터이면서 카셀대학교 교수이던 보데(Arnold BODE)의 주도하에 조직되었는데, 나치 시대에 ‘퇴폐로 낙인찍혀’ 억압받았던 추상주의·전위 미술품들을 시민들이 자유롭게 볼 수 있게 하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

이때부터 5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도큐멘타라는 이름의 현대 미술 전시회가 카셀에서 열리게 되었다. 1968년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젊은 층들의 보다 근원적인 나치 시대에 대한 청산 요구는 소위 68운동으로 이어졌고, 카셀의 도큐멘타에 큰 영향을 미쳤다. 1970년대 초부터 저항과 역사에 대한 성찰 및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를 담은 예술품들이 많이 전시되게 되었다. 1980년대 후반에 이르러 포스트 모더니즘의 사조에 영향을 받아 사회의 문제점들을 풍자하는 다양한 예술적 퍼포먼스, 기록영화, 비디오 작품, 디자인 전시, 토론회 등이 함께 어우러져 더욱 풍요롭게 발전했다. 2000년대를 지나면서부터는 다각도로 국제화가 진행되어 더는 독일 혹은 유럽의 행사로 머물지 않게 되었다. 

필자가 참관하게 된 2017년의 ‘도큐멘타 14’는 주로 난민, 국경을 넘나들며 이주하는 유랑민들, 소수민족, 인종 분쟁, 홀로코스트의 기억, 독재와 민주주의 등이었다. 필자에게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여러 매체를 통해 많이 알려진 아르헨티나 조각가 마르타 미누힌(Marta MINUJIN)의 <책들의 파르테논(Parthenon of Books)> 조각이었다. 그리스 아테네에 있는 파르테논 신전의 조형물을 프레데리치아눔 앞에 설치하고 거기에 카셀 시민들이 모은 금서 300권을 매달아 걸었다.

이 장소는 히틀러가 책들을 불태운 분서갱유(焚書坑儒)의 현장이었다. 독재 정권들은 사람들이 지혜롭게 되어 자신의 악행을 알게 되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지혜를 위한 책들을 없애고자 하였다. 아테네의 수호신인 아테나는 지혜의 여신이다. 아테네 시와 함께 하는 카셀 시의 도큐멘타에서 히틀러의 분서갱유 자리에 지혜의 여신 아테나의 신전인 파르테논을 세우고 각 독재 정권들이 두려워한 지혜의 서적들로 입혔다. 

개막식에서 프레데리치아눔 건물의 탑 부분을 굴뚝으로 연출하여 연기가 피어나게 하였다. 이것은 나치 시대의 분서갱유 및 가스실의 유대인 학살을 상징했다. 개념예술의 극치였다. 이라크 쿠르드족 출신의 히와 이케는 그가 그리스에서 난민으로 살면서 생활했던 극한 환경을 여러 파이프 관들을 쌓아 그 관 안에 생필품들을 전시함으로써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다른 전시실에서는 난민 보트들이 전시되었다. 2017년 유럽의 사회적 화두는 ‘중동 지역으로부터의 난민 문제’였다.

추상주의·전위 예술은 본래 필자에게도 매우 낯설고 친숙하지 않은 관람 대상이었다. 그러나 어느 때부터인지 역사와 사회 현실을 대담하게 개념화하는 이 예술 영역에 나름 큰 친숙감을 느끼게 되었다. 필자가 전공 분야인 현대사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해 가면서 더욱 이 개념 예술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다.
카셀에서 또한 매우 흥미롭게 지켜보게 된 것은 도큐멘타 아카이브(Dokumenta Archiv)의 활동이었다. 전시된 예술품들은 물론 관련한 기록들을 수집하여 보존하고 재활용하는 기관이었다. 이 아카이브의 아키비스트들은 새로운 맥락에서 새롭게 전시를 하고, 연구자들에게 제공하며 도큐멘타 전시의 의미를 끊임없이 새롭게 만들어 간다. 카셀의 도큐멘타 뜻은 동시대의 사회를 예술로 기록한다(Recording)는 것이다. 도큐멘타 아카이브(Dokumenta Archiv)의 활동은 이 기록들을 다시 기록화(Documentation)하고 새롭게 창조적으로 활용함을 의미한다.


- 노명환(1959- ) 독일 두이스부르크-에센대학교 사학과 박사. 한국외대 인문대학 학장 역임. 현 한국기록과정보·문화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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